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SK플래닛 품으로 돌아간다

11번가가 7년 만에 SK플래닛 품에 다시 안긴다. SK스퀘어와 11번가 재무적투자자(FI)가 11번가 지분 100%를 SK플래닛에 매각하면서다. 매각금은 FI에게 돌아간다. SK그룹 입장에서는 FI에 책임을 진 셈이다. 향후 SK플래닛과 11번가는 각 사의 핵심 사업인 OK캐시백과 이커머스 시너지를 낸다는 목표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이날 이사회를 통해 오는 11월 27일 SK플래닛에 11번가 지분 전량을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이로써 SK스퀘어-SK플래닛-11번가로 지배구조가 바뀐다. 기존에는 SK스퀘어가 SK플래닛과 11번가를 각각 자회사를 두고 있는 구조였다. 이는 11번가가 SK플래닛으로부터 독립한지 7년 만이다.

왜 11번가 다시 SK플래닛으로 돌아가나

SK플래닛의 11번가 지분 100% 인수는 SK그룹이 자본시장 내에서 최소한의 책임을 진 것으로 풀이된다.

2018년 11번가는 FI로부터 50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SK플래닛 사업 부문에서 독립법인으로 분사했다. 투자자는 사모펀드(PEF) H&Q코리아와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등으로, 이 중 국민연금의 투자금이 3500억원을 차지했다.

당시 SK그룹과 FI는 투자 계약에 콜앤드래그 조항을 포함했다. 5년 내 11번가의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SK가 약정 수익률 연 최대 8%를 반영해 투자자의 주식을 되사주기로 하는 콜옵션과 최대주주의 지분을 함께 매각하는 드래그얼롱(동반매도권)을 뜻한다.

그러나 11번가의 상장이 불발되면서, 지난 2023년 SK는 FI 지분에 대한 콜옵션을 포기했다. 증권시장 불황과 치열해지는 이커머스 시장 내 11번가의 좁아진 입지가 IPO에 악재가 됐다. 이 때 한때 2조7000억원에 이르렀던 11번가의 기업가치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SK는 자본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비판도 받았다. 최대주주의 콜옵션 포기가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SK스퀘어 측은 5년 전 가격으로 지분을 되사면 주주에 대한 배임이 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후 FI는 드래그얼롱으로 11번가를 매각하려 했으나, 적절한 원매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지분 정리는 국민연금을 포함해 투자자들과의 관계를 고려한 결정이다.업계에서는 SK의 투자자와의 관계, 또 국민연금 자금이 상당히 투입된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사태 이후 국민연금 손실에 대한 민감도가 커진 점도 SK스퀘어가 자회사를 통해 지분을 정리한 배경으로 보고 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11번가 지분 처분에 대해 자회사 편입을 포함해 여러 방법이 논의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민연금과의 관계도 중요한 요소였다”고 말했다.

SK플래닛은 11번가 FI에 총 4673억원을 연내 일시지급한다. SK스퀘어가 유상증자한 3900억원과 SK플래닛 자체 현금을 활용한다.

FI 입장에서는 기대 수익만큼은 아니어도 원금 이상의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SK스퀘어는 11번가 투자 유치 이후 FI에 575억원을 배당했다. 시기와 기회 비용 등을 고려하면 부족하지만, 원금 이상을 되돌려줬다는 데에 SK가 최소한의 책임을 발휘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SK플래닛과 11번가, 어떤 시너지 내나

SK스퀘어와 11번가는 OK캐쉬백과 이커머스, 기프티콘 사업 등으로 양사간 시너지를 강화, 업계를 대표하는 마일리지·커머스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SK플래닛은 통합 마일리지 플랫폼 ‘OK캐쉬백을 운영하고 있다. OK캐쉬백 앱의 월평균이용자수(MAU) 250만명이며 연간 포인트 적립 사용액은 약 4000억원이다. 또 11번가의 상품거래액은 연 5조원 수준이다. 

SK플래닛은 11번가라는 커머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마일리지 적립사용처를 확장하며 OK캐쉬백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또한 OK캐쉬백과 11번가의 11pay(간편결제)를 결합해 ‘결제-포인트적립’ 서비스를 구축하고, 11번가 기프티콘 사업과 함께 OK캐쉬백 앱 내 판매포인트 활용 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 11번가는 ‘AI 기반 맥락(Context) 커머스로 진화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AI가 고객의 구매 패턴취향 등을 다면적으로 이해하고 맞춤 상품을 추천해 주는 커머스를 지향한다. 11번가와 SK플래닛은 두 회사의 기존 AI 및 데이터 기술 역량을 통합해, 11번가를 새로운 소비 경험을 제공하는 차별화된 커머스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SK스퀘어가 보유한 공유오피스 기업 ‘스파크플러스’, 게임 기업 ‘해긴’, 가상자산거래소 ‘코빗’등의 지분은 SK플래닛 산하로 재편될 예정이다향후 SK플래닛은 이 사업들과 연계해 OK캐쉬백 사업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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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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