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석의 입장] “새벽배송이 꼭 필요한가?”라는 주장
지난 해 쿠팡에서 새벽배송 일을 하던 노동자 고 정슬기 씨가 과로사한 사건 이후 새벽배송은 노동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그가 카카오톡 대화에 남긴 “개처럼 뛰고 있다”는 말은 쿠팡 새벽배송 노동자의 일상화된 과로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이에 정치권과 정부 관계부처, 노동단체, 사업자, 시민단체 등이 모여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대책을 마련하자는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가 만들어졌다. 그 안건으로 올라온 것이 심야 배송 금지다.
심야 배송 금지는 밤 12시부터 5시까지는 배송을 하지 말자는 민주노총의 제안이다.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심야노동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논거다. 민주노총은 새벽배송 가능한 품목을 줄이고, 5시부터 배송을 하면 지금처럼 7시 이전에 소비자가 상품을 받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12시부터 5시까지 배송을 멈추면 새벽배송이라는 서비스는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5시~7시 사이에 배송을 완료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심야배송을 금지하자는 주장은 사실상 새벽배송 서비스를 중단하자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새벽배송 서비스 중단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사회적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계속돼야 한다”는 주장과 “심야노동은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심야노동은 힘들다. 의학적 지식이 없어도 그건 분명히 알 수 있다. 때문에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적절한 심야 노동시간과 필요한 휴식은 얼마인지, 심야 노동에 대한 적절한 대가는 얼마인지 면밀히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새벽배송 금지’라는 주장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된다. 소상공인을 비롯해 2000만명 가까운 새벽배송 이용자의 생활패턴을 바꾸라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또 새벽배송 노동자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주장이기도 하다.
새벽배송 금지를 주장하는 많은 이들이 “새벽 배송이 꼭 필요한 것 아니다”고 말한다. 심지어 “타인의 목숨을 담보로 서비스를 받고 싶냐?“는 식으로 윽박지르는 목소리도 있다. 여기서 ‘꼭’이란 어떤 의미일까? 의학적 치료나 긴급 구조처럼, 없으면 절대 안되는 것, 없으면 사회가 마비되거나 경제 시스템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하는 걸까?
그런 의미라면 새벽배송은 꼭 필요한 서비스는 아니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새벽배송 없이 잘 살았다.
하지만 그 기준으로 따지면 꼭 필요한 서비스는 얼마나 될까? 택배는 꼭 필요한가? 굳이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택배로 받아야 하는가? 나는 인터넷 쇼핑이라는 게 나오기 전까지 택배라는 서비스를 이용해본 적이 없다. 당시 우리 모두는 필요한 상품을 상점에서 가서 직접 구매했다.
어찌 보면 택배 역시 꼭 필요한 서비스는 아니라는 것이다. 심야배송뿐 아니라 택배업계는 전반적으로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면 노동자들을 과로에서 구하기 위해 택배 서비스를 전면 중단해야 할까?
세상에는 심야에 노동하는 이들이 수없이 많다. 개인적으로 20대 시절 당구장, 비디오방 등에서 밤샘 알바를 많이 했다. 지금도 PC방, 편의점, 24해장국, 술집, 경비원, 간호사, 택시기사, 대리운전, 콜센터, 호텔리어, 청소, 3교대 생산직, IT 관리자, 신문방송 관계자 등 수없이 많은 직종에서 심야에 노동을 한다.
그런데 하나하나 따져보면 “꼭” 필요한 건 그렇게 많지 않다. PC방을 꼭 밤에 가야 하나? 심야에 상품을 판매하는 편의점이 꼭 필요한가? 이런 식으로 따지면 이전에는 없이도 잘 살았던 서비스들이다. 그럼 알바생의 건강권을 위해 PC방 편의점 등의 영업시간을 제한해야 할까?
문제의 본질은 ‘새벽배송 서비스의 필요성’이 아니라 ‘과로’다. 2000만명이 새벽배송을 애용하는 상황에서 “새벽배송이 꼭 필요한가”라는 질문은 적절치 않다. 적절한 질문은 “새벽배송 노동자가 과로에 빠지지 않기 위해 적절한 업무량은 어느 정도인가?” “심야 노동에 대한 적절한 보상은 얼마인가?”가 돼야 할 것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