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커스터디 시장 급성장…은행권과의 협업 방향은
국내 커스터디(수탁)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은행권과 협업하는 주요 기업들의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가상자산을 제도권 금융 서비스로 편입하려는 시도도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커스터디 시장은 ▲한국디지털에셋(코다·KODA) ▲한국디지털자산수탁(케이닥·KDAC) ▲인피닛블록 ▲비댁스 ▲비트고코리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코다는 2020년 KB국민은행이 해시드, 해치랩스와 함께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케이닥에는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인피닛블록과 비댁스에는 각각 iM뱅크(2022년)와 우리은행(2024년)이 투자했다. 비트고코리아는 하나은행이 지난해 미국 가상자산 수탁사 ‘비트고’와 공동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블록체인의 가장 큰 특징은 탈 중앙화된 인프라다. 기존 전통 금융 시스템처럼 중앙 기관이 데이터를 관리하는 구조가 아니라,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분산된 형태로 정보를 기록하고 검증한다. 이 과정에서 각 기관이나 개인은 자신의 프라이빗 키(개인키)를 직접 관리해야 한다. 이는 곧 자산을 스스로 보관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프라이빗 키를 안전하게 관리하려면 높은 수준의 보안 장치와 내부 통제,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이 역할을 대신해 주는 것이 바로 커스터디 서비스다. 커스터디는 단순한 자산 보관 기능을 넘어, 디지털 자산 시장의 신뢰와 투명성을 담보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스테이블 코인과 토큰증권(STO)이 확산되면서 자산의 안전한 보관과 이동이 금융 시스템 신뢰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국내 은행이나 금융기관은 직접 가상자산을 보유하거나 거래를 지원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커스터디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기에는 제약이 있는 상황이다. 다만 각사는 향후 제도 변화에 대비해 다양한 협업과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코다는 블록체인 관련 시장 동향을 공유하며, 규제 완화 이후를 대비한 협업 비즈니스 모델 등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케이닥은 가상자산이용자 보호법 시행 이후 자금세탁방지(AML) 체계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법인 시장을 중심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관련 준비에도 나서고 있다.
인피닛블록은 주요 시중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은행권과는 커스터디 연동, 스테이블 코인 준비금 관리, AML·고객확인제도(KYC) 협력, 내부통제 공동 검증 체계 구축 등을 추진 중이다. 또 증권사 및 운용사와는 비트코인 현물 ETF 운용 시 커스터디 인프라를 결합한 공동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비댁스는 국내 주요 은행과 금융기관과 함께 디지털 자산 보관·결제 인프라 연계, 스테이블 코인 정산 시스템 구축, 비트코인 현물 ETF 관련 협력 등을 진행 중이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 ‘KRW1’을 중심으로, 기초 자산의 은행 예치와 디지털 자산 수탁 기능을 결합한 안정적인 커스터디 관리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커스터디 기업들은 은행권과 협업하면서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기준을 블록체인 기반 커스터디 시스템에 적용하면서 운영 안정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커스터디 업계는 신뢰성과 혁신성을 동시에 확보해 시장 접근성을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코다는 고객의 디지털 자산을 보관·관리하는 커스터디 업무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국내에서 디지털자산 운용 서비스가 허용될 경우, 사업 영역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선 안전한 자산 보관 및 관리(커스터디)를, 이후 법인 고객 대상 온·오프램프 지원(OTC)을 제공한다. 또한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중계·운용 등)를 포함해, 가상자산 렌딩, 디파이(DeFi), 선물·옵션 서비스까지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인피닛블록은 향후 ‘기관형 커스터디 플랫폼’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회사는 스테이블 코인, STO, 실물연계자산(RWA) 등 새로운 자산군을 안전하게 수탁하고, 은행·증권사·핀테크 간 연결을 지원하는 디지털자산 백엔드 인프라로 진화하겠다고 밝혔다. 단기적으로는 API 기반 커스터디 연동 서비스를 제공하고, 중기적으로는 커스터디 기반 오픈뱅킹 시스템,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커스터디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한다.
비댁스는 커스터디를 기반으로 기관형 디지털자산 금융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단계적으로는 STO·토큰화 자산 커스터디와 글로벌 결제·청산 네트워크 연계 등을 통해 서비스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다만 주요 커스터디 기업들은 법제·규제 환경의 한계가 법인 시장 진출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개인만 가상자산거래소에서 매입 가능하고, 법인 참여가 제한돼 리딩방 등 투기장이 형성되는 문제가 있다.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산업은 제도적 모호성과 이른바 ‘그림자 규제’로 법인의 시장 진입이 더딘 상태다. 자산 보유 및 매각 방법, 회계 처리 기준 등이 불투명해 기업 입장에서는 제도 리스크가 사업 확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국내 시장 구조가 거래소 중심으로 형성돼 있어 장외(OTC) 시장이나 기관형 커스터디 수요가 충분히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향후 제도권 자산의 토큰화가 본격화되려면 거래소 밖의 커스터디·청산 인프라가 확대돼야 하며, 명확한 규제 체계 속에서 법인들이 안심하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제도적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향후 커스터디 시장은 제도화와 기관 진입 가속화에 힘입어 급성장할 전망이다. 스테이블코인 결제, RWA 토큰화, 비트코인 현물 ETF 등 제도권 금융상품이 확대되면서 커스터디의 중요성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각국의 법제 정비로 디지털자산 시장에 진출하는 법인이 늘어나고, 글로벌 커스터디 간 상호 연동이 진전되면 국경을 초월한 자산 보관과 이동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한편, 비트고코리아는 국내 시장 진출을 위해 올해 6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했다. 현재 관련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며, 회사 측은 규제 범위 내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국내 시장 진입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