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AI 생성 이미지)

운명의 날 맞은 루센트블록…스타트업 업계 “혁신 위축 우려”

창업 9년 차를 맞은 루센트블록이 토큰증권(STO) 유통을 맡을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사업자 예비인가에서 사실상 탈락하며 시장 퇴출 위기에 놓였다. 인가를 받지 못하면 혁신금융사업자 지위가 소멸돼 회사 존립 자체가 불투명해진다.

이를 두고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요 쟁점으로는 ▲금융샌드박스 규제의 한계 ▲벤처캐피탈(VC) 투자 위축 가능성 ▲창업 생태계 침체 등이 꼽힌다.

금융위원회는 14일 정례회의에서 한국거래소(KDX)와 넥스트레이드(NXT) 컨소시엄에 대한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사업 예비인가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루센트블록이 주도하는 컨소시엄도 예비인가에 도전했으나, 금융위 심의 전 단계인 증권선물위원회 심의에서 두 컨소시엄에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샌드박스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샌드박스 제도가 없었다면 루센트블록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며, 무모한 시도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제도 취지는 스타트업이 제한된 환경에서 자유롭게 실험해 보고, 성공을 입증하면 정식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샌드박스는 마치 모래밭과 같이, 아이들이 뛰다가 넘어져도 안전하게 경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것이다.

고영하 전 엔젤투자협회 회장은 “루센트블록이 금융 샌드박스를 활용해 새로운 혁신을 시도하며 오랫동안 고생했다”며 “투자 유치와 고객 확보, 실패를 겪으면서 몇 년 동안 비즈니스 모델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막상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 시점에서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밀리고, 기회는 큰 기업에 돌아갔다”며 “이런 현실에서 대한민국 젊은 창업가들이 정부를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벤처캐피탈(VC)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루센트블록은 누적 35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사업을 지속해왔다. 스타트업이 기득권과 선의의 경쟁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내고,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을 때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참여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정부 인가를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이 연이어 실패하면 투자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타다 역시 세계적 흐름을 보고 많은 자금이 투입됐지만,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대표는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 모두 선의의 피해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한 회사에 3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것은 정부가 혁신금융 서비스를 지정하고, 이를 라이선스로 연결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 대표는 “일정 부분 스타트업의 성공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정책적 안배가 필요하다”며 “해외에는 핀테크 유니콘이 많지만, 한국에는 이 같은 사례가 드문 이유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루센트블록 사태가 국내 창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또한 우려되고 있다. 이는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창업 생태계 전체에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의 조치는 그동안 쌓아온 창업 생태계를 위축시키고, 젊은 창업가들에게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사례는 시사점으로 언급된다. 2020년 시진핑 정부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의 기업 활동을 강하게 제한했을 때, 중국 젊은이들은 혁신과 기업가 정신에 대한 의지를 상실했다. 당시 많은 이들이 마윈 같은 기업가를 꿈꿨지만, 규제와 제재로 도전 의지가 꺾였다. 이번 루센트블록 사태도 국내 창업가들에게 유사한 위축 효과를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금융규제 샌드박스조차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면서, 젊은 창업가들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세상을 혁신하기 위한 도전을 이어가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지적이다. 과도한 규제와 관치행정이 기업가 정신을 약화시키고, 창업 생태계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타트업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안이 그대로 넘어간다면 현 정권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정부가 창업을 키우고 혁신 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만들겠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젊은이들에게 창업을 권장하면서도 실제 지원이 충분하지 않으면 도전을 꺼리게 된다”며 “스타트업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실험용 기니피그 역할만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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