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규제 관점 아닌 AI 경쟁력 정책으로 접근해야”

AI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국내 플랫폼 정책이 여전히 과거의 규제 프레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AI 확산으로 플랫폼이 AI 기술과 이용자를 잇는 핵심 통로로 떠올랐지만 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플랫폼을 AI 생태계의 한 축으로 보고, 규제는 기업 규모보다 실제 경쟁 제한과 이용자 피해를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플랫폼= AI 생태계 구성 요소…플랫폼 고려한 AI 정책 나와야”

22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플랫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과제’ 세미나에서 이경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박사는 AI 시대 플랫폼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2026년 플랫폼 생태계는 코로나19로 급성장했던 5년 전과 다른데, 한국은 아직까지도 과거의 플랫폼 규제 논의에 머물러 있다”며 “플랫폼을 바라보는 시각을 AI 시대에 맞춰 바꾸고, 플랫폼 정책 또한 AI 정책 일환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플랫폼의 역할은 “AI를 활용하고 확산하는 핵심 통로”다. 이 박사는 “이용자 입장에서도 전문 지식 없이 플랫폼을 통해 AI 기술을 활용하고 혜택을 누리는 사례를 볼 수 있다”며 “(플랫폼은) 기존 서비스에 AI를 더해 고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플랫폼은 단순히 AI 기술을 활용하는 사업자를 넘어 AI 생태계를 구성하는 한 축이라는 설명이다. 이 박사는 “플랫폼 생태계를 AI 생태계에 있는 하나의 요소로 봐야 한다”며 “경쟁력은 컴퓨팅부터 모델, 데이터, 플랫폼까지 연결해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AI로 고도화된 플랫폼에서 축적된 이용자 피드백 데이터가 모델 개선과 인프라 재투자, 다시 서비스 혁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이 AI 생태계의 한 축으로 편입되면서 경쟁 상대와 경쟁 방식도 달라졌다. AI로 시장 경계가 확장되면서 플랫폼 경제가 복합적이고 다층화돼 전개되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이 박사는 대규모 자본을 지닌 글로벌 AI 회사와 플랫폼 기업 등이 하나의 플랫폼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앤트로픽, 오픈AI가 대표적인 예시다. 구글과 메타 등도 AI 회사로 변화하고 있다.

이 박사는 “AI 기업과 플랫폼 기업이 이제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구글은 이제 서비스와 AI 모델, 인프라를 모두 운영하는 사실상 AI 풀스택 기업이고, 과거 플랫폼 빅테크라고 불리던 기업들 또한 AI 풀스택 기업으로 전환하며 복합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박사는 플랫폼 산업 정책을 AI 시장 관점에서 구축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AI 시대에는 (규제가 아니라) 플랫폼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서비스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게 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AI 경쟁이 애플리케이션 단계로 진입하면 우리나라에 기회가 된다”면서 “미국과 중국이 서비스 생태계 표준을 선점하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들어가기 늦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플랫폼 정책의 향후 방향성으로 ▲국내 플랫폼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로 플랫폼 정책 목표 재정립 ▲인프라 모델 데이터 플랫폼 서비스 간 연계 강화와 정책 정합성 제고 ▲AI 기술과 역량 확보 정책을 시장 가치를 창출하는데까지 연결 등으로 제안했다. 또 규제 또한 단순 규모보다는 실질적인 경쟁 제한 행위와 플랫폼 생태계 혁신 저하 여부를 중심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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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플랫폼을 둘러싼 산업 환경 자체가 달라진 만큼, 규제 방식 역시 기존의 일률적 사전규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이날 또 다른 발제자로 참석한 선지원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의 직접 규제 범위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지난 7월 시행된 전자상거래법을 통해 새로운 플랫폼 의무가 생겼다. 또 불법정보 및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대응 의무나 AI 기본법에 따른 규제 가능성 등도 새로 생긴 규제다. 정보통신망법을 통한 사이버보안 의무도 규제화되는 방향이다.

그러나 선 교수는 플랫폼 직접 규제 강화의 당위성과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직접적인 규제를 새로 구축할 만한 시장 실패가 있나”라고 물으며, “플랫폼이 복잡한 가치 사슬이 있는 만큼, 직접 규제 방식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집행력이 결여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일률적 기준에 따라 행위와 콘텐츠를 규제하면 여러 서비스를 누리고 싶은 이용자의 후생을 저해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인터넷 모델이 자율 기반인데 일률적인 기준의 규제가 부합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의 복잡성을 고려해 규제권자의 산업에 대한 상세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며 “잘 이해했다면 일률적인 규제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 교수는 플랫폼이라는 사업자 유형 자체보다 구체적인 행위와 그 효과를 중심으로 규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플랫폼 자체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일어나는 행위를 바라보고, 그 행위의 효과를 바라봐야 한다”며 “이용자에 대한 해악이 현실화되었을 때만 규제를 하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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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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