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11번가, 강제매각 길로 들어서나

11번가가 강제매각의 길로 들어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분 80% 가량을 보유한 모기업 SK스퀘어가 콜옵션 행사를 포기했다는 소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이사회를 열고 11번가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기로 의결했다. SK스퀘어는 지난 2018년 국민연금, 사모펀드 H&Q코리아 등으로 이뤄진 나일홀딩스컨소시엄으로부터 지분 18.19%를 넘기는 조건으로 5000억원을 투자 받았다.

투자 당시 SK스퀘어는 콜옵션과 드래그얼롱(동반매도권)을 설정했다. 5년 이내 기업공개(IPO)를 진행하지 않으면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통해 FI 지분을 되사들이는 조건이다.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나일홀딩스컨소시엄에게 투자 원금에 내부수익률(IRR) 연 최대 8%를 붙여 돌려줘야 한다.

지금까지 업계에서는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봤다. 큐텐과의 투자 논의 당시 콜옵션 행사를 위한 자금 마련을 두고 논의가 오갔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11번가 기업 가치가 난관으로 작용했다. 한때 2조7000억원의 기업 가치가 최근엔 그 절반에도 못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황에서 SK스퀘어가 5년전 가격으로 지분을 되살 때 주주에 대한 배임이 될 수 있고 수천억 현금 지출로 인한 재무적 악영향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는 방향이 고려됐다.

이번 콜옵션 행사 포기로 재무적투자자(FI)는 드래그얼롱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FI는 SK스퀘어가 가진 11번가 지분 80% 가량을 묶어서 팔 수 있다. 사실상 11번가 경영권 포기다. 다만 FI가 침체된 시장 상황에서 원하는 가격에 지분을 매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편 11번가는 2025년 턴어라운드를 목표로 달리는 상황이나 국내 이커머스 시장 포화 등 상황이 여의치 않다. 11번가의 올해 3분기 매출은 1887억원으로 전년 대비 0.6% 감소,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37억원 감소한 32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7일부터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만 35세 이상 5년차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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