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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해시드는 왜 비단주머니를 개발했나

해시드와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비단)가 공동 개발한 디지털 지갑 ‘비단주머니’ 프로젝트가 공개됐다. 부산 시민을 대상으로 제작된 비단주머니는 웹2.0과 웹3.0을 연동하며, 법정화폐와 암호화폐를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도시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로 작용할 전망이다.

비단주머니는 행정, 결제, 교통, 자산 등 시민의 일상을 하나로 연결·통합해 새로운 디지털 생활의 표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해시드는 블록체인 기술 파트너로 참여했으며, 실제 기술 개발과 구현은 자회사 샤드랩이 수행했다. 전반적인 사업 기획과 운영은 비단이 맡았다.

해시드는 투자하고 개발한 기술이 연구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에서 활용되는 것을 중요하게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내 규제 환경은 글로벌 흐름에 비해 속도가 느려 기술을 서비스에 적용할 기회가 제한적이었지만, 부산 시민이 실제로 사용하는 플랫폼에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를 만나 비단주머니의 구체적 개발 과정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해시드와 비단은 왜 비단주머니를 함께 개발했나

부산시가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이후 블록체인 기반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가상자산기본법이 아직 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 차원의 조례를 통해 디지털 자산 관련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선제적으로 마련했다. 비단은 이러한 정책 기조 속에서 출범한 대표 사례다.

해시드는 블록체인 특구 초기 단계부터 자문 관계를 이어왔으며, 이후 협업 논의로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현재 비단은 디지털 자산화된 상품 거래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현 단계에서는 개방형 블록체인 생태계라기보다는 단일 애플리케이션(앱)에 가까운 구조다. 비단은 거래소 내 상품 거래를 넘어 보다 넓은 디지털 자산 생태계로 확장하기 위해 기술 파트너가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해시드에 협업을 제안해 본격적인 협력에 나선 것이다.

해시드 내에서 비단주머니 프로젝트를 중점적으로 담당하는 조직은

해시드는 투자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으나, 자회사 두 곳을 통해 연구개발과 기술 구축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하나가 2023년 태국 최대 금융지주사 SCBX(시암상업은행 그룹)와 함께 설립한 샤드랩이다. 샤드랩은 태국을 거점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스테이블 코인, 기관용 가상자산 지갑, 디지털 아이디(DID) 등의 기술 개발을 목표로 출범한 핀테크·블록체인 기술 합작법인(JV)이다.

샤드랩은 비단주머니에 필요한 기술을 이미 개발해 온 상태였다. 다양한 지역에서 다수의 개념검증(PoC)을 진행해 왔다. 동남아 블록체인 위크에서는 태국 수도 방콕의 대표적 랜드마크인 아이콘시암(ICONSIAM)에서 쇼핑몰 내 모든 리테일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태국 화폐 300바트(당시 약 1만1000원) 상당의 바우처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발행·배포하고, 실제 결제까지 가능한 사례를 구현했다.

또한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서는 경제특구인 ADGM(아부다비 글로벌 마켓)과 협력해, 경제특구 차원에서 최초로 스테이블 코인 기반 현장 결제가 가능한 솔루션을 구축했다. 중동 최대 금융 행사 중 하나인 아부다비 파이낸스 위크 공식 부스에 해당 솔루션을 적용해, 굿즈를 스테이블 코인으로 결제하고 정산까지 이어지는 경험을 제공했다. 정부 기관과 협력해 결제 인프라를 구현한 사례다.

이처럼 샤드랩이 스테이블 코인 기반 결제·정산 경험과 관련 인프라 구축 레퍼런스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비단 측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해외 솔루션을 그대로 도입할 경우 국내 규제 환경에 대한 이해 부족과 소통, 협업 구조 측면에서의 한계가 있다는 점도 고려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비단주머니 개발에 적용된 기술은 무엇인가

디지털 자산이 실제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결제 네트워크와 정산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태국과 아부다비 등 해외에서 진행한 실증을 통해, 디지털 자산 형태로 발행된 자산이 현실 세계의 결제 인프라에서 사용되고 정산까지 이어지는 경험을 이번 프로젝트에 반영했다.

또 다른 핵심 요소는 디지털 자산 지갑이다. 기존 메타마스크와 같이 프라이빗 키를 직접 관리해야 하는 지갑은 일반 이용자에게 진입 장벽이 높다는 한계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계정 추상화(Account Abstraction) 기반 지갑이 적용됐다. 소셜 로그인을 통해 간편하게 지갑이 생성되며, 스테이블 코인을 충전해 디지털 자산 결제와 정산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실제로 구현·검증한 경험도 이번 프로젝트 설계와 개발 과정에 활용됐다.

결제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독자 메인넷이 필요한가

결제 네트워크 구축 초기 실증 단계에서는 독자 메인넷을 사용하지 않았다. 태국에서는 이더리움 레이어2인 지케이싱크(zkSync)를 활용했으며, 아부다비에서는 폴리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결제와 정산 실험을 진행했다. 현재는 독자 메인넷을 개발 중이며, 테스트넷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 규제 체계에 맞춰 준수가 가능한 메인넷 구조가 설계되고 있다. 프라이버시 보호와 규제 준수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기능을 강화한 테스트넷을 운영하며, 지속적인 고도화가 진행되고 있다.

퍼블릭 블록체인 환경에서는 고객확인제도(KYC) 적용이 어렵고, 이로 인해 규제 당국의 실질적인 통제가 제한적이다. 기존 퍼블릭 블록체인은 지갑 주소만 알면 거래 내역을 모두 확인할 수 있어 개인과 기업이 사용하기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은행 계좌번호만으로 거래 내역을 모두 확인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블록체인에서도 영지식증명(비밀을 지킨 채 증명하는 기술) 등을 활용해 개인정보를 보호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비단주머니가 블록체인 기반 도시 생태계에서 인프라 역할을 어떻게 할 수 있나

비단주머니는 단순한 지갑을 넘어 블록체인 기반 도시 인프라로 확장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블록체인 지갑은 자산 보관 기능뿐만 아니라 신원 인증 플랫폼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현재 금융 인증서를 활용한 인증이 진행되고 있으며, 지갑 자체가 인증서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활용 범위는 금융을 넘어선다. 부산시와의 협의 범위에 따라 공공기관을 비롯한 지역 내 다양한 인증이 필요한 영역에서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뿐 아니라 행정 영역에서도 지갑이 인증 키로 사용될 수 있으며, 시민들의 행정 참여를 지원하는 인프라로 발전할 여지가 있다.

블록체인 기술 체계에서 지갑은 핵심적인 기반 요소다. 자산을 담는 기능을 넘어 로그인에 활용되는 신원(ID) 역할을 수행하고, 금융·비금융 데이터를 포괄하는 데이터 저장소의 역할도 담당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지갑은 개별 서비스가 아닌 플랫폼의 중심으로 작동한다. 해시드가 지향하는 지갑은 단순 기능만 제공하는 독립 앱이 아니다. 지갑을 기반으로 다양한 앱이 연결, 구동되는 인프라 역할에 초점을 두고 있다. 공개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형태로 제공되는 지갑 서비스를 통해 자체 서비스뿐 아니라 외부 사업자가 개발한 앱까지 포함해 다양한 서비스가 개발·운영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블록체인 기반 고객확인제도(KYC)가 완료된 이용자를 중심으로 민원, 티켓팅, 결제, 여행, 쇼핑 등 다양한 서비스가 내·외부에서 개발되는 개방형 슈퍼앱 형태의 생태계를 목표로 한다.

비단주머니의 초기 이용자는 누구인가

비단주머니는 기본적으로 부산 시민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다만 활용 대상을 시민에 한정하지 않고, 부산을 방문하는 관광객에게도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구조를 함께 고민하고 있다. 관광 산업 전반에서 호텔과 항공사를 중심으로 멤버십과 로열티 프로그램을 통해 재방문율을 높이는 전략이 일반화돼 있다. 시 차원에서도 유사한 방식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비단주머니를 통해 부산이라는 관광 도시에 일종의 멤버십으로 참여하며, 방문과 소비가 늘어날수록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구조도 검토 중이다. 향후 본격적인 내·외부 협업을 통해 부산 시민은 물론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앱을 비단주머니 인프라 위에 개발하고 유치할 계획이다.

비단주머니의 사용성은 어떻게 확보할 계획인가

사용성 확보는 해시드 혼자 결정할 사안이 아니며, 시 차원의 정책적 지원과 비단의 사업적 고민, 지역 사업자와의 연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공공과 민간이 결합된 구조 속에서 실질적인 활용처를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라는 판단이다. 해시드는 기술적 측면에서 사용성을 중점적으로 구현할 계획이다. 비단주머니가 웹3.0 서비스처럼 인식되지 않고, 일반 이용자가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대중향 핀테크 서비스 수준의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블록체인 기술을 인식하지 않은 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이용자에게 명확한 혜택이 제공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비단주머니에 부산 지역화폐 동백전과의 협업도 이뤄질 수 있나

활용 가능성을 현재 논의 중이다. 동백전이 비단주머니와 결합될 경우, 블록체인의 장점인 프로그래머블 머니(조건부 지급 화폐) 속성을 활용할 수 있다. 가령, 외국인이나 타 지역 거주자에게 특정 기간, 지역, 행사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이용권)를 지급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자동 소멸되는 쿠폰 형태의 실험이 가능하다.

동백전을 확장해서 활용할지, 아니면 별도의 바우처 형태로 만들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멤버십이나 로열티 같은 개념을 시 차원에서 적용할 가능성은 있다. 이 같은 시도는 개별 업체 중심으로만 진행돼 왔다. 시 차원에서 행정과 금융을 연결해 외지인을 유치하고 혜택을 제공하는 구조는 없었다. 비단주머니를 통해 도시 단위 실험이 가능하며, 관련 가능성을 논의 중이다.

비단주머니에서 원화 스테이블 코인도 사용할 수 있나

비단주머니를 원화 스테이블 코인으로 전환하거나, 이를 전제로 유통하겠다는 계획은 없다. 특정 자산 형태를 미리 정하기보다는, 필요할 경우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 핵심은 부산 지역 내에서 자체적으로 작동하는 디지털 자산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비단주머니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지역 단위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실험하는 플랫폼으로 설계됐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 등 디지털 자산이 활성화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디지털 자산 활성화를 위해서는 법·제도 정비가 가장 중요한 전제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 다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국내 규제 방식의 구조적 한계다. 한국은 법에 ‘할 수 있다’고 명시된 경우만 허용하는 포지티브 규제 체계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원화 스테이블 코인과 같은 새로운 시도는 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사실상 시도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다수 선진국은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법에서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는 한 새로운 시도를 허용하는 구조다. 실제로 서클(Circle)은 10년 이상 전에 설립됐으며, 테더(USDT), 서클(USDC)와 같은 스테이블 코인도 미국에서 별도 법이 존재하지 않던 시기에 발행됐다. 금지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시장에서 자유로운 실험이 가능했고, 사용자가 늘고 중요성이 커지자 이후에 이용자 보호와 사업자 보호를 함께 고려한 입법이 이뤄졌다.

네거티브 규제 환경에서는 자유로운 실험이 가능하며, 사회적 문제가 커질 조짐이 있을 때 감독과 규제가 개입하는 구조가 작동한다. 반면 국내에서는 이러한 실험 공간이 제한돼 있어, 국내 블록체인 사업자들은 해외로 진출하고 실제 사업과 실증도 해외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아부다비에서는 규제 특구이자 금융당국 역할을 하는 ADGM이 직접 참여해 스테이블 코인 결제 실증을 진행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공식 행사 부스에서 스테이블 코인 결제를 허용하고, 기술 기업과 협업한 사례인 셈이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사회 안정과 통제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지만, 기술 경쟁이 국가 단위로 전개되는 환경에서는 혁신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결국 국내에서 원화 스테이블 코인과 디지털 자산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제도 도입을 넘어, 제한된 범위 내에서도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는 규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이는 블록체인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혁신 산업 생태계와 맞닿아 있는 과제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왜 필요하다고 보나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없으면 국내에서는 자연스럽게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는 통화 주권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소버린 인공지능(AI)의 필요성과 유사하다. 소버린AI는 외국산 AI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 산업과 행정을 지원할 수 있는 수준의 AI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모든 영역에서 최고 수준의 AI 성능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국내 환경에 맞는 수준의 AI로도 충분히 산업과 행정을 지원할 수 있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 역시 같은 맥락이다. 기술 격차를 단기간에 해소하기는 어렵지만, 자체적인 디지털 통화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관련 기술과 산업 생태계가 성장할 수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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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코인 기반 동백전 코로나 전에 한번 망한 프로젝트 아닌가요?? 스테이블 코인 붐에 편승해 다시 관뚜껑 연건가요? 에혀..
    50조원을 허공에 날린 루나-테라 프로젝트의 주요 플레이어였던 해시드..ㅡ.ㅡ
    할말이 많지만 하지 않을께요.
    제발 세금 좀 허투로 사기업에 쓰지 말아주세요.
    사업 다시 하는건 뭐라하지 않겠지만, 지자체 내부에 블록체인-코인(토큰) 비지니스에 대해 A to Z 수준으로 아시는 분을 반드시 PM으로 세워서 사업 단계별로 감리를 철저히 해 주셔야 되요.
    이 바닥 진짜, 정말 위험한 바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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