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에서 딥테크로 중심 옮겨진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지난 28일 부산 e스포츠 경기장, 무대에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이하 스얼) 공동대표가 올랐다. 스타트업 투자 관련 대표적 컨퍼런스인 스타트업생태계컨퍼런스, 이른바 ‘스생컨’이 열리는 현장이었다.
임 대표는 7년 만에 같은 무대로 돌아온 상황이었다. 7년전 스얼 센터장을 역임했던 그는 벤처캐피탈(VC) 파트너,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이 거친 후 스생컨 무대로 돌아왔다.
그 7년 사이 스타트업 업계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2019년 시장을 휩쓴 건 플랫폼이었지만, 2026년 스타트업 업계의 중심에는 리벨리온, 업스테이지 같은 AI·딥테크 스타트업이 서 있다. 투자자도, 회수 시장도, 한인 창업 트렌드도 그만큼 바뀌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임 공동대표는 스타트업 투자를 민간이 주도하고, 해외 투자로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019년과 2026년 스타트업 생태계
임 공동 대표는 “2019년 행사에서 100억원 이상 투자 건 26건 중 5건만이 딥테크였다면, 올해 57건 중 49건이 딥테크”라고 설명했다.
임 공동대표의 말처럼, 스타트업 생태계의 트렌드는 7년 사이 호황기와 혹한기를 빠르게 오갔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는 디지털 투자 붐이 시작되었다면, 2022년 1분기가 지난 후부터는 3년 동안 벤처 혹한기가 몰아닥쳤다. 그리고 지난해부터는 다시 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의 상황은 긍정적이다. 임 공동대표는 “드라이파우더(미집행자금)가 쌓이는 시기”라며, “(지난해) 벤처와 신기사 투자 건수 합은 8542건으로 지난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며, “1분기 펀드 결성은 2022년 1분기 피크보다도 많아져 약 4조3600억원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이렇게 빠른 부흥을 꾀할 수 있던 이유 중심에는 ‘AI’와 ‘국가 주도 투자’가 있다. 임 공동 대표는 “7년 전 컬리, 야놀자, 직방 등은 글로벌 캐피탈이 주도해 주로 투자했다면, 올해 리벨리온과 업스테이지, 엑시나, 홀리데이로보틱스. 국민성장펀드와 산업은행 미래에셋, 에이티넘 등 국내 자본이 주로 투입됐다”고 말했다.
한국인 창업자의 해외 창업 혹은 본사 해외 이전 등도 큰 변화로 짚었다. 그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벤처투자를 받은 회사들만 집계해봤을 때 200여개 기업 정도를 찾을 수 있었다”며,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뉴욕의 아모지, 미국으로 플립해 투자받은 리얼월드, 프렌들리AI 등이 대표적인 예시다.
2026년 스타트업 생태계를 보는 우려, 그리고 제언
다만 지금의 스타트업 시장을 마냥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만은 없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임 공동 대표는 ▲글로벌 자본과의 연결 약화 ▲투자의 양극화 ▲회수 시장 한계 ▲정부 주도 사업 비대화로 인한 민간 축소 우려 등을 문제로 들었다.
먼저 임 공동 대표는 국내 자본 주도의 투자로 글로벌과의 연결이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자본의 시야에서 한국 스타트업이 사라졌으며, 정책자금과 금융, 연기금 등이 지금 투자씬을 주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생태계 전반에서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회복되지 않은 점도 우려했다. 창업 3년 이내 기업 투자가 10년새 1조원 가까이 줄어 지난해 2조3000억원까지 이르렀다. 전체 투자 비중에서 초기 스타트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20%로 줄어들었다.
특히 임 공동 대표가 주목하는 문제 상황 중 하나는 여전히 기업공개(IPO)에 기대고 있는 회수 시장의 정체다. 과거에는 해외 자본이 주도한 빅딜, 그리고 국내에서는 카카오가 적극적으로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등 인수합병(M&A) 유행이 있었다면, 지금은 M&A 약화와 파두 논란에 좁아진 기술 특례 상장의 문 등을 문제 삼았다.
임 공동 대표는 “회수시장의 40~50%를 IPO가 담당하고 있는 구조가 변하지 않았으며, M&A 자체로 회수되는 비중은 계속 5% 이하로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수도권 집중 현상과 딥테크 스타트업 투자 유치가 주인 상황에서 여성 창업자가 적은 점도 짚었다. 임 공동 대표는 “2010년 74.3%에서 25년 79.6%로 수도권 집중 현상이 강화되었지만, 그나마 새로운 흐름은 지역 산업 특화가 돼있다”고 말헀다. 또 “여성창업자 숫자는 (같은 기간) 5.3%에서 9.7%로 증가. 벤처투자를 받은 비중으로 보면 전체에서 8%에서 2%로 감소했다”며, 딥테크 시대에 여성창업자가 고전한다고 봤다.
임 공동 대표는 한국인 창업 미국 소재 스타트업을 대하는 정책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는 “이들 기업이 고용 대부분이 한국에서 하면서, 본사 자체만 미국으로 하는 회사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정부 지원이나 여러 정책에서 해외 법인이기 때문에 배제되는 상황이 일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중소벤처기업부는 국외창업부를 만들어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으나, 아직도 이들 기업이 성장하면서 그로스 펀드 투자를 받을 때, 한국에서 투자했던 VC가 후속 투자를 하기 어려운 문제들도 생기고 있다”고 짚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임 공동 대표는 ▲다양성 회복 ▲글로벌 양방향 활성화 ▲회수 시장 활성화 ▲민간 중심 재설계를 제안했다. 그는 “소설 벤처 지원 혹은 사회적 문제를 푸는 기업에 대한 관심을 갖는 식으로 정부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며 “글로벌 활성화를 위해 투자 관행이 글로벌 표준에 가까워지고, 국내 VC나 CVC도 해외로 나아가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회수 시장 활성화를 위해 “M&A와 세컨더리 펀드 등을 만들어 회수를 활성화시키고 다양화하는 것이 중요하며, 기술 특례를 확대하고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임 공동 대표는 “정부가 스타트업에 돈만 주는 게 아니라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를 없애주고 시장을 만드는 데 더 큰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