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존 독자 모델 확산하고 프론티어 집중 투자
“대한민국 인공지능(AI) 미래가 걸린 중요한 국가 사업인 만큼 현재 진행 중인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개발 사업은 지속하고, 또 한편으로 프론티어 AI 최고 수준 모델 개발에도 새롭게 도전해야 합니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지난 2일 서울 중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서울사무소 지하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발언했다. 이번 기자간담회는 최근 불거진 독파모 사업 축소 및 프론티어 AI 통합 논란과 관련해 과기정통부가 정부의 입장과 향후 정책 방향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류 제2차관은 정부 주도로 이루어진 지난 1년간의 성과를 먼저 짚었다. 그는 “지난 1월 아티피셜 어낼리시스(Artificial Analysis)가 소셜미디어(SNS) 엑스(X)에 올린 글을 보면 성장 모멘텀의 핵심 동력이 국가 주도 이니셔티브라는 해석과 함께 우수한 한국 주요 AI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며 “우리 생태계는 지속 확장 중이며 1년 전보다 훨씬 깊이 있고 경쟁력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이어 “영국 차관의 요청으로 화상회의를 진행했고 각국 대표단이 찾아와 이야기하는데 모두 한국의 험난한 여정을 부러워하고 높게 평가한다”며 “한국의 AI 생태계가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만 정책 방향이 바뀌는 계기로는 지난 4월 ‘미토스(Mithos)’ 모델 등장을 꼽았다. 류 제2차관은 “미국 정부가 미토스 프리뷰 출시를 단독으로 중단시켰고 프로젝트 참여 여부를 두고 애를 썼는데, 사이버 보안 측면에서 비대칭 무기 같은 엄청난 성능의 모델이 나왔다”며 “가장 우방국이자 동맹국인 우리한테도 전혀 노티스 없이 출시를 막았고 아무 대책 없이 플러그가 뽑힌 아찔한 상황을 겪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AI가 일종의 국가 안보 전략 자산이라는 인식을 미국 정부가 확고히 갖는 상황에서 우리가 현재의 발전 궤도를 계속 유지할지 아니면 전면적인 새로운 대응이 필요한지 고민했다”고 전략 수정 배경을 밝혔다.
류 제2차관은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수렴해 정책 방향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참여 기업과 대학 교수 및 위원들에게 질문서를 돌려 서면으로 의견을 받았고 6월 중순까지 장시간 토론을 거쳤다”며 “미토스 이후 글로벌 경쟁 차원이 완전히 달라졌으며, 기존 방식 유지나 그래픽처리장치(GPU) 추가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해 모든 자원을 한곳에 집중해야 기술 격차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공통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투자 규모 확대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지금 독파모에 2000억원 정도가 투입된다면 내년도 프론티어 사업 4조5000억원 편성을 계산할 때 무려 25배 차이가 난다”며 “단순히 1000장씩 지원하는 수준으로는 미토스급을 쫓아가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대규모로 출자하고 민간 투자가 매칭돼 스케일이 완전히 다른 차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질의응답에서는 정책 일관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당초 공모 안내와 달리 지원 규모가 축소되거나 사업 주체가 변경될 경우 기존 참여 기업의 피해가 불가피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에 류 제2차관은 독파모 사업을 통해 기업들이 경쟁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성과와 한계를 설명했다. 그는 “공공 그래픽처리장치(GPU)가 1개도 없던 황무지에서 1000장 가까운 자원을 쓴다는 건 큰 혜택이었고, 탈락한 기업도 이 과정이 없었으면 성취를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며 “경선 방식을 적용하다 보니 탈락 기업에 패자라는 낙인 효과가 크게 작용했던 부작용은 사실”이라고 한계를 인정했다.
반면 투트랙 병행에 따른 기존 사업 중단 의혹에는 선을 그었다. 류 제2차관은 “과거 소프트웨어 중심 대학 사업을 AI 중심 대학으로 전면 재설계해 전환했다고 해서 이를 중단으로 보지 않는다”며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독파모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코 달라지지 않았고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담회에 동석한 최동원 과기정통부 인공지능인프라정책관(국장) 역시 “단순한 숫자 논리로 사업자를 계속 줄여나가는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게 맞느냐”며 “훌륭한 AI 모델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달려온 것이며, 그런 측면에서 평가와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향후 세부 일정과 자원 배분 계획을 구체적으로 공유했다. 우선 3차 평가를 예정대로 진행해 상위 2개 정예팀을 최종 선정한다. 류 제2차관은 “3단계 경쟁을 뚫고 남게 되는 2개 기업이 새로운 판에 동참할 때 다른 경쟁자 대비 어떤 수준의 우대 혜택을 주는 것이 합리적일지 심도 있게 고민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신규 공모 및 평가 일정에 대해서도 류 제2차관은 “내년 1월 말까지가 온전한 사업 수행 기간이고 평가 완료는 2월 중순 정도가 될 것”이라며 “12월 국회 예산 승인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면 내년도 프론티어 사업 수행 주체 공모를 지체 없이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AI 모델 개발에 필수적인 대규모 GPU 자원과 학습용 데이터를 정부가 기업에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핵심 인프라 사업도 이어간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3일 배포된 보도설명자료를 바탕으로 “별도 예산 투입 없이 정부가 직접 구매한 GPU를 현물로 지원하고, 귀중한 데이터는 프론티어 기업에 일정 수준 개방해 돕는다”고 설명했다. 또 “B200 기준 2만9000장 확보 등 세부 자원 배분 계획을 짜고 있으며, 추가 물량을 확보해 산업 현장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원민 기자>wmkim627@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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