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플법 단일안 재발의에…“규제 과잉” 반발
지난 9일 국회에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이하 온플법) 단일안이 발의됐다. 플랫폼이 영세 자영업자에게 부당한 수수료를 전가하는 등 부당 행위를 할 경우, 매출의 최대 10%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온플법은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여러차례 발의됐지만 업계와 학계 일부의 반대 의견, 부처간의 갈등 등으로 번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회장 박성호, 이하 인기협)가 개최한 <굿인터넷클럽> 토론회에서도 온플법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컸다. 인기협은 이날 23일 ‘플랫폼 규제의 함정: 보호가 아니라 부담을 키운다’라는 주제로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서종희 교수는 “온플법이 몇 년째 유사한 프레임으로 발의됐다가 좌초되고 있는데, 이 같은 반복이 규제 공백 때문인지, 아니면 문제 정의가 고정된 채 처방만 법제화되거나 보여주기식 규제가 필요해 계속 발의되는 것인지 진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려대 정부행정학부 계인국 교수는 반복 발의가 입법자들의 플랫폼 생태계 이해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생태계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는지, 또 새로운 것을 단 하나의 문제도 없이 사전에 완벽하게 틀어막겠다는 인식으로 법안을 만드는지가 첫 번째 문제”라며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가정해 플랫폼에서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접근은 규제 공백이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계 교수는 지역 플랫폼을 보유하지 못한 유럽연합(EU)의 법안을 그대로 가져온 점과, 이를 세밀하게 분석하지 않은 채 ‘플랫폼을 강력하게 규제한다’는 틀만 차용한 점도 문제로 꼽았다.
플랫폼 관련 문제를 특별법으로 대응하려는 태도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창원대 법학과 김태오 교수는 “대규모유통업법 사례처럼 공정거래법 집행이 법원에서 반복적으로 한계를 드러냈다는 구체적 사례 축적이 있어야 특별법의 정당성이 생긴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플랫폼 특성상 가이드라인과 고시를 통해 유연하게 규제를 구체화하는 것이 규제 당국의 실효성 확보에 더 적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현재 법안은 기존 규제를 나열·중복한 수준에 가깝고,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뒷받침할 데이터와 논증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온플법에 대해 이화여대 경영학과 김상준 교수는 플랫폼 규제가 결국 혁신과 경쟁에 악영향을 미쳐 이용자와 입점업체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용자 보호가 강화될 수는 있지만, 혁신 역량을 떨어뜨려 소비자 측면에서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규제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해 후발 주자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온플법으로 인해 플랫폼이 서비스를 혁신하려는 유인이 줄어들 수 있고, 거래비용이 과도하게 높아질 경우 기업이 무리한 선택을 하면서 그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규제 논의가 반복되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기업은 중재나 조정보다 규제를 회피하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토론자들은 현재 발의된 온플법의 독소 조항으로 기업 사전 지정과 과징금 설계를 지목했다.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한 사전 지정 방식과 과징금의 목적 일탈, 산업 전반을 획일적으로 묶을 경우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계 교수는 ‘플랫폼 기업이 크면 나쁘다’는 논리로 매출액 등을 기준으로 사전 지정해 규제하는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플랫폼 독점 가설의 위험성은 인정하면서도, 실증은 충분하지 않으며 현행 경쟁법으로도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태오 교수는 최근 과징금이 본래의 목적인 ‘부당이득 환수’가 아니라 징벌 기능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짚었다. 매출액의 최대 10% 과징금과 50억원을 하한으로 설정한 정액 과징금에 대해 그는 “징벌적 성격이 강하고, 책임주의와 비례원칙과 충돌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김상준 교수는 “플랫폼 비즈니스는 다양한 참여자와 자산을 연결하는 ‘해체된 조직’에 가까운데, 획일적 제도는 맞지 않는 옷이 될 수 있다”며 “기업들이 제도 취지와 반대 방향으로 행동하는 디커플링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규제가 마련되더라도 해외 빅테크에 대한 역외 집행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태오 교수는 “규제는 국내에 물리적 기반이 있는 사업자에게 집행이 상대적으로 쉽다”며 “글로벌 플랫폼은 국내 접점과 자료 확보가 제한돼 실효성 있는 집행이 어렵고, 그 결과 국내 플랫폼만 더 불리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온플법이 향후 무역협상에서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계 교수는 “사전 지정 방식은 전통적인 국가 기간산업 개방 과정에서 사용되던 규제 방식”이라며 “플랫폼 분야에서는 국제적으로 일관된 논의가 없고, 미국은 EU식 사전 지정 규제가 확산되는 데 대해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온플법이 WTO는 물론 환태평양 무역협정, 데이터 이전 등 지역 무역 협상에서도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자들은 플랫폼 규제의 대안도 제시했다. 김태오 교수는 “국가 개입은 정당성과 필요성을 입증할 문턱이 높아야 한다”며 “과거 논의됐던 수수료율 규제 등은 국가가 거래 조건을 직접 정하려는 발상으로, 정보와 인식의 한계를 간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계 교수는 입법 과정에서 플랫폼 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법안을 잘못 설계하면 국내 플랫폼이 약화되고, 결국 글로벌 빅테크만 남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상준 교수는 규제보다 기업의 건강한 거버넌스와 자율 규제, 민간 인증 등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