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에서 쿠팡까지 : 왓챠 박태훈의 생각

태어날 때부터 1등인 경쟁자가 있는 시장에서 스타트업은 어떤 성장전략을 가져가야 할까? 1등을 빼앗으려는 전략? 아니면 시장에서 공존하되, 자기 몫을 찾을 수 있는 전략? 일단, OTT 영상 스트리밍 스타트업 왓챠는 ‘자기만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시리즈’로 강력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면, 왓챠는 “각 플랫폼의 오리지널을 빼곤 전부”라고 말하는 듯 다량의 콘텐츠를 수급해 전체의 힘을 키우는 롱테일 전략을 짰다. 넷플릭스의 힘을 만드는 것이 하나 하나 유명한 오리지널이라면, 왓챠는 덜 유명해도 알고보면 취향 저격인 콘텐츠를 다량으로 확보하는 셈이다.

그런 왓챠가 최근 새로운 계획을 발표했다. 오리지널이다. 360억원의 투자 유치금 중 상당부분을 재원으로 시리즈물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아직 외부에 공개되진 않았으나, 이미 제작진을 채용하는 등 준비를 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음, 그런데 왓챠가 오리지널로 넷플릭스와 승부를 볼 수 있을까? 넷플릭스는 킹덤 시리즈 하나를 만드는데만 200억원을 쏟아부었다. 왓챠가 오리지널을 만든다고 한들 계란으로 바위치기는 아닐까? 왜 지금 오리지널 카드를 꺼낸 걸까?

왓챠에 궁금한 것은 이것 하나 뿐만은 아니다. 왓챠는 올해 OTT 시청 성장의 수혜를 봤지만, 성장의 과정에서 여러 갈등도 겪었다. 박태훈 왓챠 대표는 “통신사의 망 비용이 비싸다”고 꾸준히 주장해 왔으나, 정부는 콘텐츠 공급업체를 옥죄는 넷플릭스법을 통과시켰다. 또, 영상물에 들어간 음원에 대한 저작권료로 얼마를 내야 하는지를 두고 음악저작권협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 수많은 문제 속에서 왓챠는 어떤 답을 갖고 있을까?

지난 22일, 서울 강남의 왓챠 사무실에서 박태훈 대표를 만났다. 지난해 어느 공청회 자리에서 박태훈 대표를 봤을 때는 조금 짧은 머리였던 것 같은데 이날보니 단발 정도로 머리가 꽤 길어 있었다. 머리를 왜 기르시느냐 물었더니 “상장 전에 해보고 싶은 걸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왓챠는 지난해 상장 주관사를 선정했다.

어쩐지 전투를 앞두고 있는 전사같은 느낌을 주는 박 대표에게 왓챠가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고, 또 어떤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는지를 물었다. 안 그래도 경쟁자가 많은 시장에 쿠팡이 숟가락을 얹었고, 내년에는 디즈니플러스도 입성한다. 어떤 현실 판단으로 전략을 세우고 있는지, 대체 안 물어볼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왓챠 박태훈 대표

왓챠가 꺼낸 회심의 카드 ‘오리지널’


오리지널은 넷플릭스의 대명사와 같은 말이다. 2012년 ‘하우스 오브 카드’를 시작해 2020년의 ‘퀸스겜빗’까지 넷플릭스는 ‘오리지널’로 먹고 산다. 박태훈 대표의 말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글로벌 온라인 방송국”에 가깝다. 왜? (주로) 자기 것만 틀어주니까. 넷플릭스는 모든 콘텐츠를 갖추는 대신 오리지널에 특화해 가입자를 묶어두고 있다. 직접 제작에 뛰어들어 대작을 만들고, 그 비용을 순전히 자체 플랫폼 안에서 회수해야 하는 모델이다. 왠만큼 총알이 든든하지 않으면 어려운 모델이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처음부터 오리지널을 했을까? 아니다. 2007년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는 한동안 가능한 많은 콘텐츠를 확보하는 ‘콘텐츠 백화점’의 모습을 띠었다. 지금의 왓챠와 마찬가지다. 박태훈 대표의 말에 따르면 왓챠는 넷플릭스 대비 드라마는 다섯배, 영화는 열다섯배나 더 많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오리지널만 보고 살진 않으며, 오리지널 때문에 가입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더 많은 콘텐츠를 찾길 원할 것이라는 게 박 대표의 생각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당신의 취향에 맞는 모든 콘텐츠를 추천해줄 수 있는 롱테일이다. 왓챠의 근본적인 강점을 박 대표는 여기에서 찾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왓챠는 최근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을 발표했다. 대체 왜?

요즘 무엇에 가장 관심이 많나?

회사의 성장이다. 아젠다가 많아 하나를 꼽기는 그렇지만, 당연히 콘텐츠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콘텐츠 수급은 팀이 잘 꾸려졌고 노하우도 많이 생겼다. 그런데 오리지널은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어느정도는 (대표가) 선봉에 나서야 하고, 알아야 의사결정을 빨리빨리 해줄 수 있다. 그래서 공부를 하면서 사람도 만나고 있다. 또, 아직 공개는 못하지만 내년을 위해 준비 중인 것도 있다.

오리지널이라고 하면 넷플릭스가 떠오른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킹덤이라는 시리즈 하나를 만드는데만 200억원을 썼다. 투자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총알(현금)은 왓챠가 부족하지 않나?

2019년부터 2년 동안 왓챠 익스클루시브라는 독점 드라마 서비스를 했다. 오리지널은 그런 걸 늘려가는 차원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왓챠가 만드는 한국 독점 드라마 격이다. 우리는 넷플릭스와 달리 한국과 일본에서만 OTT 서비스를 하고 있다. 따라서, 오리지널을 제작하면 해외 판매를 위한 수출과 유통도 잘해야 한다. 해외에도 대형 CP와 OTT가 있기 때문에 판권 시장을 고려해서 하고 있다. 일단, 제작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므로 이번에 투자를 받았기도 하고, 콘텐츠 펀드의 투자를 받는 것도 고려해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 반면, 넷플릭스의 오리지널은 넷플릭스 안에서만 볼 수 있으므로 제작비도 모두 그 플랫폼 안에서 소화가 돼야 한다.

한정된 자원으로 오리지널을 만들려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텐데, 먼저 생각하는 분야가 있나?

준비하고 있는 게 몇 가지가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 감독, 작가, 기획PD와 계약도 하고 채용도 하고 있다.

왓챠에는 한국의 인디영화가 많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선택과 집중에 이런 부분이 들어가게 될까?

영화는 한국에서 가장 넓은 커버리지를 갖고 잘 소싱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OTT에서 더 중요한 것은 시리즈물에 가깝다. 시청 시간이 더 많이 확보가 되기 때문이다. 아마 저희가 오리지널을 만든다면 영화보다는 시리즈물에 무게가 실릴 것 같다. 만약 우리가 영화를 만든다면, 극장 개봉을 할 것 같고 VOD나 스트리밍이 저희의 독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100%의 전략으로 가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오리지널 콘텐츠가 마케팅적인 효과가 크다. 어떤 콘텐츠가 독점 서비스되면 그걸 보려는 게 구독을 시작하는 이유가 된다. 꾸준히 독점 콘텐츠가 나오면 구독을 유지할 이유도 된다.

왓챠의 기본적인 정체성은 롱테일 콘텐츠를 다 갖추고 취향에 맞게 추천을 잘 해주는 거다. 이 기본 전략은 유지할 생각이다. 다만, 외부 평가에서 왓챠의 강점을 제품과 기술로, 약한 것은 마케팅으로 본다. 저희 경쟁사는 돈이 엄청 많은 글로벌 1위 넷플릭스이고 방송사, 통신사다. 이들의 마케팅 역량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 사실이라 우리가 독점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마케팅 역량을 키워나가려는 선택이다.


왓챠는 어떻게 ‘킬링이브’를 저렴하게 수급할 수 있었나


왓챠는 두 바퀴로 굴러간다. 무슨 말이냐하면, OTT 서비스 외에도 영화를 평가하고 추천하는 서비스 ‘왓챠피디아’가 이 회사의 중심 축 중 하나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 왓챠피디아가 왓챠의 결정적 경쟁력이라는 것이 박태훈 대표의 설명이다.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기 전까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한다.”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세상엔 이미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가 없을 정도로 많은 콘텐츠가 있다. 어떤 이야기가 존재하는지 시청자(독자)가 모를 뿐이다. 우리 서비스에 백만개의 콘텐츠가 있으니 마음껏 골라 보라고 해도 대체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를 알아야 검색이라도 한다. 백만개의 콘텐츠를 리모컨으로 스크롤을 내리면서 확인해야 하는 끔찍함이라니. 정교하게 다듬어진 추천화 서비스가 왜 중요한지 박태훈 대표가 강조하는 이유인데, 왓챠피디아가 이 부분에서 강력한 무기라고 봤다.

왓챠플레이 추천 화면. 왓챠는 최근 ‘해리포터’ 시리즈의 첫 편부터 마지막 편까지 총 8편을 수급해왔다.

 

결과적으로 어떤 콘텐츠를 갖고 있느냐의 문제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글로벌 콘텐츠는 넷플릭스, 국내 콘텐츠는 웨이브나 티빙을 보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한다. 이 와중에 왓챠가 가진 콘텐츠의 뚜렷한 색깔은 무엇일까?

사실상 웨이브나 티빙에서 사람들이 시청하는 콘텐츠의 수는 세상의 많은 콘텐츠에 비하면 매우 소수다. (왓챠는) 나머지 모든 콘텐츠는 일단 다 담고 있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다른 서비스와 같이 쓰기 좋은 OTT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OTT를 복수로 보는 이용자가 가장 많은 플랫폼도 왓챠다. 왓챠는 롱테일을 바탕으로 이용자가 원하는 것을 추천해주는 능력이 있다.

개인화 추천은 모두가 한다. 왓챠가 왜 다르다고 보나?

우선, 넷플릭스에 비해 왓챠가 보유한 콘텐츠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드라마는 다섯배, 영화는 열다섯배다.

넷플릭스는 콘텐츠의 수가 압도적으로 적어 뾰족한 개인화 추천보다는 오리지널 시리즈 위주의 소비를 유도하는 전략을 갖고 있다. 이에 비해 왓챠는 구독자가 어떤 장르의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하던지 만족시킬 수 있는 추천이 가능한 물량이 갖춰졌다.

또 다른 하나는 왓챠피디아가 가진 데이터의 양과 질이다. 네이버의 오십배가 넘는 별점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왓챠는 기본적으로 ‘왓챠피디아’라는 추천서비스로 시작했기 때문에 추천 서비스 구현에 있어 넷플릭스보다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콘텐츠를 다 갖고 있는 것은 아닐텐데, 주로 어떤 콘텐츠 수급에 관심을 갖나?

어느 정도 이상 규모의 글로벌 세일즈와는 거의 다 관계가 있다. 신작이 나오면 다 알게 된다. 베를린영화제나 깐느영화제, 아메리칸 필름마켓 같은 정기 마켓에도 제가 다 갔다. 그런 네트워크들이 있어 신작은 연락이 온다. 제작 과정에서 너무 빨리 넷플릭스에 팔린 것도 알 수 있다.

그중에서도 해외에 방영됐던 콘텐츠는 왓챠피디아에 데이터가 쌓인다. 이게 경쟁력 중 하나다. 콘텐츠 업계에서는 많은 의사결정과 실행이 그 업을 오래한 사람의 ‘감’에 의해 일어난다. 그런데 데이터 분석기술이 그걸 도와줄 수 있다면 훨씬 좋은 결과를 낼 거라는 가설을 증명해가고 있는 중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킬링이브’가 그랬다. 시즌2가 방영이 된 직후 계약을 했다. 그때 시즌1, 2가 다 안 팔리고 있었다. 왜냐하면, 한국의 콘텐츠 수입 배급 유통하는 분들이 이런 말을 했다. “여자 둘이 주연이면 한국에서 돈이 안 된다. 그런 걸 함부로 가져왔다가는 무조건 손해가 난다” 이런 인식이 있었다. 그런데 저희가 데이터를 봤는데 너무 훌륭했다. 너무 괜찮은데 사자고 했다. 안 팔리고 있는 상태라서 데이터에 비해 가격이 비싸지 않았다. 엄청 잘 됐다.

킬링이브를 너무 재미있게 봤다

2019년에서 영국에서 가장 많이 본 스트리밍 드라마 1위다. 그만큼 성공한 작품이다. 시즌3는 비싸졌는데, 저희는 만족하면서 계약을 했다. 데이터를 봤을 때 잘될거라고 확신을 했는데 잘된 케이스다. 체르노빌 같은 경우도 미국에서 방영됐을 때 엄청난 화제가 된 작품이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평점을 넘어서 IMDB(인터넷영화데이터베이스) 역대 최고 평점 드라마가 됐기 때문에 사람들이 어떻게든 보려고 하던 때라 경쟁이 꽤 있었다. 데이터로 봤을때 (계약금을) 그 정도까지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대기업들도 있는 상황에서 경쟁에서 이긴 거다. 단순히 돈만 많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계속 상황적으로 깨닫고 있는 거다.

추천 시스템을 다른 분야에도 확장할 계획이 있나?

맞다. 그런데 저희가 이걸 팔 역량이 있어야 하고, 부가가치에 대한 판단도 있어야 한다. 추천 능력을 늘려 나갈건데 수입 유통까지 다 할 것이냐에 대해 아직 의사결정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추천역량은 문화 콘텐츠 전반으로 다 늘려 나갈 거다. 음악, 공연, 게임, 웹툰, 웹소설 까지.

*** 왓챠피디아에서는 현재 영화, TV프로그램, 도서에 대한 정보와 평점, 코멘트 등을 제공하고 있다.한국어와 일본어, 영어 버전이  나와 있다.


디즈니플러스 들어오고, 넷플릭스법도 통과했다.  박태훈 대표의 생각은?


앞서 말했듯, OTT 시장의 경쟁은 더해지면 더해졌지 약해질리 없다. 올해 팬데믹 상황에서 사람들은 가정에서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시장이 커지면 플레이어가 늘어난다. 그동안은 넷플릭스나 웨이브, 티빙만 신경썼다면 왓챠는 내년부터 디즈니플러스나 쿠팡플레이도 경계해야 한다. 이들의 시장 진입을 왓챠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또 하나. 올해 왓챠는 꽤 많은 갈등을 겪었다. 첫째는, 음원 저작권료를 두고 저작권 신탁업체인 음원저작권협회와 갈등을 빚었다. 저작권료의 비율을 어느 기준에 맞춰 지불해야 하느냐를 두고 의견차를 겪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저작권협회에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참고기사: ‘음원 사용료’를 둘러싼 끝나지 않은 전쟁). 또, 망을 쓰는 콘텐츠 업체들도 망 이용 대가에 책임이 있다는 일명 ‘넷플릭스법’도 통과됐다. 박태훈 대표는 이 부분에서 그동안 “한국의 망은 너무 비싸다”는 입장을 꾸준히 견지해 온 인물이다. 최근의 정부 정책 결정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도 물었다.

내년에는 디즈니플러스도 들어온다

넷플릭스 같은 곳이 하나 더 생기는 거라고 생각한다. 디즈니플러스는 오히려 넷플릭스의 영역을 가장 많이 빼앗아갈 거라고 생각한다. (롱테일을 제공하는) 우리의 포지션은 달라지지 않는다. 잘 하는 걸 하려고 하고 있다.

(인터뷰는 22일 진행했는데, 24일에 쿠팡이 쿠팡플레이를 발표했다. 24일 오후, 왓챠 측에 다시 연락해 박태훈 대표에게 쿠팡플레이 출시에 관해 물었다) 쿠팡의 파괴력이 OTT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나?

기존의 로켓와우 서비스 회원들이 큰 자산, 로켓와우 멤버십 이용료 2900원으로 쿠팡플레이까지 이용할 수 있다는 가격 경쟁력이 가장 큰 부분이다. 다만, 아직 콘텐츠의 숫자가 많지 않고 다른 OTT와 차별화된 점이 보이지 않아 어떤 콘텐츠와 서비스를 추가적으로 공개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새로운 OTT의 등장이 다른 OTT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기 보다는, 여러개의 OTT를 동시에 구독하는 경향성이 더 확장돼 산업 전체가 커진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쿠팡페이를 결제하던 유저들이 공짜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는 점은 콘텐츠 유료 시장 사이즈 자체를 줄인다는 점, 콘텐츠가 공짜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콘텐츠 제작·유통 업계에서 큰 우려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

사람들이 몇 개정도의 OTT 서비스에 돈을 낼 의향이 있다고 보나?

미국에서는 가구단위로 4.5개의 OTT를 구독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아마 가구단위로 평균 세 개에서 다섯 개 사이의 OTT를 볼 거라고 저는 예상을 하고 있다.

세 개에서 다섯 개 사이에 들어갈 왓챠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이 시장이 돈과 오리지널 콘텐츠 만으로 되는 시장이냐는 질문을 하고 싶다. 퀴비의 예시가 있다. 2조원을 투자 받았고, 드림웍스 창업자이자 디즈니 회장 출신의 제프리 카젠버그가 창업했지만 6개월만에 사업을 접었다. 기존의 방식이 먹히지 않는 시장인데 기존의 방식을 따랐다고 생각한다.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때문에 잘됐다고 믿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넷플릭스의 첫 오리지널인 하우스 오브 카드는 2013년에 나왔다. 그리고 2015년까지 일년에 몇편씩 나오는 수준이었다. 2016년부터 오리지널 중심이 되었는데, 그러면서 롱테일을 많이 줄였다.

그런걸 살펴보면 넷플릭스에는 2012년까지 오리지널이 하나도 없었다는 말이 된다. 그 시점에 미국에서만 넷플릭스의 구독자가 2700만명이다. 그런 상황에서 오리지널을 했을 때 잘 된거지, 오리지널만 해서 잘 됐다는 건 아니라고 본다. 그게 정답이었으면 넷플릭스가 아니라 훌루가 잘됐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밨을때는 뭐가 정답일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저희가 하려는 포지션은 딴딴한게 남아 있다.  넷플릭스가 버린 영역이다. 그런 포지션을 역으로 (왓챠가) 미국에서도 할 수있다.

그런데 최근 왓챠 입장에서는 ‘화’가 날 법한 일이 꽤 있었다. 예컨대 왓챠가 꾸준히 반대해왔지지만 정부가 ‘넷플릭스법을 통과 시켰다

어떤 법이 만들어지든 제일 짚고 싶은 문제는 “한국 망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사실 그것만 해결이 되면 나머지 문제는 마이너할 것일 수있다. 한국 망비용이 미국이나 유럽의 일고여덟배 비싸다. 잘생각해보면 망 비용은 한국이 제일 싸야 한다. 전기도 싸고 땅도 좁아 비쌀 이유가 하나도 없다. 통신사끼리 경쟁을 안 하는데, 행정부나 입법부가 그냥 두니까 비싼 거다. 다른 나라는 연평균 39% 씩 단가가 하락한다. 한국은 엄청 오랫동안 (가격이) 안 내려갔다. 그런데 통신사들이 당당하게 주장하는 것이 “우리는 (가격을) 올린 적이 없다”다. 이거는 말이 안 되는 거다. 그러다보니까 망 비용이 엄청나게 차이가 나고 우리가 압도적으로 비싸게 된 거다.

우리나라는 아파트 단지 전산실에 광케이블 하나만 꽂으면 몇 천 세대가 볼 수 있는 건데 왜 비싸야 하느냐를 생각해보면 큰 문제가 있다. 아무리 이야기 해도 아무도 듣지 않고 아무도 답하지 않는다. 그게 제일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너무 비싸다.

그렇지만, 망 비용을 내리는게 당장 힘들지 않나

가격에 대해서 왜 그렇게 매겼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첫 단계라고 생각을 한다. 기본적으로 통신사는 국민의 주파수를 빌려서 사업을 하는 사업자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허가를 내주고 규제를 하는데 그게 제대로 동작하고 있지 않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거 같다. 통신사업자들이 전혀 경쟁을 하지 않고 있고 정부도 알고 있는데 방관하고 있다. 그래서 너무 비싸다. 한국 사업자들이 가장 큰 부담을 지고 있다. 단순히 망을 많이 쓰는 곳 말고, 모든 사업자에게 영향을 주는 일이다. 요새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안 하는 기업이 없는 걸로 안다. 한국 사업자 기반 전체를 약화시키는 일이다.

음원 저작권료를 둘러싸고도 음원저작권협회와 갈등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승인한 음원저작료 징수 개정안에 OTT 업체들의 반대가 심하다. 각 사별로 행정소송도 하겠다고 했는데?

OTT 협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논의를 하고 있다. 내년 초 쯤 협회를 통해 행정소송 등을 논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개별 회사가 말하긴 어려운 부분이다.

다만, 아주 큰 틀에서 말하자면 현재 음악저작권협회의 독점적 지위가 문제라고 본다. 이익의 갈등이라기 보다, 음저협의 독점 지위 때문에 다른 주체들은 아무거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아티스트가 개별적으로 자기 음원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가 없다.

일본을 시작으로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데

일본에 9월 중순에 론칭해서 데이터를 측정 중이다. 내년 상반기에 왓챠 저팬의 투자 유치를 별도로 할 생각이고, 준비 중에 있다. 일본 이후 동남아 진출을 생각하고 있었고, 올 하반기에 출장을 가려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계획을 말해달라

OTT와 관련해서는 아시아 전체에서 구독자 전체의 수를 수천만명으로 만드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또, 기본적으로는 왓챠피디아를 모든 문화영역으로 확대해나가는 것이다. 그게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방향성이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관련 글

4 댓글

  1. 좋은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3번째 문단에 “옭죄는” 은 “옥죄는”이 맞습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