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팀 없는 회사 만들자”…김봉진이 이런 목표 세운 이유
“대관팀이 필요 없는 회사 만들자. 기자를 많이 만날 필요가 없는 회사를 만들자.”
김봉진 배달의민족 창업자가 재창업 당시 구성원들과 나눴다는 말이다. 대관팀도, 언론 대응도 필요 없는 회사란 곧 규제나 사회적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사업을 뜻한다. 그만큼 그는 이전 사업에서 규제와 여론의 압박에 시달렸다는 얘기다.
김 의장은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S6에서 열린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 10주년 미디어데이에서 이같이 말하며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다른 산업을 하려고 지금은 소비재 쪽을 많이 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란데클립이 하고 있는 커피믹스 등 F&B, 종이장난감, 골프웨어 등의 사업은 전통산업과의 마찰이 적어 규제나 여론에 덜 민감한 편이다.
이날 미디어데이에는 김봉진 초대 의장, 박재욱 3대 의장, 한상우 4대 의장, 김재원 현 의장이 참여해 토론과 대담을 펼쳤다.
김봉진 의장은 코스포의 출발점부터 규제 문제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콜버스를 둘러싼 규제 논란이 커지면서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30명 가량 모였다”며 코스포의 초기 상황을 설명했다. 콜버스는 심야 시간 승객들을 모아 전세버스로 실어 나르는 서비스로, 택시업계 반발과 규제 당국의 제동에 부딪혀 결국 사업 모델을 바꿔야 했던 대표적 모빌리티 규제 사례다. 콜버스와 같은 사회적 갈등이 벌어지면 초기 기업들은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웠기에 연대를 하게 되었다는 사연이다.
출범 당시의 고민은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다. 김봉진 의장은 “아직 1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협회가 규제 문제를 얘기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타다 사태가 업계에 안긴 좌절감과 상실감을 자신도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에 혁신기업이 계속 나타날 수 있을까, 꼭 그 문제를 그렇게 극단적으로 풀어야 했었나”라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타다를 이끌었던 박재욱 3대 의장은 당시 사회적 합의를 만들 시간이 부족했다고 돌아봤다.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동안 기존 산업과 충분히 대화하고 협업 구조를 마련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는 “돌아가면 좀 더 천천히 성장하는 게 맞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든다”며 “충분히 이야기를 하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 수 있을 만한 시간이 굉장히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제도적 과제로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을 꼽았다. 법에서 허용한 사업만 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대신 금지하지 않은 영역에서는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의장은 “미국 같은 나라에서 많은 혁신이 일어나는 근원은 네거티브 규제에 있다고 생각을 한다”며 새로운 시도를 통해 혁신이 생긴 후에야 그에 맞게 제도가 정비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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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우 4대 의장은 스타트업이 자유롭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시장을 요구했다. 대기업과 거래하거나 최근 닥터나우 사태처럼 기존 직업 단체와 부딪치는 과정에서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과 경쟁이 가로막히는 상황을 지적했다. 비대면 진료·처방약 배달 플랫폼 닥터나우는 의사협회·약사회 등과 수년간 마찰을 빚었고 최근 국회에서 규제 법안까지 통과돼 스타트업 업계가 ‘제2의 타다금지법’이라며 반발한 바 있다
한 의장은 “보호 속에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승리하고 싶은데, 이 시장이 별로 자유롭지 않고 별로 공정하지 않은 것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사업자들이 그들만의 길드를 구성하고 중세 경제를 운영하는 것 같은 상황들을 마주한다”며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을 만드는 것이 정부가 해줘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원 현 의장은 규제를 둘러싼 조율을 지속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입법 기관인 국회와 새로운 사업을 만드는 기업 사이에서 의견 차이는 계속 생길 수밖에 없는 만큼, 코스포는 그 사이의 소통 방식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재원 의장은 “국회, 정부, 사회단체와 더 많은 소통을 해야 한다”며 “코스포의 소통 방향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창업자들이 국회와 정부에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율할 수 있도록 코스포가 경험을 공유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담에 이어진 향후 비전 발표에서는 규제 혁신의 방향을 제시했다. 김재원 의장은 “규제 혁신이 규제를 무조건 없애자는 주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필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이 충분히 실험될 수 있게 하고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에 맞는 새로운 규칙을 빠르게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혁신의 속도와 제도의 속도를 맞추는 것이 앞으로 저희가 해야 될 규제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오민선 기자> omsoms94@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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