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사업하려는 당신에게, 현지인이 전하는 ‘상하이 진출 팁’
중국 시장은 스타트업에게 ‘기회의 땅’이면서도 ‘위험의 땅’이다. 압도적인 소비 규모와 빠른 성장 속도는 매력적이지만, 불신과 정보 부족,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는 큰 장벽이 된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지난 22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한 ‘컴업스타즈 2025 부산 워크숍’에서 김남국 이랜드 차이나 EIV 실장과 오은진 이너부스 대표는 중국, 특히 상하이에서의 비즈니스를 원하는 스타트업이 반드시 알아야 할 현지 분위기와 진출 전략을 공유했다.
참조 ① 컴업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하고 창업진흥원이 총괄하며, 코리아스타트업포럼·벤처기업협회·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공동 주관하는 스타트업 진흥책이다. 올해는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 시장에 도전하려는 유망 스타트업 스무곳을 선발, 이들의 현지 진출을 지원하는데 목적을 두고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참조 ② 이랜드 차이나 EIV는 이랜드가 중국 상하이에 운영하는 복합 비즈니스 플랫폼이자 단지다. ‘EIV’는 ‘이랜드 이노베이션 밸리’의 줄임말로, 스타트업이 중국에 진출할 때 필요로 하는 인프라와 대 정부 서비스, 네트워크 등을 제공한다.
참조 ③ 이너부스는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IP 홀더와, IP를 필요로 하는 수요 기업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쉽게 말해서 필요한 캐릭터 IP가 있을 때 이너부스에서 IP 홀더에 대한 정보를 찾아 연락해 라이선싱 콜라보를 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곳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진행하는 ‘해외 비즈니스 트립’을 통해 중국 시장 진출을 타진했고, 이랜드 차이나 EIV와 협업해 연내 중국법인 설립을 준비 중이다.
첫번째 팁 “지식재산권 출원은 가능한 빨리 하라”
“일본의 10개 기업한테서 나오는 매출을 중국에선 1개 기업으로부터 받을 수 있을 만큼 굉장히 큰 시장이라는 걸 체감했다. 그러나, 동시에 위협감도 많이 느꼈다. 중국은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만들어 글로벌로 수출할 수 있는 리테일 인프라를 강력히 갖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중국 외 지역의 IP 홀더들이 장기적으로는 (중국에) 종속될 가능성이 있겠다는 두려움도 많이 느꼈다”
“중국 기업들의 카피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플랫폼을 보여주면 바로 유사 서비스를 만들 준비를 하더라. 지식재산권(IP) 보호와, 문제가 생겼을 경우 빠르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현지 네트워크 확보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걸 절감했다.”
오은진 이너부스 대표는 중국 시장의 두가지 강력함을 말한다. 하나는 압도적 시장 규모고, 다른 하나는 ‘빠르게 카피할 수 있는 능력’이다. 중국 시장의 특징은 ‘속도’로도 볼 수 있다. 유망한 서비스나 제품이 등장하면 유사 상품이 빠르게 쏟아져 나온다. 오 대표는 “중국에 진출하려던 IP 캐릭터가 이미 현지에서 출원돼 있거나, 카피 상품이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비하려면 특허, 디자인 등록, 영업비밀 관리 등 다층적인 지식재산 보호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핵심 기술은 특허로 묶어두고, 디자인 요소도 빠르게 지식재산권으로 등록해 두는 식이다. 모방이 발생했을 때 곧바로 법적 대응이 가능해야 한다.
오 대표는 “지식재산권 등록을 미루지 말고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면서 면서 “중국의 리테일 인프라는 강력하기 때문에 지식재산을 지키려면 현지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남국 이랜드 차이나 EIV 실장도 마찬가지로, 상표권이나 저작권 등을 등록할 때, 현지 상황에 해박한 중국 변리사 네트워크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중국에 지적재산권 보호 신청을 해본 분은 알겠지만 한국 내에 있는 변리사들이 중국 내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에 중국 내 에이전트를 사용한다”면서 “중국 변리사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한국보다 저렴하고 빠르게 등록할 수 있다. 초기부터 권익 보호 체계를 갖추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두번째 팁 “우리는 생각보다 중국을 모른다, ‘정보 공백’을 현지 네트워크로 메워라“
“상하이에 있는 교민이 몇명인지 아나? 10여년전만 해도 6만~7만명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2만명 밑으로 줄었다. 딥시크를 제외하고는 중국에 대한 정보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현지인에서 듣는 ‘~카더라’라는 비공식 정보망도 교민 수가 적어지며 따라 줄었고, 불신은 늘었다”
김남국 실장은 중국 시장의 두 가지 리스크로 첫째는 정보부족, 둘째는 불신을 꼽았다. 잘못된 정보로 인한 중국에 대한 과거 정보, 혹은 외부에서 보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고 그로 인해 중국 시장에 발을 들이지조차 못하는 기업이 많다는 것이다.
해법은 현지 네트워크 확보다. 스타트업 단독으로 뛰기보다, 이미 자리 잡은 기업이나 기관과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이노베이션 밸리 같은 민간 거점이나 코트라·중진공 같은 공공 지원 기관을 병행 활용하면 안정적으로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중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불신을 지우는 것도 현지 진출에 필요하다. 중국을 ‘불공정’과 ‘카피캣’의 나라로만 보지 말라는 얘기다. 그보다는 한국 스타트업이 가진 경쟁력인 ▲콘텐츠 ▲디테일 ▲FTA 네트워크 등을 잘 살려 경쟁력을 가져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실장은 “불신만으로는 길을 못 찾는다”면서 “중국을 두려워하기보다, 테스트베드 삼아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번째 팁 “정부는 ‘예산’ 민간은 ‘네트워크’”
스타트업 지원에서 공공과 민간의 역할은 다르다는 점도 잘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실장은 “정부는 예산 기반의 지원, 예를 들어 임대료 보조나 박람회 참가 지원 같은 역할을 한다”며 “반면 민간은 실제 네트워크와 비즈니스 매칭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스타트업은 정부 지원으로 비용을 줄이고, 민간 파트너를 통해 실질적인 매출과 거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전략적 분리가 필요하다는 것.
김 실장에 따르면 이노베이션 밸리에는 이미 20여 개 한국 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랜드 차이나 EIV는 이들 기업에 지식재산권 등록, 중국정부 대응, 소비재 매칭 등 실질적 지원을 하고 있다. 김 실장은 “내년에는 중국 내 대형 리테일러와 함께 한국 소비재·패션 IP를 연결하는 사례를 만들겠다”고도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