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시장 겨냥한 은행들의 ‘커스터디’ 전략은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STO) 등 디지털자산이 새로운 자산군으로 주목받으면서, 이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관리하는 커스터디(수탁) 분야가 금융 인프라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은행은 기존에도 자산보관, 신탁, 수탁 등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커스터디는 고객 자산 보호와 신뢰를 최우선으로 하는 은행의 본질적 역할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다만 국내 커스터디 사업은 은행이 기존 노하우를 가진 전통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제도상 직접 진출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주요 은행들은 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간접 진출이나 지분투자 방식으로 사업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커스터디 시장은 ▲한국디지털에셋(코다·KODA) ▲한국디지털자산수탁(케이닥·KDAC) ▲인피닛블록 ▲비댁스 ▲비트고코리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코다는 2020년 KB국민은행이 해시드, 해치랩스와 함께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케이닥에는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인피닛블록과 비댁스에는 각각 iM뱅크(2022년)와 우리은행(2024년)이 투자했다. 비트고코리아는 하나은행이 지난해 미국 가상자산 수탁사 ‘비트고’와 공동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KB국민은행은 코다를 국내 대표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 기업으로 평가하며, 약 90%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민은행은 금융권 수준의 보안 체계와 자금세탁방지(AML) 체계를 갖춘 점을 강점으로 꼽으며, 자사의 금융 인프라와 블록체인 전문 기업 해시드의 기술력을 결합한 결과라고 밝혔다.

향후 커스터디 사업은 전반적인 법·제도 정비가 필요한 상황으로,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 자산 관련 구체적인 법제화가 완료된 이후 본격 검토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은행은 향후 법·제도 정비로 직접 진출이 가능해질 경우를 대비해 코다의 내재화, 적정 지분율 유지, 지분 매각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열어두고 준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케이닥과 기술·운영 측면에서 긴밀히 협력하며, 시장 동향과 제도 변화에 맞춰 ▲공동 기술검증(PoC) ▲보안 체계 점검 ▲위험관리 프로세스 고도화 등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케이닥을 보안성, 컴플라이언스, 기술 안정성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파트너로 평가하며, 특히 금융권 표준 수준의 보안 체계와 규제 대응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신한은행은 커스터디 분야 협업을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디지털 자산 인프라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내부 정보 보안, 자산 검증, 내부통제, 신탁 운영 역량을 디지털 자산 환경에 맞게 확장하고 있으며, 향후 다양한 영역에서 은행의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은행은 비댁스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향후 도입될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구조와 역할을 논의하고 있다. 기존 은행권에서 수행하던 ETF 수탁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 시 가상자산사업자와 협업해 ETF 수탁자 역할을 수행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아울러 가상자산 커스터디의 기술적·법률적 현황과 향후 제정될 관련 법안을 모니터링하며 업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단계적 진출과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추진 상황을 고려해 은행이 참여 가능한 디지털자산 사업 영역을 검토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비댁스의 글로벌 웹 3.0 네트워크 기반 확장성을 강점으로 평가했다. 이어 커스터디 사업은 실제 시장 진출 시 다양한 협업과 적극적인 영업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관련 사업자와 협력해 시장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디지털 자산 사업 전반에 대응하기 위해 그룹 내 유관 부서로 구성된 워킹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커스터디, 토큰증권, 스테이블코인 등 블록체인 인프라 연구와 글로벌 협업 모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비트고코리아 설립과 수탁업 인허가 준비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NH농협은행은 케이닥과의 협업 구조를 통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프로젝트 팍스’ 등 블록체인 기반 국제결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며 실증과 기술 검증을 병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안전한 커스터디와 결제 연계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협업을 통해 글로벌 수준의 보안·자금세탁방지(AML)·다자간 연산(MPC) 기술 역량을 내재화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커스터디가 향후 디지털 자산 결제·정산 인프라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단기적으로는 토큰증권과 스테이블코인 유통 과정의 커스터디·결제 인프라를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기관 대상 B2B 커스터디 허브로 확장할 계획이다.

다만, 은행이 직접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지에 따라 협업 또는 자체 추진 전략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예정이다. 케이닥을 금융권 수준의 보안·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다중서명·MPC 기술과 보험 커버리지 등을 통해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한 글로벌 네트워크 연계를 통한 국경 간 자산 이동 효율성을 강점으로 평가했다. 향후 농협은행은 케이닥의 내재화를 추진하더라도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서 기술·보안 측면의 핵심 파트너 역할을 유지하며, 은행은 협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점진적으로 자체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M뱅크는 인피닛블록에 일부 지분을 투자했으나, 구체적인 협업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 다만 관련 시장의 흐름과 기술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업계의 다양한 가상자산사업자(VASP) 등 여러 기업 관계자와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활동은 지속하고 있다. 이 커스터디를 은행의 본질적 역할과 가장 맞닿아 있는 분야로 평가했다.

향후 제도권 내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안정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고려해 내부적으로 관련 기술 검증(PoC)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준비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은행들은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가 고객 자산 보호와 시장 안정성에 직결되는 만큼, 명확한 법안과 규제 가이드라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규제 불확실성은 업계가 신규 사업을 준비하고 기술에 투자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어,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과 자본시장법 개정 등 신속한 법제화를 통해 국내 사업자들이 안정적으로 시장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자본시장법 내 신탁업자 규율과 가상자산이용자 보호법 내 커스터디 구분, 실제 시장에서 필요한 역할을 분석해 커스터디 관련 사업자의 시장 진출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커스터디 사업자에게 원화 입출금 기능이 허용되면, 블록체인 상에서 거래되는 온체인 자산과 은행 등 전통 금융에 존재하는 오프체인 자금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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