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세계 최초’보다 먼저였어야 할 것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는 시장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새로운 산업을 만들었다는 의미이고, 기존에 없던 가능성을 열었다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음악과 금융을 결합하려는 시도들이 이런 맥락에서 등장했다. 좋아하는 음악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투자한다는 발상은 기존 금융상품과 다른 새로운 경험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됐다.
뮤직카우는 음악과 관련된 저작권 중 저작재산권과 저작인접권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해 투자상품을 만들어왔다. 문화 콘텐츠를 자산으로 바라보는 관점 자체는 분명 의미 있는 발상이었다.
하지만 금융상품은 아이디어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투자자가 무엇을 보유하는지 명확히 알 수 있어야 하고, 예상되는 위험을 관리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어야 한다.
최근 바이라인네트워크가 단독 보도한 동일 음원의 이중 활용 문제는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가수 윤종신의 ‘내일 할 일’이라는 노래는 ‘2013 월간 윤종신 Repair 2월호’와 ‘행보 2013 윤종신’이라는 음반에 실려있다. 새로 녹음한 게 아니라 하나의 음원을 두 개의 음반에 실은 것이다. 그 과정에서 두 개의 저작인접권 등록부에 올라갔다.
뮤직카우는 이 두 저작인접권을 매입했다. 그리고 각각의 권리를 투자 상품과 담보로 활용했다. 물리적으로 하나의 음원이 이중 활용된 셈이다.
많은 투자자는 자신이 ‘저작권’ 투자한다고 이해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저작권 중 저작인접권은 곡 자체가 아니라 특정 녹음물에서 발생한다. 같은 곡이라도 녹음물이 다르면 별도의 권리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투자자가 실제 어떤 권리를 취득하는지 확인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 차이는 단순한 법률 용어의 문제가 아니다. 투자자가 어떤 권리를 취득하는지, 그 권리의 가치가 무엇을 기반으로 하는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문제는 일반투자자가 이러한 구조를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특히 저작인접권이 금융상품의 기초자산으로 활용되면서 권리 관리 체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투자상품으로 발행된 권리와 담보로 활용된 권리가 동일한 녹음물에 기초한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부동산이었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같은 건물을 여러 거래에 활용하려면 소유권과 담보 관계가 등기라는 체계를 통해 확인된다. 권리의 존재와 이전 과정이 공개적으로 관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원 권리는 달랐다. 저작인접권은 창작물의 유통과 권리 보호를 위해 발전해 온 제도이지,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투자자산을 관리하기 위해 설계된 체계는 아니었다. 문화산업의 권리 체계와 금융시장의 투명성 요구 사이에 새로운 연결 장치가 필요했던 이유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가장 먼저 점검했어야 할 주체는 누구였을까.
금융 투자 상품은 민간기업 홀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금융당국의 심사를 거쳐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며 시장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감독 당국은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혁신금융서비스 제도는 새로운 사업을 허용하는 장치이지, 위험 관리의 예외를 인정하는 제도가 아니다. 새로운 금융 모델을 시장에 들이기 위해서는 상품의 가능성뿐 아니라 기초자산의 적합성, 권리 관리 방식, 투자자 보호 장치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저작인접권이 금융상품의 기반이 될 수 있는지, 일반 투자자가 권리 구조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지, 권리관계는 누구나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관리되고 있는지. 시장이 커지기 전에 확인했어야 할 질문들이다.
새로운 자산을 금융시장에 편입할 때는 어떤 기준과 안전장치가 필요한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기업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드는 역할은 금융당국의 몫이다.
세계 최초라는 기록보다 중요한 것은 투자자가 무엇을 사고 있는지 알고, 그 권리가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믿음이다. 혁신의 속도보다 먼저 준비됐어야 할 것은 시장을 지키는 가드레일이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