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불모지(?) 유럽에서 탄생한 거대한 AI 스타트업
‘AI 4대 천황’이라고 평가받는 얀 르쿤 전 메타 최고AI과학자가 창업한 AI 스타트업 AMI 랩스(Advanced Machine Intelligence Labs)가 시드 라운드에서 10억3000만달러(약 1조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유럽 스타트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드 투자다.
이번 투자자 명단에는 엔비디아,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프랑스 VC 카타이 이노베이션과 다프니, 독일 VC 에이치브이 캐피탈, 런던 기반 히로 캐피탈, 제프 베이조스의 베이조스 익스페디션스, 한국 투자사 SBVA 등이 올랐다. 팀 버너스-리, 짐 브레이어, 마크 큐반,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도 개인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AMI 랩스의 기업가치는 35억 달러(약 5조원)로 평가됐다.
AMI 랩스의 핵심 기술 방향은 대형언어모델(LLM)이 아닌 ‘월드 모델’이다. LLM이 텍스트를 예측·생성하는 2차원적 접근에 그치는 반면, 월드 모델은 AI가 3차원 현실을 이해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아키텍처다. AMI 랩스 CEO 알렉상드르 르브룅은 “공장, 병원, 로봇이 실제 환경에서 작동하려면 현실을 파악하는 AI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르쿤은 오랫동안 현재의 생성형 AI 접근법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그는 텍스트로만 학습된 AI 시스템은 인과관계, 물리 법칙, 공간 추론, 사물 영속성 등 물리 세계에 대한 이해가 부재하며, 이것이 인간 수준의 추론 달성을 가로막는 근본적 한계라고 주장해왔다.
AMI 랩스는 르쿤이 2022년 제안한 JEPA(Joint Embedding Predictive Architecture)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르브룅 CEO는 “AMI 랩스는 기초 연구에서 출발하는 매우 야심찬 프로젝트”라며 “3개월 안에 제품을 내놓고, 6개월에 매출을 내는 일반적인 응용 AI 스타트업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AMI 랩스는 파리에 본사를 두고, 뉴욕·몬트리올·싱가포르에 추가 사무소를 설립할 예정이다. 창업팀 대부분은 메타 AI 연구조직 출신으로 구성됐다. 마이클 래벗 전 메타 연구과학 총괄이 월드모델 부문 부사장으로, 로랑 솔리 전 메타 유럽 부사장이 최고운영책임자로, 파스칼 펑 전 메타 수석 AI 연구 총괄이 최고연구혁신책임자로 합류했다. 최고과학책임자(CSO)는 구글 딥마인드 출신의 사이닝 셰가 맡는다.
르쿤은 이번 프로젝트에 유럽 정체성을 명확히 부여하고 있다. “우리는 중국도 미국도 아닌 몇 안 되는 프런티어 AI 연구소 중 하나”라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프랑스 VC 다프니의 피에르-에릭 레이보비치 대표는 “AMI 랩스는 유럽 최초의 GAFAM(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급 기업이 될 수 있다”며 “세계 최고 연구소의 인재들이 파리 프로젝트에 합류하는 것은 프랑스가 다음 산업혁명의 비옥한 토양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AMI 랩스는 아직 제품도, 매출도 없다. 회사 측은 첫 1년을 온전히 연구개발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드 모델은 그의 설명에 따르면 단기 출시 계획이 없는 장기 과학 프로젝트다. 그럼에도 엔비디아, 베이조스, 에릭 슈미트 같은 거물들이 투자에 나선 것은 얀 르쿤에 대한 기대감과 유럽에 AI 주권을 위해 강력히 지원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얀 르쿤의 주장대로 LLM이 한계에 봉착하면, 월드모델이 새로운 대세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도 내비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