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로 통한 스타트업, VC가 찾은 공통점은?

CJ인베스트먼트가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CJ글로벤터스(GLO!VentUs)의 기업소개(IR) 무대에서 유수의 벤처투자사들을 초청, ‘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스타트업’을 주제로 30일 좌담회를 열었다. 이자리에는 심산 벤처스 이승화 대표, 드레이퍼 스타트업 허제 파트너, 스톰 벤처스 김민주 이사, 코렐리아 캐피탈 나영주 수석심사역이 참여했다. 이들은 그간의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로 진출하는 스타트업과 창업자가 유념해야 할 일을 짚었다.

VC가 모든 걸 도와줄 수 없다

“모든 일은 스스로 해결해야 하고, 아무리 좋은 멘토가 있다고 해도 그 멘토가 의사결정을 대신해줄 순 없다”

허제 드레이퍼 스타트업 파트너는 스타트업이 글로벌로 통하기 위한 우선적인 조건으로 ‘창업자가 어떤 환경에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돌파력’을 꼽았다. 창업자 스스로가 글로벌 진출을 준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초기 투자의 경우 더더욱 창업자의 단단함을 장기적으로 체크하는 것을 중요하게 봤는데, 그런 집단에 네트워크나 투자로 인프라가 갖춰진다면 훨씬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승화 심산 벤처스 대표 역시 창업자의 역량을 말했다. 이 대표는 “창업자가 해외에서 사업 개발이나 세일즈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지에 강점을 많이 본다”며, “적극적으로 먼저 다가가는 실행력이 사업의 문을 여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창업자와 함께 시장을 이해하는 팀을 구성하는 것 역시 중요한 점으로 언급됐다. 나영주 코렐리아 캐피탈 수석심사역은 “회사의 우선순위를 모든 글로벌 팀에 심어주어 회사가 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게 팀 빌딩을 잘하고 기업 문화를 잘 만드는 기업”이 성공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라

서비스의 핵심 가치는 유지하되, 현지 사용자에게 맞춘 빠른 현지화도 성공의 관건이다. 김민주 스톤 벤처스 이사는 “한국 비즈니스의 코어 밸류는 유지하되, 현지 고객의 피드백을 듣고 빠르게 의사결정하여 현지형 제품으로 발전시킨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진출을 단기적인 투자가 아닌, 국내 사업을 발판 삼아 긴 호흡으로 끌고 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허제 파트너는 “단순히 투자 유치로 만든 체력이 아니라, 국내 사업이나 특정 도메인에서 만들어진 매출 기반의 체력이 갖춰진 팀이 글로벌 시장에서 긴 호흡으로 잘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잠재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나영주 수석심사역은 “나아가고자 하는 시장에 대한 철저한 공부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며, 특히 B2C 기업의 경우 “소비자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진출했다가 철수하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진출에 스타트업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역시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공만큼 실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단 뜻이다. 이승화 대표는 “빨리 성공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베팅을 하면 문 닫는 위기까지 갈 수 있다”며 “한국에서 기본적인 체력을 가질 수 있는 사업은 유지하면서 해외 사업을 태핑(Tapping)하는 리스크 헤지(Hedge) 전략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김민주 이사는 “한국에서 성공했던 제품, 고객, 고투마켓 방법 중 최대한 많은 부분을 동일하게 가져갈 수 있는 시장을 찾아가야 한다”면서 한국과 완전히 다른 모델로 글로벌을 시작하는 것은 마치 ‘두 개의 회사를 운영’하는 것과 같아 실패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시장에 대한 철저한 이해, 고객 정의도 중요

시장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이를 바탕으로 한 정교한 고객정의와 스토리텔링도 필요하다. 나영주 수석심사역은 “뷰티로 프랑스에 진출하려는 한 스타트업의 경우, 서양에서는 아동 화장 문화가 없는데 유아 화장품을 내세워 미팅조차 성사되지 못했다”며, 한 한국 스타트업 유럽 진출 시도를 예로 들어 문화·소비자 인식 차이를 간과한 전략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나 수석심사역은 유럽 시장을 목표로 하는 경우 “단순 기술뿐 아니라 기업 내재 자체에 ESG (특히 사회와 지배구조 컴플라이언스)를 커버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며 이는 유럽 출자자(LP)들의 요구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김민주 이사는 시리즈 A 단계 이상에서는 “시장이 아무리 커도 ‘누가 우리의 고객인지’를 뾰족하게 정의”하지 못하면 시장에 안착하기 어렵다는 점을 짚었다. 즉, “정교한 세일즈 전략의 구체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IR 시 파운더의 히스토리, 비전 등이 대화에 잘 녹아있어 투자 팀에게 진정성 있게 전달되는 스토리텔링 역량”이 초기 단계 투자 유치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AI라는 ‘빅 웨이브’에 집중하라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은 한국 스타트업이 놓치지 말아야 할 거대한 흐름으로 AI를 꼽았다. 현재의 거시경제 혼란 속에서도 스타트업들이 집중해야 할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김민주 이사는 “미국에서만 수십조 원이 AI 인프라에 투입되고 있다”며 “환율이나 규제 같은 작은 파도보다 AI라는 거대한 웨이브를 어떻게 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상황을 짚었다. 김 이사는 “이 거대한 파도를 어떻게 넘을지 구상하는 것이 앞으로의 성장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허제 파트너도 “외부 이슈에 흔들리지 말고,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고객을 하나라도 더 만드는 등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승화 대표는 “사업을 같이 발굴하고 관계를 만들 로컬 파트너를 찾는 데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며 ‘사람’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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