또 하나의 ‘타다’를 만들 것인가, ‘닥터나우 방지법’에 대한 날선 비판
“스타트업이 합법적으로 운영 중인 서비스를 입법을 통해 원천 금지하려는 시도, ‘타다 금지법’과 닮은 꼴”
16일 국회에서 열린 ‘닥터나우 방지법’ 관련 긴급 간담회에서 벤처·스타트업 업계는 약사법 일부개정안을 두고 “닥터나우 금지 법안은 혁신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과도한 사전 규제”라고 문제 제기했다.
이날 간담회는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 겸업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입법을 둘러싸고, 해당 법안이 과연 ‘환자 안전을 위한 제도 정비’인지, 아니면 ‘잠재적 우려를 이유로 한 사전적 사업 금지’인지를 따져 묻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등 스타트업 생태계를 대표하는 단체들이 주로 참석했는데, 공통적으로 “불공정 행위에 대한 규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 방식이 시장 진입 자체를 봉쇄하는 형태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닥터나우 방지법은 공식 명칭부터 특정 기업을 겨냥”
벤처업계는 우선 법안의 성격부터 문제 삼았다. 이른바 ‘닥터나우 방지법’이라는 명칭 자체가 특정 기업의 사업 모델을 지칭하고 있으며, 합법적으로 운영 중인 서비스를 입법으로 원천 차단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과거 ‘타다금지법’과 유사한 입법 방식이라는 지적이다.
신산업 분야와 기존의 전문직과 갈등이 있을 때 서로 간의 의견 합의와 조율을 통해 더 나은 해결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입법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무마하게 되면 앞으로 새로운 아이디어가 사업으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점도 짚었다. 어제까지 합법, 또는 합법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부문이 하루아침에 불법이 될 수도 있다면 창업자가 굳이 ‘위험’을 짊어지려 하지 않을 확률이 크다. 정책이나 규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투자 유치도 더 어려워진다.
이기백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정책사업본부장은 “닥터나우의 문제는 이전부터 계속된 플랫폼 기반 혁신기업과 전문직역단체간 갈등의 연속선에 있다”면서 “벤처캐피탈 입장에서 닥터나우 금지법안은 혁신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과도한 사전 규제로, 투자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라고 지적했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도 “AI, 모빌리티, 디지털헬스케어 등 신산업 분야에 대한진입규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고, 플랫폼과 전문직역과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면서 “플랫폼이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잠재적 우려만으로 사후 규제라는 가장 쉬운 선택지를 택했다”고 주장했다. 유 본부장은 아울러 “이는 사업의 위법성을 판단하기 이전에, 사업 영위 자체를 금지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최지영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은 “스타트업이니까 봐달라”는 주장을 하고 싶지 않다”면서 “기술혁신은 책임을 동반해야 하고, 기존 직역의 우려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서로 간 이견과 갈등은 대화와 설득, 대안을 통해 조정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닥터나우는 왜 도매업에 진출했나
간담회에서는 닥터나우가 의약품 도매업에 진출하게 된 배경도 다시 언급했다. 비대면진료 이후 처방을 받았지만, 약을 구하지 못해 여러 약국을 전전해야 했던 이른바 ‘약국 뺑뺑이’ 문제다.
최지영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상임이사는 닥터나우의 도매업 진출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최 상임이사는 “닥터나우가 약국 도매업에 진출한 배경은 비대면진료 이후, 필요한 약을 찾지 못해 여러 약국을 전전해야 했던 소비자들의 ‘약국 뺑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닥터나우가 약국 재고 정보와 연계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던 시기, 비대면진료 후 약 수령 성공률은 50%대에 머물렀다. 이후 비대면으로 자주 처방되는 성분을 중심으로 취급 품목을 확대하고, 재고 정보 제공을 강화하면서 수령률이 80%대까지 올라갔다고 소비자의 효율성과 편의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처음 닥터나우 방지법이 발의됐을 때 지적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해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지영 상임이사는 “2024년 국정감사에서 약국 도매업 진출 이후 발생한 우려점에 대한 지적을 받은 뒤, 닥터나우는 약국 우선 노출 구조를 지도 기반/환자 위치 중심 방식으로 전면 개편했다”면서 ” 또한 닥터나우에서 의약품을 구매하지 않는 약국에도 재고관리 시스템을 완전 개방했으며 ‘패키지 구매’로 오해받을 수 있는 시스템은 즉시 폐지했다”고 덧붙였다.
플랫폼이 처방·조제를 왜곡한다는 근거
보건복지부는 플랫폼이 의약품 유통에 관여할 경우, 처방·조제 과정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플랫폼이 의약사에 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므로, 이에 상응하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벤처 업계는 “의사와 약사라는 고도의 전문성과 직업적 윤리를 갖춘 직역이 플랫폼의 영리 목적에 종속돼 비전문적 판단을 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고 반박했다.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은 의료행위나 조제 행위에 직접 개입할 수 없으며, 이를 의료기관이나 약국과 동일한 지위로 간주하는 것은 법 문언을 넘어선 확대 해석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플랫폼이 처방이나 조제권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할 구체적 근거나 사례가 있다면 제시해 달라”고 요구한다. 만약 그러한 사례가 없다면, 이는 기술 기반 의료 서비스 전반에 대한 과도한 불신에 근거한 규제라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굳이 약사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현행 법 체계로도 지금의 우려사항이 충분한 규제가 가능하다는 발언도 거듭해 나왔다. 약사법 제47조는 환자 유인과 리베이트를 이미 금지하고 있으며, 의료법 역시 영리를 목적으로 한 환자 소개·알선 행위도 막고 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 또한 비대면진료 중개업자의 금지 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율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닥터나우 방지법이 문제삼는 규제 공백에 대해서도 벤처기업협회 측은 “도매업 겸업을 금지할 것이 아니라, 약사법 제47조 제2항의 적용 대상에 ‘비대면진료 중개업자’를 명시적으로 추가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도매업 여부와 관계없이 플랫폼의 지위를 이용한 의약품 채택 유도나 경제적 이익 제공 행위를 모두 처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업 자체 금지보단 사후 규제가 타당”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본부장은 “불공정 행위가 우려된다면 사업 자체를 금지하는 방식이 아니라,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강하게 처벌하는 사후 규제가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대안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가장 침해적인 방식을 택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신산업 활성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지영 상임이사는 “닥터나우 방지법은 스타트업에게 ‘하지 말라’는 신호로 읽힐 수밖에 없다”며 “이는 기술 혁신과 국민 편익을 동시에 후퇴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비대면진료 제도의 완결성은 진료 이후 약 수령까지 이어지는 인프라에 달려 있는데, 해당 영역의 실험 자체를 봉쇄할 경우 제도는 형식만 남게 된다는 설명이다.
간담회 참가자들은 이번 논의가 단순한 이해관계 충돌로 소비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최지영 상임이사는 “이 사안을 ‘플랫폼 대 약사’, ‘스타트업 대 기득권’의 싸움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며 “기술 혁신과 국민 편익, 직역 간 신뢰를 동시에 지킬 수 있는 해법을 찾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다, 로톡, 삼쩜삼에 이어 또 하나의 사례를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도 반복됐다. 벤처·스타트업 업계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혁신을 멈추게 해서는 안 된다”며, 국회가 보다 신중한 판단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는 국회의원연구단체 유니콘팜 소속 김성회 김한규 박민규 이소영 이재관 장철민 전용기(이상 더불어민주당) 김성원 김소희 박덕흠 최보윤(이상 국민의힘)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