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상담·심사까지…증권사 업무에 들어온 AI
증권사의 AI 고민이 ‘어떤 모델을 쓰느냐’에서 ‘현업에서 쓸 수 있는 환경과 데이터를 갖췄느냐’로 옮겨갈 전망이다. 생성형 AI가 문서를 읽고 요약하고 답하는 일까지 맡으면서, 리서치·상담·심사 같은 내부 업무뿐 아니라 투자정보 제공과 자산관리 같은 고객 서비스에도 AI가 쓰이고 있다. 최근에는 목표를 주면 여러 단계의 일을 스스로 처리하는 ‘AI 에이전트’도 업무에 들어왔다.
국내 증권사들은 각사의 사업에 맞춰 AI를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실제 업무에 적용하고 있다. 고객이 AI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새로운 방식도 찾고 있다. 바이라인네트워크는 이번 시리즈에서 국내 증권사의 AI 현황과 변화, AI가 업무와 고객 서비스에 미칠 영향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기획] 증권사 AI 활용 어디까지 왔나 ①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글로벌 AI 시장이 2023년 1890억달러(약 261조원)에서 2033년 4조8000억달러(약 6624조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10년 만에 25배로 커진다는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금융과 AI를 접목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금융 분야 AI 특허 출원은 2015년 20건에서 2023년 약 380건으로 늘어나며 19배 증가했다.
증권사가 AI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다루는 정보가 많고 업무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시장·기업·상품·고객 데이터를 분석해야 하고, 투자정보 제공과 주문, 상담, 리스크 관리가 빠르게 이어진다. AI는 이 과정에서 데이터를 분류·분석하고, 문서를 작성하고, 반복 업무를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다.
과거 증권사의 AI는 숫자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이상거래를 찾아내는 일이 중심이었다. 생성형 AI가 나오면서 문서를 읽고 요약하고 질문에 답하는, 글로 하는 업무까지 AI가 맡을 수 있게 됐다. 직원의 문서 작업을 줄이는 동시에, 고객이 AI로 직접 정보를 얻는 길도 열린 셈이다.
증권사 AI, 어디에 쓰이나
증권사의 AI 활용 영역은 크게 위탁매매(고객 주문 대행), 자기매매(증권사 자기 자금 투자), 자산관리, 투자은행(IB), 시장감시 다섯 가지로 나뉜다.

위탁매매에서는 고객 문의에 AI가 자동으로 답할 수 있다. 상담 기록을 분석해 고객이 어떤 정보를 찾는지 파악하는 데도 쓸 수 있다.
자기매매에서는 시장과 기업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해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정리하고, 환율과 리스크를 분석하는 데 AI가 쓰인다. 컴퓨터가 초단타로 주문을 내는 고빈도거래(HFT)도 AI를 적용하는 분야다.
자산관리에서는 고객의 투자 성향과 재무 상황을 분석해 금융상품을 추천하고 투자정보를 제공한다. AI가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 주는 로보어드바이저가 대표적이고, 고객에게 필요한 시장 정보를 요약해 주는 기능도 있다.
투자은행(IB)에서는 기업 신용평가, 사업 분석, 주식 가치 평가처럼 기업 정보를 모아 비교·분석하는 일에 AI를 쓸 수 있다. 다만 인수합병(M&A)처럼 규모가 크고 법적 위험이 높은 업무는 AI 오류가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도입이 저조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감시는 불공정거래나 자금세탁이 없는지 거래를 살피는 업무다. 글로벌 은행과 증권사는 머신러닝 기반의 자금세탁방지(AML)·이상거래탐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AI가 대규모 거래 데이터에서 의심 거래를 골라내고 오경보를 줄이면, 심사 인력이 위험도가 높은 거래에 집중할 수 있다.
AI의 의미는 단순히 사람이 하던 업무 일부를 대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고객이 정보를 얻고 투자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비대면 질의응답과 개인화된 정보 요약, 규정과 상품 문서의 생성·점검, 상담 이력과 시장 정보를 결합한 분석 등이 대표적이다. AI가 문서와 규정을 해석하고 필요한 내용을 정리하는 단계까지 들어오면서 기존의 업무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증권사가 AI를 쓰는 방식은 직원 업무를 돕는 데서 고객 서비스까지 넓어지고 있다. 고객이 질문하면 AI가 답하고, 상담 이력과 시장 정보를 합쳐 고객에게 맞는 정보를 요약해 주는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반복 업무는 AI가 맡고, 직원은 분석과 판단이 필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다. 고객은 자신에게 맞는 투자정보와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증권사의 AI 도입 고민은 어떤 모델을 쓰느냐보다 AI를 실제 업무에 쓸 수 있는 환경을 갖췄느냐로 옮겨갈 전망이다. 실제 현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AI 환경을 구축하고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한편, AI를 활용할 수 있는 인력과 업무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주식·상장지수펀드(ETF)·채권·펀드 등 투자상품에 대한 AI 기반 투자관리와 자산관리 서비스의 고도화와 함께 내부 업무의 효율성과 비용 구조를 개선하는 것도 주요 과제가 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는 AI를 활용한 금융서비스와 기업금융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증권사의 중요한 과제”라며 “AI가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 증권사의 업무 방식과 투자정보 제공, 고객 접점을 바꾸는 기술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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