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후 양산까지, 일주일이면 제조 공정 디자인 끝”
[인터뷰] 홍신범 ROAI 최고기술책임자(CTO)
“제조기업의 신제품이 설계 단계 후 실제 생산으로 이어지기까지 오래 걸린다. 양산 역량, 공정 디자인, 로봇 경로 최적화 등을 검증하면서 시간이 길어지는 것인데, 보통 6개월 소요된다. ROAI는 제조 공정 조율의 비효율을 없애고 제품 생산을 시작하는 시간을 90%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홍신범 로아이(ROAI)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AWS서밋서울 2026’ 행사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자사의 사업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ROAI는 공간지능 기반의 자율생산 인프라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지난 AWS서밋서울 행사에서 AWS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한 ‘SIM2REAL’ 체험형 데모를 선보였다. 디지털 공간에서 설계한 로봇의 작업이 실제 로봇 동작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관람객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SIM2REAL은 가상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학습시킨 AI나 로봇 제어 모델을 현실 세계(Real World)에 그대로 적용하는 기술 및 방법론이다. 일반적으로 시뮬레이션 솔루션은 고성능 컴퓨팅 성능을 낼 수 있는 워크스테이션급 기기에서 이뤄지는데, ROAI는 시뮬레이션을 클라우드 인프라에서 수행해 시각화 결과를 웹브라우저 상에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이번 행사에 참관객은 브라우저에서 3D 시뮬레이션 환경에 접속해 로봇이 여러 목표 지점에 도달하는 경로를 직접 설계하고, 설계한 경로를 기준으로 이동 거리와 작업 시간을 측정해 다른 참가자와 최단 기록을 겨뤘다. 관람객이 웹 환경에서 완성한 경로 데이터는 실제 로봇으로 전달되고, 로봇은 시뮬레이션에서 설계된 동작을 현실 공간에서 그대로 수행한다.
홍신범 CTO는 “보통 로봇의 동작 등을 시뮬레이터하는 소프트웨어는 라이선스도 비싸고 고사양 컴퓨터로 해야하는데, 웹브라우저로 시뮬레이션을 하게 하면 PC에 의존하지 않고 어디서든 가볍게 볼 수 있다”며 “모든 공정 관련 정보는 클라우드에 있고, 뒷단의 연산도 클라우드에서 이뤄지지만, 사용자 브라우저의 3D 결과는 네이티브 앱 수준의 경험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공정 최적화 작업은 웹 상에서 할 수 있고, 모든 작업이 실제 로봇의 프로그래밍까지 이어지게 했다”며 “향후에 공장의 모든 신호 처리까지 포함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웹 클릭 한번으로 공장의 생산환경이 갖춰지게 만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용 로봇이란 분야 자체는 오랜 시간 발전해왔고, 축적된 지식과 노하우도 많다. 로봇 기반의 공정 자동화 디자인은 많은 이해관계자의 협업으로 이뤄진다. 특히 여러 로봇의 동작, 경로를 생산 공정에 맞게 최적화하는 작업이 까다롭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시스템통합(SI)을 수행하려면 조각조각 분산돼 있고 기밀에 쌓인 지식과 노하우,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도 어렵다.
홍 CTO는 “제조 산업의 경우 숙련자의 은퇴와 신입 근무자의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데, 대부분의 제조기업은 고품질의 로봇 공정 디자인 결과를 내기 힘들고, 외주에 의존하는 상황”이라며 “로봇 공정 디자인 프로젝트를 한 사람이 할 수 없는 상황에서, ROAI는 한명이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ROAI는 현대기아자동차 사내 벤처로 시작한 덕분에 제조기업의 관련 분야 접근이 용이했다.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로봇 하드웨어도 폭을 계속 넓히고 있다. 이번 AWS서밋서울 행사 시연에 사용된 로봇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원을 받았다.
홍 CTO는 “현재 산업용 로봇을 주로 지원하고 있고, 결국은 휴머노이드까지 다 지원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휴머노이드는 아직 우선순위에 밀려있지만, 일반화되면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ROAI는 공간지능 개발을 지향한다. 오늘날 대세를 이루는 대형언어모델(LLM)이나 VLA 기술을 현장을 보고 판단하는데, ROAI는 공장의 공간 전체 데이터를 통해 생산 프로세스의 과정에 발생하는 문제를 푸는 식으로 접근했다.
그는 “공간 데이터에서 VLA나 LLM에 활용되는 카메라 데이터는 주로 2D 이미지인 반면, ROAI는 3D 이미지 데이터까지 활용하며, 3D로 인식하는 기술도 개발했다”며 “공장 자체를 인지하고 처리하는 기술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OAI의 기술이 웹브라우저 기반 시뮬레이션이란 점에서 특별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제조 생산성의 증가 효과에 있다. 자동화 로봇의 동선과 작업을 오류나 충돌없이 수행하게 조정하고, 전체 설계를 플랫폼 상의 워크플로우로 이어가므로 제품 설계 후 양산까지 걸리는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신제품을 빠르게 생산해 시장수요를 놓치지 않아야 하는 오늘날 제조업에서 애타게 염원하는 부분이다.
홍 CTO는 “제품 설계부터 생산까지 일주일만에 할 수 있다는 건 제조기업에게 엄청난 생산성 향상 효과”라며 “리드타임을 줄이면서 로봇으로 가동 시간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생산성이 늘어나고,로봇 고장이나 과부하로 인해 발생하는 공정 중단 같은 게 줄어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로봇 하나에 작업이 집중되지 않게 하고 움직임을 최적화해 조금이라도 낭비되는 동작을 줄이면 로봇의 안정성과 부품 수명 증가한다”고 덧붙였다.
ROAI의 시뮬레이션 환경 인프라는 다수의 AWS 서비스로 구성됐다. 아마존 EC2는 로봇 시뮬레이션과 공정 최적화 연산을 처리하며, 엔비디아 RTX GPU 기반의 차세대 아이작 심(Isaac Sim) 워크로드를 포함한 다양한 연산 자원을 공급했다. 아마존 EKS는 셀로(XELO) 웹 서비스와 시뮬레이션 워크플로우 엔진을 워크로드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확장하고 운영했다. 실시간 스트리밍 데이터는 아마존 MSK로 수집돼 전달되며, 입력한 시뮬레이션 명령은 아마존 SQS를 통해 로봇 제어 시스템에 비동기 방식으로 전달된다. 시연에서 로봇의 경로 데이터와 최적화 결과는 아마존 다이나모DB 에 실시간으로 저장되고, 고정밀 3D 모델 리소스와 대용량 시뮬레이션 결과 파일은 아마존 S3에 보관됐다. 아마존 클라우드프론트는 각 유저의 3D 자산에 대한 접근을 제어하고 3D 뷰어와 시뮬레이션 결과를 글로벌 엣지에서 빠르게 제공하며, 아마존 코그니토는 B2B 고객 계정 인증과 사용자별 접근 권한 관리를 담당했다.
백엔드 API 처리는 AWS 람다가 서버리스 방식으로 수행하고, 컨테이너 이미지의 저장 및 배포 버전 관리에는 아마존 ECR이 활용된다. 아마존 가드듀티는 서비스 환경 전반의 위협을 실시간으로 탐지해 제조 기업 고객의 핵심 공정 데이터와 기술을 보호한다.
AWS 인프라는 ROAI가 대규모 제조 데이터와 시뮬레이션 워크로드를 안정적으로 처리하며 자율생산 기술을 고도화하는 핵심 기반으로 활용되고 있다. 로아이는 최근 13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으며, AWS 기반 인프라를 바탕으로 공간지능 기술 스택과 제품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이번 투자금을 활용해 자체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로봇 티칭 자동화 기능인 ‘AI 오퍼레이션’ 개발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개별 공정 최적화를 넘어 설계 데이터만으로 전 세계 어디서든 즉시 생산이 가능한 ‘AI 팩토리’ 환경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홍 CTO는 “제조기업의 데이터는 보안에 민감하기 때문에 클라우드 인프라의 보안 부분을 많이 신경쓰고 있다”며 “시뮬레이션을 가상화 환경에서 돌리기 위해 아마존 EKS를 빡빡하게 쓰고, GPU는 아이작 심 기반으로 RTX를 주로 활용하고 있으며, 시뮬레이터는 파이썬 라이브러리를 비롯해 대부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구축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고객이 대기업인 만큼 신뢰도 높은 걸 쓸 수밖에 없고, 안정성과 보안 서비스 다양성 등의 면에서 AWS가 가장 이상적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전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의 규모는 364억달러에 이른다. 그중 자동화 오퍼레이션 시장의 규모는 157억달러 수준이다. 한국의 로봇 자동화 시장 규모는 94조원에 이르며 점점 커지고 있다.
홍 CTO는 “공정 디자인과 로봇 오케스트레이션은 기존의 SI회사가 많이 하던 일이었다”며 “ROAI를 이용하면 많은 비용을 줄일 수 있고, 향후엔 플랫폼 사업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우용 기자>yong2@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