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AI 5대 뉴스
2025년 IT업계를 수놓은 뉴스는 온통 인공지능(AI)이었다. 연초부터 연말까지 AI 관련 소식이 연일 쏟아졌고, 업계의 판도가 수시로 바뀌었다.
거대 자본이 AI 업계로 쏟아져 흘러들어가는 가운데, 한편에서 자본의 장벽을 허물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스스로 행동하며, 인간의 지능을 위협하는 AI의 등장이 한발 더 가까워졌다.
중국 딥시크의 등장으로 시작된 2025년 AI 관련 5대 뉴스를 정리했다.
1. 딥시크 쇼크
올해초 중국 딥시크가 등장해 AI 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딥시크는 당시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던 오픈AI의 GPT-o1 수준의 고성능 추론 AI 모델 ‘딥시크 R1’을 공개했는데, 모델 개발에 600만달러의 비용과 2개월의 기간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까지 생성형 AI 시장의 경쟁이 거대 자본을 투입해 고가의 GPU 클러스터를 계속 확장하는 양상이었는데, 딥시크는 수십분의1에 불과한 비용으로 업계 선두에 필적하는 성과를 낸 것이었다.
딥시크는 AI 모델의 학습 인프라를 확장하는 스케일 법칙 대신 다양한 엔지니어링 기법을 동원해 AI 학습에 소요되는 자원과 비용을 대폭 줄였다. AI 모델이 학습하면서 스스로 진화하는 강화학습을 활용하고, 모델 훈련 성과를 높이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설계했다. 전문가 모듈 시스템(MOE), 정보 압축(MLA) 같은 모델 정제와 증류 기법으로 효율과 성능을 높였다.
딥시크 R1은 영어, 중국어, 코드, 수학에 대한 AI의 능력을 평가하는 다양한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특히 수학 부문 AIME, MATH-500 등에서 높은 pass@1 기록을 보여줬다. 오픈AI나 엔트로픽의 경쟁 모델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딥시크는 자사의 AI 모델을 MIT 라이선스로 배포해, 오픈AI와 앤트로픽 같은 폐쇄형 모델 개발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는 ‘딥시크 쇼크’라 명명됐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리스트 마크 앤드리슨은 “AI의 스푸트니크와 같은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딥시크 쇼크는 곧바로 AI 수혜 기업의 선두였던 엔비디아의 주가 급락을 유발했고, 빅테크의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에 회의적 시각을 갖게 했다. 막대한 비용으로 엔비디아 GPU를 구매하지 않고도 업계 선두권에 근접한 AI를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고, AI 모델 발점 경로가 확장의 법칙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했다.
딥시크의 등장은 폐쇄형 모델 주도의 AI 시장에 새로운 공기를 불어넣었으며, 올해 이어진 AI 거품론의 시발점이었다.
2. 바이브코딩과 클로드코드
생성형 AI업계의 구루로 통하는 안드레 카파시 전 테슬라 AI 책임자는 2월 ‘바이브코딩’이란 단어를 유행시켰다. 테슬라와 오픈AI에 근무했던 카파시는 작년말부터 본격적으로 유행한 ‘커서(Cursor)’ AI 코딩도구 활용 후기를 전하면서, “코딩은 글쓰기에 가까워졌다”며 “이제 코드를 거의 작성하지 않고 바이브로 코딩한다”고 밝혔다.
작년까지 대형언어모델(LLM)의 구체적인 실제 활용 방안을 둘러싸고 많은 실험과 시도가 있었다. 그중 소프트웨어 개발과 설계 분야가 올해 생성형 AI의 명확한 효과를 보여줬다.
커서AI, 깃허브 코파일럿 같은 LLM 기반 AI 코딩 도구는 개발자의 자연어 요청으로 코드를 생성하고, 실제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며, 소프트웨어의 오류와 보안허점을 찾아 보완하는 완성형 애플리케이션으로 자리잡았다.
구체적인 프로그래밍 언어를 구사하지 않고, 일상적인 인간의 언어로 만들고자 하는 소프트웨어의 모습과 기능을 제시해 LLM으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는 바이브코딩의 철학은 실존하는 도구로 구현됐다.
오픈AI, 앤트로픽, 깃허브(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이 경쟁적으로 AI 코딩도구를 선보였다. 커서, 윈드서프 등의 스타트업이 에디터형 AI 코딩 도구를 AI 코딩 에이전트로 진화시켰다.
깃허브 코파일럿 워크스페이스가 정식 서비스되면서 AI 에이전트가 이슈, 플랜, 풀리퀘스트 등의 소프트웨어 개발 수명주기를 자동화했다. 비동기식 코딩 에이전트로 소개된 구글의 줄스(Jules)는 버그 백로그 처리나 대규모 라이브러리 업데이트 병렬 수행 등 개발자와 별도로 동작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구현했다. AWS 키로(Kiro)는 스펙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을 AI 에이전트로 구현해 바이브코딩에서 발생하는 인간과 LLM 사이의 모호한 소통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바이브코딩의 결정타는 앤트로픽의 클로드코드였다. 앤트로픽 클로드코드는 터미널(CLI) 기반의 코딩 에이전트로 복잡한 코드 분석과 수정을 명령줄 하나로 해결하게 한다. 커서나 윈드서프가 마이크로소프트의 ‘VS코드’란 특정 IDE에 종속되는 것과 달리 컴퓨터 OS의 터미널 내에서 개발과 엔지니어링을 할 수 있게 했다. 텍스트 생성뿐 아니라 컴퓨터 내 파일 시스템에 직접 접근해 파일을 읽고 쓸 수 있으며, 빌드나 테스트 실행 등의 명령도 수행한다. 에니전트가 프로젝트 전체 구조를 파악해 파일을 찾아내고 계획을 세워 실행한다.
안드레 카파시는 클로드코드를 “LLM 에이전트의 실제 모습을 설득력있게 보여준 최초의 사례”라고 평가한다. 그는 “앤트로픽은 우선순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클로드코드를 매력적이고 간결한 CLI 형태로 구현해 AI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놨다”며 “클로드코드는 단순히 구글처럼 방문하는 웹사이트가 아니라, 컴퓨터에 살아있는 작은 영혼, 유령과 같은 존재이며 이는 AI와의 상호작용에 대한 새롭고 독특한 패러다임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바이브코딩과 AI 코딩 에이전트의 발전은 일반인의 소프트웨어 개발분야 진입 장벽을 낮추고, 기존 개발자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 숙련 개발자는 여러 분야 전문가와 협업하지 않고도 혼자서 전체 소프트웨어 수명주기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IT 인력 시장에 찬바람도 불게 했다.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세일즈포스, 서비스나우, 워크데이 등 수많은 IT 기업이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을 대거 해고했다. 비IT 기업도 내부 소프트웨어 인력 규모를 줄이고 AI 코딩 에이전트 활용 수준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신입 개발자의 구직이 거의 불가능해져 소수 숙련자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인력 시장이 재구성되고 있다.
3. AI 브라우저와 나노바나나
올해 AI 주도기업들은 경쟁적으로 AI 브라우저를 선보였다. 오픈AI가 아틀라스(Atlas)를, 퍼플렉시티가 코멧(Comet)을 출시했다. 구글은 크롬 브라우저에 제미나이3를 붙였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엣지에 코파일럿 모드를 통합했다.
AI 브라우저는 기본적으로 LLM을 내장하며, 사용자의 프롬프트를 받아 웹사이트를 탐색하고, 구체적인 행동을 대행한다. 사용자와 대화를 저장해 맥락을 기억해 실제 의도와 성향에 맞는 개인화된 인터넷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여행 계획을 수립하고 알아서 항공과 숙소를 예약하며 식사방법도 찾는다. 논문, 뉴스, 블로그, 문서 등을 검색해 정보를 보으고 검증하며 보고서를 작성할 수도 있다. 쇼핑을 위해 상품을 검색하고 아예 결제수단 정보를 저장했다가 결제 단계까지 안내한다.

AI 기업들은 직접 브라우저를 제공함으로써 사용자와 LLM 사이의 간극을 한층 더 좁히려 했다. 챗GPT나 제미나이, 클로드 등의 AI 서비스는 별도로 존재하는 웹서비스로 사용자의 컴퓨터 활용 전반과 별개다. AI 활용과 일상적인 컴퓨터 활용이 단절돼 있다.
AI 기업의 브라우저는 사용자가 웹 상의 정보를 찾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행위 전반을 AI 브라우저 안으로 통합해 컨텍스트 변화를 차단하고, 자사의 서비스 안에 가두는 전략적 선택이다.
컴퓨터에서 사용자가 가장 많이 활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 웹브라우저란 점을 감안하면, AI 서비스와 웹 검색을 하나의 도구로 진행한다면 그로 인해 제공가능한 서비스 범위는 매우 커진다.
실시간으로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LLM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는 사실상 고갈됐다고 봐야 한다. AI 기업은 실제 사용자의 행동을 실시간으로 데이터화하고 LLM 고도화에 활용하고자 한다. 사용자와 AI의 소통을 관찰함으로써 AI 서비스 성능을 높이려는 것이다.
또한, 브라우저를 통해 검색 트래픽을 직접 끌어옴으로써 구글 독점의 웹 검색과 인터넷 광고를 매출로 연결시키려는 의도도 있다. 사용자 체류 시간을 늘리고, AI 표출 수준을 높임으로써 광고 노출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 구글 대신 브라우저 내 소통에 대한 광고도 가능해진다.
AI 브라우저와 함께 사용자의 AI 활용 방식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온 뉴스는 구글의 나노바나나였다. 나노바나나는 구글의 제미나이 기반 차세대 AI 이미지 생성 및 편집 모델의 별칭이다. 텍스트를 이미지로 바꾸는 기존 방식을 넘어 모델이 이미지를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수정하는 독자적인 지능을 갖췄다.
나노바나나는 빠르게 이미지를 생성할 뿐 아니라, 자연어 프롬프트로 매우 세밀한 이미지 수정과 편집이 가능하다. 복잡한 지시사항도 추론 모드를 통해 이해하며, 정확한 렌더링을 구현한다. 보통 이미지 생성 AI는 프롬프트를 거치면서 캐릭터가 크고 작게 바뀌지만 나노바나나는 생성 이미지의 거듭된 수정 속에서도 캐릭터 일관성을 완벽에 가깝게 유지한다. 이는 일관적인 콘텐츠 에셋 제작을 가능하게 한다. 이미지 속의 텍스트도 일그러지거나 엉뚱하지 않고 마케팅 포스터나 로고 디자인처럼 깔끔하다. 사진을 복잡한 스타일로 바꾸는 변환도 가능하다.
안드레 카파시는 나노바나나에 대해 “2025년 가장 놀랍고 패러다임을 바꿀 모델 중 하나”라고 평했다.
그는 “UI/UX 측면에서 LLM과 채팅은 1980년대 컴퓨터 콘솔에 명령어를 입력하는 것과 비슷합한데, 텍스트는 컴퓨터와 LLM에서 선호하는 원시 데이터 표현 방식이지 사람이 선호하는 형식이 아니”라며 “사람은 텍스트 읽기를 느리고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 싫어하며, 대신 시각적이고 공간적인 방식으로 정보를 소비하길 좋아하므로 전통적인 컴퓨팅에서 GUI가 발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찬가지로, LLM은 현재 초기 형태로는 이모지와 마크다운 같은 우리가 선호하는 형식으로 텍스트를 시각적으로 꾸미고 배치해 정보를 전달하려 한다”며 “나노바나나는 LLM의 GPU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초기 단서이며, 단순히 이미지 생성 자체에 관한 것이 아니라, 텍스트 생성, 이미지 생성, 그리고 세계 지식이 모두 모델 가중치에 얽혀 있는 통합적인 기능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4. 제미나이3
구글의 제미나이3는 한때 오픈AI에게 빼앗겼던 AI 경쟁의 주도권을 구글로 되돌려놨다. 단순히 텍스트를 빠르게 잘 쓰는 모델일 뿐 아니라 현실의 물리 법칙과 시각 데이터를 사람처럼 이해하는 월드 모델의 가능성을 열었다.
제미나이3는 네이티브 멀티모달과 실시간 추론을 특성으로 한다.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등을 텍스트로 변환하지 않고 바로 처리할 수 있고, 복잡한 과학이나 수학 난제에서 인간 박사급의 지능을 보여준다.
100만~200만 토큰이란 방대한 컨텍스트 윈도우를 통해 한번에 대규모의 데이터에서 세밀한 정보를 정확히 찾아낸다.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도 갖췄다. 구글 워크스페이스와 결합해 다단계의 복잡한 비즈니스 업무를 자율적으로 완수할 수 있다. 나노바나나 같은 엔진을 통해 고품질의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

제미나이3 이전까지 생성형 AI 시장의 경쟁은 오픈AI, 앤트로픽, 그록, 구글 등이 순차적으로 선두를 탈환하는 양상이었다. 오픈AI는 수년 간 기대를 모았던 GPT-5를 공개하고 선구 유지를 확고히 하려 했는데, 제미나이3는 발표와 동시에 GPT-5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오픈AI는 강한 위기감을 느꼈고 샘 알트만 CEO가 코드레드를 발령하기도 했다. 오픈AI는 이례적으로 GPT-5.2까지 발표하면서 제미나이3에 밀리지 않으려 애썼다.
앤트로픽도 제미나이3 공개 후 클로드4.5 오푸스를 발표했다. 하지만, 제미나이3를 압도하는 성능을 보여주지 못했다. 다만 코딩 에이전트에 대한 부분을 강조하려 했다.
제미나이3는 구글의 AI 생태계 수직계열화의 승리로 평가된다. 구글은 제미나이란 모델을 개발할 뿐 아니라, TPU란 전용 반도체부터 컴퓨팅 랙, 데이터센터 등의 하드웨어와 모델 구축에 필요한 각종 소프트웨어 기술, 구체적인 AI 애플리케이션에 이르기까지 모든 계층을 보유한 유일한 기업이다. 엔비디아에 의존하지 않고 뚝심있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세계 최고의 AI를 개발할 수 있고, 광범위한 사용자에게 실질적인 활용 수단을 들이밀 수 있으며, 관련된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도구도 서비스한다.
많은 스타트업이 오픈AI나 앤트로픽에서 구글의 제미나이 API로 갈아타고 있으며, 구글의 AI 인프라와 제미나이3 활용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5. AI 거품론
올해 AI 분야는 천문학적 자본 투자 바람을 유지하면서도 강력한 거품론의 도전을 받았다. 미래의 AI 수요가 현재의 투자에 따른 공급을 충족하지 못할 것이란 의구심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등 4개 기업의 올해 AI 투자액은 3000억달러에 이른다. 오픈AI, 오라클 등도 그에 맞먹는 투자를 하고 있다. 반면 AI 서비스의 매출은 투자액의 10%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은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이 불투명하다며 과잉 투자를 경고하기도 했다.
공매도 투자자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는 현재의 AI 붐을 과거 닷컴 버블과 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와 유사하다고 진단하며 과열을 경고했다. 그는 빅테크 깅버의 GPU 하드웨어 감가상각 방식이 과도하게 장기 자산으로 책정돼 장부상 이익을 부풀리는 수단으로 동원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AI 기업끼리 투자를 주고받는 순환금융(Circular Financing) 의혹을 제기하면서 인위적인 수요 창출의 함정을 지적했다. 그는 10월과 11월 엔비디아와 팔란티어 주가 하락에 베팅했다.
연초 딥시크 쇼크는 거품론에 불을 지폈다. 과도한 투자만 능사가 아니란 인식이 투자자 사이에 퍼졌다. 빅테크의 대규모 투자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AI의 생산성 향상이란 업계 기대치도 점차 현실로 복귀하고 있다. 수많은 기업이 뒤처진다는 공포감에 AI 투자에 나섰다가 실질적인 효과를 체감하지 못해 파일럿에서 현업 확장으로 넘어가지 못했다. 파일럿 지옥이 AI 분야에서 재현되고 있다.
AI 거품론으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아마존 등의 주가는 전같은 상승세를 보이지 않고 횡보를 이어가고 있다. 엔비디아, AMD 등의 주가도 휘청거렸다. AI 시대의 촉망받은 기대주 팔란티어도 상승세가 꺾였다.
하지만, 오픈AI를 위시해 여러 AI 기업의 투자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실적이 견고하고, 미래 매출 성장률도 기대를 초월할 것이란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우용 기자>yong2@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