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잇단 정보 유출에 비상…AI로 커지는 해킹 위협
연이은 개인·신용정보 유출 사고로 금융권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사 해킹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된 인터넷주소(IP)를 전 금융권에 공유하고 자체 점검을 주문했다. 금융사들도 외부 침입 경로를 차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추가 취약점과 공격 가능성을 점검하는 등 대응 범위를 넓히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은 금융사 해킹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된 인터넷주소(IP)를 금융사에 공유하고, 해당 IP를 통한 침입 시도와 피해 여부를 자체 점검하도록 했다. 금감원은 최근 금융권에서 발생한 침해사고와 관련해 해킹을 시도한 IP 주소 33개를 확인했으며, 중복을 제외하면 28개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해당 IP와 일부 국가 정보를 금융권에 전달했다.
개별 금융사들도 사고 이후 점검 범위와 대응 수위를 넓히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일 직원용 모바일 업무지원시스템을 통한 외부 침해로 119명의 개인·신용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유출 정보에는 고객명, 전화번호, 주소, 암호화된 주민등록번호 등이 포함됐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달 30일 비정상적인 외부 접근을 통한 정보 유출 가능성을 인지한 뒤 해당 서버와 접근 경로를 차단했다. 이후 유사 취약점과 추가 침투 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내부 서버와 서비스 대상에 대한 전수 점검과 공격자 관점의 침투테스트를 진행했다. AI 점검 도구를 활용한 침투테스트도 수시로 실시하고 있다.
신한은행에서도 지난 1일 고객 2만5000여명의 대출 신청 관련 개인·신용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외부 비인가자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일부 서비스에 접근해 고객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출 정보에는 고객명, 전화번호, 연계정보(CI), 연소득, 산출한도 등이 포함됐으며 주민등록번호 66건, CI 97건도 포함됐다.
신한은행은 정보 유출 사실을 확인한 직후 전사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외부 IP 주소를 차단하는 한편 관련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후 2차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개인·신용정보 보호 체계와 관련 업무 절차를 점검하고 있다. 정보 유출 대상 고객에 대해서는 실제 피해 여부와 관계없이 보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같은 날 하나은행도 영업지원시스템(ODS)을 대상으로 한 외부 해킹 세력의 비정상적인 접근을 인지하고 시스템 차단과 비상 대응 조치를 완료했다. 조사 결과 총 89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유출 정보는 주민등록번호, 성명, 주소, 이메일주소, 전화번호, 휴대전화번호, 직장명 등이다.
하나은행은 침해 정황을 인지한 직후 해당 IP와 유사 시스템에 대한 긴급 차단과 점검을 완료하고 긴급 대응 태스크포스(TF)와 침해사고대응반을 소집했다. 또 AI 기반 보안체계 구축과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에 대응하는 차세대 디도스 대응시스템 고도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AI 기반 지능형 사이버 보안체계 전환’ 계획을 수립하고 과제를 도출해 단계별 로드맵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는 현재까지 외부 침해가 확인되지 않았다. 두 은행은 공격이 발생하기 전에 취약점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보안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외부 고성능 AI 기반 취약점 점검 솔루션과 자체 개발 도구를 활용해 취약점을 점검하고 있다. 외부 솔루션으로 티오리의 ‘진트’를 활용하며, 담당자가 점검할 홈페이지를 설정하면 솔루션이 점검이 끝날 때까지 스스로 취약점을 탐색하는 방식이다.
NH농협은행은 인증 우회와 비정상적인 대량 접속 등 이상행위 탐지를 강화하고, 외부에 불필요하게 노출된 접점을 점검해 차단하는 등 취약점 점검을 상시 수행하고 있다. 접근권한 관리와 중요정보 암호화, 이상행위 모니터링 등 다중 보안체계도 운영하고 있다. 향후에는 지능화되는 사이버 위협에 대응해 탐지·분석 역량을 고도화하고 임직원 보안교육과 내부통제도 강화할 계획이다.
보안업계에서는 최근 해킹 위협이 새로운 공격 기법의 등장이라기보다 AI를 활용해 기존 공격 방식의 효율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취약점을 찾고 공격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전문지식이 필요했지만, AI를 활용하면 공격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도 비슷한 유형의 침해사고는 있었지만 AI를 활용하면서 취약점을 찾고 공격하는 과정이 더 빨라진 것”이라며 “새로운 공격 기법이 등장했다기보다 기존 공격을 더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AI 활용으로 기존 해킹 공격의 속도와 효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금융권도 사고 이후 차단에 그치지 않고 공격 전에 취약점을 찾아내는 능동적인 보안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금융권이 획일적으로 망분리에 의존하기보다는 취약점을 미리 찾아내고 예방할 수 있도록 모의해킹을 강화하고 능동적인 방어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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