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칩의 50% 가격 맞춰야”… 국산 NPU, 가성비로 승부수
“중국 칩과 비교했을 때 성능이 좋아야 했고, 그 다음은 가격이었다. 중국 칩의 50% 수준 가격을 요구하는 것에 맞춰줄 수 있어야 한다.”
조재홍 딥엑스 상무는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산 NPU 수출 확대 및 판로 다변화를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중국의 네이버 격인 바이두에 NPU를 공급했을 때 요구받았던 조건을 전한 것이다. 이날 참석한 국내 신경망처리장치(NPU) 기업과 AI 인프라 업계 관계자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가격과 전력 효율을 앞세워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조 상무는 칩을 작고 저렴하게 만들고 소비 전력을 5와트 이하로 낮춰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도 자사 NPU ‘레니게이드’의 가성비를 강조했다. 그는 업스테이지의 다음(Daum) 오버뷰 서비스에서 실제 트래픽을 처리하는 비교 사례를 소개하며, 레니게이드가 엔비디아 H200보다 20~30% 느리지만 실제 서비스에 사용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H200의 가격은 레니게이드보다 약 5배 높다는 게 백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전성비나 가성비를 생각하면 기업에서 충분히 매력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김장우 망고부스트 대표 역시 “결국에는 가성비에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와 AMD의 GPU 수요가 높아 대체 제품에도 기회가 열리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향후 공급 상황이 달라지면 어떤 시스템이 더 빠르고 저렴한지를 두고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들은 이러한 경쟁력을 실제 고객에게 입증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실증과 초기 시장 형성을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해외 PoC 사업이 공통적으로 강조됐다. 조 상무는 “과기정통부의 해외 실증 지원 사업이 큰 도움이 됐다”며 “대만 산업용 PC 업체에 NPU를 공급한 사례도 과기정통부 해외 실증 지원 사업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위한 해외 파견 출장이나 사무실 운영에 해외 실증 프로그램 예산이 유용했다는 설명이다.
실증 지원 요구는 다른 기업들의 제언에서도 반복됐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실증을 토대로 실제 서비스가 일어나야 하고, 이를 중심으로 확산해 결국 글로벌 레퍼런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고, 김주영 카이스트 교수 겸 하이퍼엑셀 대표는 “국가에서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것은 대규모 레퍼런스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통적으로 나온 풀스택 레퍼런스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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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는 개별 칩의 성능 검증을 넘어 전체 시스템을 실제 서비스에서 검증해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졌다. 칩과 서버,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등을 함께 구성하는 ‘풀스택’ 역량이 있어야 비용을 낮추고 해외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주영 교수는 국산 NPU의 주요 격차 요인을 ▲레퍼런스 부족 ▲조달 능력의 한계 ▲소프트웨어 생태계 격차로 정리했다. 칩 성능이 좋아 실증을 통과하더라도 고객이 대량 공급을 요구하면 스타트업의 생산 역량이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100개 정도까지 잘 만드는 것과 1만개를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고 말했다.
이를 해결할 방향으로는 칩이 아닌 ‘워크로드 해법’의 수출을 제시했다. NPU와 최적화 소프트웨어, AI 모델을 묶어 특정 작업에 맞는 시스템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중동의 자국어 특화 거대언어모델(LLM), 정부 민원, 금융 서비스 등이 예로 제시됐다. 김 교수는 “NPU 회사와 최적화 소프트웨어 회사, 모델 회사까지 패키지로 묶어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목표 시장도 구체화해야 한다고 봤다.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초대규모 AI 학습 인프라와 정면으로 경쟁하기보다 중소규모 추론 데이터센터와 온디바이스·엣지 시장을 공략하자는 제안이다. 두 시장은 절대적인 성능보다 전력 효율과 총소유비용(TCO)이 중요해 국산 NPU의 강점을 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뒷받침할 정책으로는 공공조달을 통한 첫 사용 실적 확보, 지속적인 성장자금 지원, 대기업·스타트업 간 소프트웨어 협력을 제시했다.
소프트웨어와 함께 시스템을 구성하는 네트워크 역량도 풀스택 경쟁력의 한 축으로 꼽혔다. 김장우 대표는 가속기와 서버를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AI 모델이 커질수록 여러 가속기와 서버에 작업을 나눠야 하므로 칩의 연산 성능뿐 아니라 데이터를 주고받는 속도가 시스템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그는 엔비디아가 GPU에 자체 연결 기술과 네트워크 장비를 결합한 시스템을 판매하고 있어 국산 NPU가 기존 시스템에 진입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하드웨어의 성능 차이를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최적화로 좁힐 수 있다고 봤다. 김 대표는 AMD GPU에 망고부스트의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성능을 높인 사례를 소개하며 “소프트웨어만 잘 짜도 하드웨어 성능이 절반 정도여도 따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애플이 삼성보다 스마트폰 사양만 따졌을 때는 이기는 점이 별로 없지만, 전체적인 성능을 합치면 이긴다”며 “합쳐진 부분에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도 생태계 관점의 접근을 요구했다. 표준화된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AI 반도체는 칩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 판매하기 어려운 ‘생태계 비즈니스’라는 설명이다. 앞으로 각국이 범용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특정 분야에 특화된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만큼 국내에서도 이를 겨냥한 풀스택 활용 사례를 확보해야 한다고 봤다. 안 전무는 “풀스택 패키지로 상용화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부가 특정 분야를 목표로 풀스택 패키지를 구축해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홍상균 정보통신산업진흥원 AI반도체본부장은 풀스택과 레퍼런스를 핵심 키워드로 꼽으며 지원 방향을 설명했다. 그는 “2년간 단일 서비스 중심의 소규모 PoC를 지원하다 보니 확장성이 상당히 제한됐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대규모 풀스택 레퍼런스 지원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본부장은 칩이나 서버 단위의 개념 검증에서 나아가 랙·데이터센터 규모로 상용성과 사업성을 입증하도록 지원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그는 “역량을 결집하려면 NPU만으로는 안 된다”며 “NPU와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스토리지, 서버를 포함한 국산 풀스택으로 대규모 대응하자는 것이 내년의 큰 방향성”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오민선 기자> omsoms94@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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