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드 “AI가 실무 맡고 사람은 설계·책임지는 시대…에이전트 협업이 핵심”
“인공지능(AI)이 실무를 처리하고 사람이 승인을 해주는 방식은 이미 낡은 에이전트 팀의 형태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22일 서울 강남구 해시드 라운지에서 열린 ‘나이트로 트랙 데이(Nitro Track Day)’에서 “실무 주체가 사람에서 AI로 완전히 넘어갔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에이전트가 업무를 수행하고 사람은 업무 구조를 설계하고 목표를 설정하며 결과에 책임지는 조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사람은 더 이상 일을 하면 안 된다”며 “일은 에이전트가 하고, 사람은 구조를 설계하고 의도를 반영해 책임지는 역할을 맡게 된다”고 말했다.
과거 AI가 문제 해결을 돕는 도구였다면, 최근에는 업무를 직접 수행하며 사람과 협업하는 역할로 바뀌고 있다. 업계에서는 AI가 업무를 처리하고 사람이 중간 단계마다 승인하는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 방식에서 벗어나, 사람이 전체 업무를 감독하는 ‘휴먼 온 더 루프(Human-on-the-loop)’ 체계로 전환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휴먼 온 더 루프 체계에서는 사람이 반복적인 실무에서 벗어나 업무 구조를 설계하고 진행 상황을 관리하며 결과에 책임지는 역할을 맡는다. 에이전트는 사람의 지속적인 개입 없이 업무를 수행하고, 오류를 수정하며 작업을 이어가야 한다는게 김 대표의 분석이다. 그는 “에이전트가 자동으로 작동하면서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며 “휴먼 온 더 루프를 개인 차원이 아니라 조직과 팀 차원에서 구현하는 창업팀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해시드는 내부 조직에도 이 같은 업무 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직원들이 주말에 쉬는 동안에도 AI가 텔레그램을 통해 100여개의 풀리퀘스트(PR)를 자동으로 전송하며 업무를 이어간 사례를 소개했다. 해시드가 벤처빌딩 방식으로 개발한 아시아 지역 최적화 에이전트 서비스 브이(V)의 개발팀은 최근 한 달간 4100여개의 PR을 생성했다. 팀 내에서는 개인 및 팀 단위 에이전트가 서로 소통하며 일정 관리와 회의 티켓 생성 등을 수행한다.
텍스트나 만화책 장면을 바탕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AI 앱 몰피오(Morphio)도 에이전트를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한다. 김 대표는 “브이 개발팀은 제가 경험한 조직 중 가장 에이전트다운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며 “사람과 에이전트가 함께 팀을 이루고 각자의 역할을 나눠 일하는 창업팀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업 창업자들도 AI를 업무 동료로 활용하며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비개발자 출신으로 러닝 게이미피케이션 애플리케이션(앱) ‘프로’를 개발 중인 안정호 대표는 AI 모델별 특성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해결해야 할 문제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언했다. 안 대표는 “이제는 사람보다 AI가 제 말을 더 잘 알아듣는 시점이 온 것 같다”며 “메모리 성능이 향상되면서 AI가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실질적인 동료 역할을 수행한다”고 평가했다.
AI 활용에서는 작업 목적에 맞는 모델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AI 검색 최적화 사업을 하는 이재홍 어크로스 대표는 모든 작업에 고성능 모델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권총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에 대포나 핵무기를 가져와서 쓰면 오히려 시간이 오래 걸리고 효율이 떨어진다”며 “각 AI 모델의 역량과 적합한 분야를 파악해 상황에 맞게 선택해야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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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창업자의 기획 의도와 개발 기록이 차별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캐릭터 채팅 서비스 엘린 AI를 개발한 박정환 대표는 서비스의 구조와 작동 방식을 분석해 유사한 제품을 만드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이 쉬워진 상황에서 AI 활용 자체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에는 AI를 쓰는 것 자체가 능력이었지만 요즘은 누구나 사용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될 수 없다”며 “개발 과정에서 사소한 결정 하나하나에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 깃 커밋 메시지에 담아 팀에 전달한다”고 덧붙였다.
투자 업계에서도 AI와의 협업 역량이 스타트업의 주요 평가 요소로 거론된다. 단순히 업무 흐름인 워크플로를 자동화하는 것을 넘어, AI를 활용해 사용자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지가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박종호 해시드 심사역은 “벤처캐피털(VC) 투자를 받으면 스타트업은 팀 단위 협업 구조로 운영된다”며 “에이전트와 한 팀이 돼 일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당부했다.
박종호 해시드 심사역은 에이전트 기술 자체보다 사용자가 체감하는 서비스의 자연스러움과 처리 속도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AI로 특정 기능을 구현했다는 사실만으로 주목받았다면, 이제는 실제 사람과 소통하고 협업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심사역은 “AI로 만들었다는 사실에 감탄하는 시기를 지나, 이제는 실제 사람과 일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단계에 왔다”며 “사용자에게는 자연스럽게 소통하면서도 내부에서는 빠른 AI 엔진(Engine)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서비스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행사는 AI 제품 창업자와 개발자를 연결하고 지속적인 빌더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정해진 기간 동안 초기 기업을 지원한 뒤 종료하는 일회성 배치 프로그램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 대표는 “에이전트 코딩을 하는 분들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커뮤니티에서 공동 창업자를 찾거나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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