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말하는 AI의 가치, 그리고 사례들

미세먼지가 가득했던 6일 서울 장충동에 위치한 신라호텔에서는 ‘구글과 함께 하는 AI 2019(AI with Google 2018)’ 행사가 열렸다. 지난 해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구글이 자사의 AI 기술을 전파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AI 하나를 주제로 행사가 개최된다는 것에서, AI가 구글의 비즈니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AI는 클라우드 전쟁에서 구글이 AWS나 마이크로소프트와 대결할 수 있도록 만드는 핵심 무기다. 지난 해에는 AI 분야의 스타 연구자 중 한 명인 제프 딘이 이 행사를 위해 방한하기도 했었다.

올해 행사의 문은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이 열었다. 존 리 사장은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신문 사회면에서 얼굴을 자주 볼 수 있었던 인물이다. 전직 옥시레킷벤키져 대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은 유해한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 존 리 사장이 관여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다시 구글코리아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 존 리 사장은 향후 ‘머신러닝 스터디 잼’을 정규 교육 프로그램으로 강화해 올해 개발자 1만명을 포함해 향후 5년간 개발자 5만명을 교육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머신러닝 스터디 잼은 참가자가 스터디 그룹을 구성해 머신러닝을 공부하고 소통하며 머신러닝과 AI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

존 리 사장은 “AI 기술이 한국 경제 발전의 중요한 원천이자 경제 성장의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구글은 대한민국과 함께 혁신하고 모두를 위한 AI를 실현할 수 있도록 국내 개발자, 학계, 기업, 스타트업 등과 활발하게 협업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지원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회 4차차산업혁명포럼 소속의 박경미(더불어민주당), 송희경(자유한국당) 의원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박 의원은 수학교육 전문가이며, 송 의원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이다. 외국계 기업의 사내 행사에 여야 의원들이 축사를 하는 것은 이례적인 모습이다. 구글이 한국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과거와 다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홍준성 구글코리아 엔지니어링 총괄은 ‘모두를 위한 AI’를 주제로 구글의 AI를 활용하는 사례에 대해 발표했다. 예를 들어 한 고등학생은 텐서플로를 이용해 인도와 차도를 구별해주는 AI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를 활용해 시각장애인들이 차도에 들어서는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

또 지진 에측에 머신러닝을 활용한 사례도 전했다. 기존의 수학적 방식보다 2배 이상 예측이 정확해졌다고 홍 총괄은 말했다.

홍준성 구글코리아 엔지니어링 총괄

그는 “도구를 처음 만들어 개발할 때는 어떻게 쓰일 지 예측하기 힘들다”면서 “AI의 잠재력을 바탕으로 모든 사람이 AI를 활용해 삶을 한 단계 더 향상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위해 구글의 프로덕트 매니저인 릴리 펭 박사가 한국을 찾았다. 의학을 공부한 그는 헬스케어 분야에서 AI가 이룬 성과를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의료계는 의사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의료장비 기술이 발전하면서 영상판독 등 봐야할 데이터는 많아졌는데 이를 볼 수 있는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방사선 전문의 부족은 전 세계 병원이 모두 겪고 있는 현상이라고 한다.

펭 박사는 AI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전했다. 사진의 병변을 보고 판단을 내리는 것은 AI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릴리 펭 박사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당뇨병성 망막증 판독이다. 이는 당뇨병 환자가 실명에 이르는 병이다. 초기에 발견하면 실명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 검진이 필수적이다. 구글은 54명의 안과 전문의와 함께 88만 건의 데이터에 진단 라벨링을 한 후 이를 머신러닝으로 돌렸다. 그 결과 일반 안과의를 넘어 망막 전문의의 정확도와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펭 박사는 전했다.

펭 박사는 AI가 의사를 대체하기보다는 AI가 의사를 돕는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예를 들어 유방암의 전이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림프절 검사를 해야하는데, 숙련된 의사도 놓칠 수 있다고 한다. 집중력이 떨어질 수도 있고, 못보고 지나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펭 박사는 이를 “건축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일”이라고 비유했다.

전문의는 암이 아닌 사진을 보고 암이라고 판단하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암을 보고 놓칠 가능성은 적지 않다. 지난 2017년 발표된 한 연구에선 숙련의도 제한된 시간 제약 하에서 미세한 암 전이 중 62%를 놓칠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AI는 반대다. 펭 박사에 따르면, AI가 암이라고 판단한 경우에도 암이 아닐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러나 암 사진을 보고 놓칠 가능성은 사람보다 낮다고 한다. 이에 대해 펭 박사는 “병리학자와 AI가 함께 진단할 때 정확도가 향상된다”고 말했다.

신경자 구글코리아 마케팅 총괄과 김천석 구글코리아 마케팅 매니저는 ‘사용자를 위한 AI’를 주제로 음성 인식과 자연어 처리 기술에 머신러닝과 인공지능 기술을 집약한 AI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와 구글 어시스턴트가 탑재된 음성 인식 스피커 ‘구글 홈’ 등 AI를 소개했다.

이날 행사에는 구글의 AI의 기술을 활용한 스타트업도 발표를 맡았다.

디플리(DEEPLY)이 이수지 대표는 아기 울음소리를 통해 아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서비스를 소개했다. 울음소리를 듣고 아기가 배가 고픈지, 아픈지, 기저귀를 갈아달라는 불편함인지 알려준다.
아기 울음소리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서 이를 구글의 머신러닝, 딥러닝 기술로 모델을 만들었다. 내부 정확도는 95%에 이르며 이를 상용화하기 위해 테스트하고 있다고 이대표는 설명했다.

교육 플랫폼 콴다(Qanda)를 운영 중인 매스프레소 이종흔 대표는 AI 기반의 문제풀이 서비스를 소개했다. 기존에는 학생이 질문을 하면 선생님이 풀이를 가르쳐주는 서비스를 진행했는데, 학생에 비해 선생님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심각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풀이 이미지 데이터를  AI 문자인식 기술로 분석해서 DB를 쌓았다. 그 결과 학생이 질문을 하면 AI 선생님이 문제를 풀이하는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

하이퍼커넥트 정강식 최고기술책임자는 온디바이스  AI 를 소개했다. 이는 클라우드가 아닌 단말기에서 돌아가는 AI다. 클라우드까지 데이터가 이동하지 않아 보안에 유리하고 네트워크 지연이나 서버 비용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단말기는 컴퓨팅 파워가 부족하고 소형의 신경망밖에 사용할 수 없으며, 운영체제나 CPU 등 다양한 단말환경에 맞는 AI를 각각 구축해야 한다는 점은 단점이다.

정 CTO는 텐서플로 라이트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전했다. 이는 텐서플로에서 학습된 모델을 모바일에서 사용할 수 있는 AI 프레임워크다. 하이퍼커넥트는 이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자사가 운영하는 글로벌 영상채팅 앱 ‘아자르’에 적용했다. 카메라에 담긴 사람의 성별을 구별하고, 배경화면과 사람을 구분해 배경을 바꿀 수 있는 기능 등 AI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 CTO는 아자르 이외에 새로운 서비스에도 AI를 적용할 방침을 전하며 “AI를 회사의 주요기술과 모든 제품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비즈니스를 위한 클라우드 AI’를 주제로 발표를 맡은 이지영 구글 클라우드 한국 총괄은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에 대한 소개와 함께 AI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산업 혁신에 대해 발표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관련 글

첫 댓글

  1. 청문회때 한글 모르는 척 영어로만 답했던 그 대표 아닌가.

    구글 코리아 좀 부끄러울 듯.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