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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 플래티어는 어떻게 AI 에이전트 회사가 되었나

“위기가 오고 있다.”

지난 2022년, 플래티어 직원 간담회에서 이상훈 대표가 꺼낸 화두다. 당시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정점이었다. 오프라인 활동이 축소돼 이커머스와 같은 온라인 회사들이 급성장하던 시기였다. 이커머스 운영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는 플래티어 역시 그해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었다.

이상훈 대표는 급성장 시기에 ‘위기’를 외쳤다. 외부 환경 요인으로 회사가 성장하고 있지만, 이후에 대한 준비가 없으면 성장이 곧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호황의 정점에서 위기를 예견한 경영자의 판단은 이후 2년간 현실이 됐다. 팬데믹이 끝나면서 이커머스·디지털전환(DX) 수요가 급격히 얼어붙었고, 회사는 2023년부터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하지만 위기를 예감한 덕분에 변화에 대비할 수 있었다. 플래티어는 원래 대기업에 이커머스 플랫폼을 공급, 구축하는 비즈니스가 핵심 사업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끝난 지 3년이 지난 현재는 이커머스라는 산업을 뛰어 넘은 에이전트 AI 플랫폼 회사로 영역을 확장했다. 이커머스 및 리테일 기업뿐 아니라 은행 등 금융권을 새로운 고객으로 맞이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 플래티어 본사에서 이상훈 대표를 만나 그 3년의 변화와 AI 기업으로 변신해가는 플래티어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커머스 SI에서 출발해 데브옵스를 배우다

플래티어는 2005년 설립된 이커머스 솔루션 기업이다. 이 대표는 1999년부터 이커머스 업계에 몸담았다.

플래티어가 이커머스 플랫폼을 넘어 방향을 넓히기 시작한 건 2010년대 중반이다. 롯데온을 비롯해 국내 유통 대기업의 대형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하며 프로젝트 규모가 커졌고,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머물던 회사는 소프트웨어 인프라 설계와 클라우드 전환까지 떠안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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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숙제를 풀기 위해 회사는 데브옵스 전문기업 모우소프트를 인수했다. 모우소프트는 지라·컨플루언스 같은 글로벌 데브옵스 솔루션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에 공급하고 기술 지원·컨설팅을 해온 회사였다. 플래티어는 모우소프트의 역량을 롯데온 등 자사가 수주한 대형 프로젝트 운영에 투입했고, 이 경험이 쌓이면서 데브옵스는 플래티어의 또 다른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그렇게 성장한 조직이 지금의 IDT(인텔리전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사업부다. 현재 회사 매출의 20~25%를 담당하고 있으며, 기업의 소프트웨어 기획·개발·배포·테스트 전 과정을 관장하는 사업이다.

정점 뒤에 온 위기, 그리고 적자 2년

플래티어라는 사명은 ‘플랫폼(Platform)’과 ‘엔지니어(Engineer)’, ‘프론티어(Frontier)’를 합친 말이었다. 이커머스를 중심에 두되 DX 플랫폼 기업으로 정체성을 넓히겠다는 뜻이었다.

예견했듯 호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2023년 엔데믹이 시작되면서 DX 수요가 꺾였고, 이커머스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플래티어는 상장한 지 2년만에 적자로 전환됐다. 이 대표는 당시를 “새롭게 뭔가 준비해야 한다고 판단한 시기와 대외 환경이 나빠진 시기가 겹친 때”라고 돌아봤다. 미래 먹거리 준비를 위해 투자를 늘렸는데, 마침 대외 환경이 나빠지면서 적자가 커졌다는 것이다.

이 대표에 따르면 2023년부터 회사는 제품 개발에 35억~6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했다. 이 시기 이커머스 시장이 축소되면서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가 줄었다. 여기에 SI 인력 단가 하락까지 겹쳤다. 2022년 인당 1200만~1300만원이던 기술 인력 단가는 2024년 10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인력 단가 하락은 곧바로 매출과 수익성 저하로 이어졌다.

투자와 시장 위축이 겹치며 2년간 이어진 적자였지만, 같은 기간 회사 안에서는 다른 변화도 함께 일어나고 있었다. 매출을 이루는 구성 자체가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2022년 전체 매출의 78%를 차지하던 SI 매출 비중은 점차 줄었고, 대신 솔루션·라이선스 기반 매출 비중이 22%에서 40%까지 늘었다. 인력을 투입해 프로젝트 단위로 매출을 내는 SI 대신, 제품을 만들어 파는 구조로 회사의 무게중심이 옮겨간 것이다.

이 대표는 “올해는 내부적으로 최소한 에비타(EBITDA)에서는 이익이 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3년부터 이어진 적자 국면이 올해 끝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커머스에 AI를 붙이려다 만든 에이전트 플랫폼

적자를 감수하며 쏟아부은 투자금의 상당 부분은 자사 이커머스 솔루션 ‘엑스투비’에 AI를 붙이는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그 결과물이 지금 플래티어의 차세대 핵심 제품으로 꼽히는 에이전트 AI 플랫폼 ‘엑스젠’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런 큰 그림 아래 기획된 제품은 아니었다. 출발점은 단순했다. 이커머스 솔루션에 검색·추천 같은 AI 기능을 붙이는 일이었다.

2022년 11월 챗GPT가 출시된 이후, 2023년 하반기부터는 다양한 오픈웨이트 모델이 쏟아져 나왔다. 플래티어 연구소는 이 시기부터 여러 LLM을 이커머스에 붙여보는 실험을 계속했다. 이 대표는 “오픈웨이트 모델을 다양하게 붙여봤고, 파인튜닝도 해봤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 생겼다.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이를 다시 이커머스 솔루션에 붙이는 작업을 반복해야 했는데, 이 작업엔 매번 상당한 개발 리소스가 들었다. 서버와 인프라도 충분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LLM으로 AI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일 자체에 체계화된 방법론과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나온 개념이 ‘LLM옵스’다.

2024년 3월 사내 행사에서 이 개념의 초안이 처음 공개됐다. 이커머스 솔루션에 붙일 수 있는 챗봇을 시연하는 수준이었다. 처음엔 플래티어 자사 솔루션에 에이전트를 붙이기 위한 개발 도구였지만, 점차 기능이 확장되며 어떤 업종의 기업이든 자기 업무에 맞는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는 범용 플랫폼으로 바뀌었다. 2025년 3분기 정식 제품으로 나온 게 지금의 AI 에이전트 플랫폼 ‘엑스젠’이다. ‘엑스젠’은 기업이 부서별·업무별로 흩어져 만드는 여러 AI 에이전트를 하나의 체계 안에서 관리하는 플랫폼이다. 첫 타깃은 오랜 고객인 롯데홈쇼핑이었다.

하지만 엑스젠은 이커머스나 리테일이라는 산업의 벽에 갇히지 않을 수 있었다.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려는 기업이 유통업체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객군은 금융권으로 확장됐다. 대표적인 금융권 고객사는 제주은행이다. 제주은행을 기점으로 플래티어의 금융산업으로의 진출이 가속화되는 중이다.

이커머스 솔루션을 넘어

지금까지 플래티어를 아는 이들은 이 회사를 ‘이커머스 소프트웨어’ 회사라고 생각했다. 틀린 관점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더 이상 이커머스라는 한정된 영역에 머무르지 않을 것임을 확실히 했다. 이커머스 소프트웨어 기업이 아닌 AI 기업으로의 전환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다.

대표적인 모습은 플래티어가 지난해 오픈AI로부터 ‘실버 토큰’을 받은 장면이다. 오픈AI가 자사 API를 많이 활용하는 회사에 수여하는 상이다. 국내에서 이 시기 실버토큰을 받은 곳은 2~3곳에 불과하다. 플래티어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AI를 활용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심지어 이 토큰은 순수하게 자체 제품 개발 과정에서 쓰인 것이라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지금까지 플래티어를 아는 이들은 이 회사를 ‘이커머스 소프트웨어’ 회사로 기억한다. 이 대표는 이 정체성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회사의 무게중심을 AI 쪽으로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이커머스라는 정체성을 단번에 떼어내기는 어렵겠지만 이커머스 솔루션 기업에서 AI 커머스·에이전트 커머스 기업으로, 다시 AI 인프라 기업으로 넘어가는 단계적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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