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바디스 한국 AI] 김한규 의원 “AI 진짜로 필요한 곳? 대기업 아닌 개인·중소·벤처”
“AI 코리아, 어디로 가야 하나”
이재명 정부가 AI를 국정 핵심 의제로 내세우며, 한국의 AI 산업은 새로운 분기점에 서 있습니다. 기술을 넘어 경제·안보의 전략 자산이 된 AI. 그러나 글로벌 시장은 빅테크의 질주, 공급망 재편, 소버린 AI 등으로 빠르게 변화 중입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묻습니다.
한국 AI 정책, 이대로 충분한가?
진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가?
바이라인네트워크는 정치, 산업, 학계, 스타트업 등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대한민국 AI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실질적 해법을 모색합니다. 정책은 현장의 목소리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이 시리즈가 ‘AI 강국’ 코리아의 새로운 길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인터뷰 시리즈 ⑧ 남경필 포니링크 대표
인터뷰 시리즈 ⑦ 류정혜 과실연 AI미래포럼 공동의장
인터뷰 시리즈 ⑥ 이성엽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장
인터뷰 시리즈 ⑤ 노정석 비팩토리 대표
인터뷰 시리즈 ④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시리즈 ③ 윤성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인터뷰 시리즈 ② 박태웅 한빛미디어 의장
인터뷰 시리즈 ① 임문영 미래전환 대표
“스타트업의 플립(법인 해외 이전)을 비난만 하지 말고, 정부 차원에서 플립의 대안을 마련해줘야 한다. 퇴직연금의 비상장 투자를 허가해 엑시트 시장 규모를 키우는 게 어떻겠나”
“‘AI 가장 잘 쓰는 나라’는 ‘AI 가장 잘 만드는 사람’만으로 안 된다. 그런데 최고 수준의 AI 개발자 양성에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AI를 잘 활용하는 인재’를 폭넓게 양성하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전문가들도 우리가 강점을 지닌 의료, 문화, 식품 콘텐츠를 데이터화해서 AI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자고 말한다. 가령 빠른 배송 서비스가 강점인 물류센터나 자동화 시스템 갖춘 자동차 공장, 이런 분야에서 ‘버티컬 AI’ 모델을 발전시킬 수 있지 않겠나”
AI 국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GPU를 많이 확보해야 하고, 데이터센터도 지어야 한다. 외국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우리만의 AI 기술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이렇게 구축한 AI라는 과실을 일부만 따먹게 된다면 우리는 그런 상황을 “공평하다”거나, 혹은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을까?
김한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AI와 관련해 ‘개발하는 것’만큼, ‘쓰는 사람’에 대한 교육을 강조한다. ‘AI 리터러시(이해력, 활용 능력)’의 중요성이다. 똑같이 챗GPT라는 도구가 주어져도, 누구는 이걸로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데 어떤 이는 심심이와 같은 말 상대로 쓰는 데 그친다. 챗GPT 자체를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인구도 있다.
기업의 차원에서도, 지금 당장 AI를 도입하지 않으면 회사가 문을 닫을 것처럼 사방에서 요란한데 실제로는 국내 전체 기업의 99.9%에 달하는 중소기업 중 실제로 AI를 쓰는 곳은 전체의 5.3%에 그친다(2024년 11월, 중기중앙회 설문조사). 당장은 AI를 쓸 생각도 없고, 있다 해도 제대로 쓸 역량이 없는 곳이 허다하다.
AI로 많은 이들이 밥 벌어 먹고 살려면 대기업뿐만 아니라, AI를 다뤄 새로운 가치와 혁신을 창출할 스타트업도 늘어나야 한다. 그런데, 좀 성장한다 싶은 스타트업은 다른 나라로 법인 이전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린다. 국내 시장에선 이 스타트업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만한 규모의 인수합병이 잘 이뤄지지 않고, 상장도 까다롭다 푸념한다.
개인, 중소기업, 스타트업을 빼놓고 국가 AI 경쟁력을 논할 수 있을까? 김한규 의원은 학생, 노인, 재취업자 등을 대상으론 AI 교육을 활성화해 “각 산업 분야의 도메인 지식과 AI 활용 능력을 겸비한 융합형 인재”를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중소기업에는 AI 접근권과 활용 능력을 키우기 위한 솔루션 지원을 하고,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선 퇴직연금과 같은 연금을 비상장 주식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회수 시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국가 경제의 중심축들이 AI를 제대로 활용해 경쟁력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22대 국회에서 스타트업 지원을 연구하는 의원 모임인 ‘유니콘팜’의 새 대표가 되기도 한 김한규 의원에게 빅테크가 점령한 AI 기술 경쟁에서 우리 스타트업을 키울 방안은 무엇인지, 모두가 똑똑해지는 AI 세상을 열기 위해선 어떠한 정책을 가져가야 할지 들었다.
김한규는 누구?
2022년 6월, 제주시 을 보궐 선거에 당선하며 국회에 입성했다. 사법고시 합격 후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하며 주로 기업의 인수합병 등을 자문했다. 17년의 법률가 생활을 접고, “이게 더 좋은 일이다” 싶어 정치에 입문했다. 각종 청문회에서 ‘질문을 잘하는 의원’으로 평가받는다.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 청와대 정무비서관직 등을 거쳤다. 22대 국회에서 맡은 상임위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이 있다.
올해 국회의원 스타트업 지원·연구모임 ‘유니콘팜’의 공동대표(또 다른 대표는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가 됐다. 변호사 시절, 인수합병 관련 일을 보면서 스타트업과 창업가에 대한 관심의 싹이 텄다. 유니콘팜의 역할로는 “유니콘이 나올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을 꼽았다. 그러기 위해서, 현장과 소통하며 규제를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있다. 엘리트의 이미지가 강한데, 웹툰을 자주 본다는 의외의 모습도 있다.
Part1. 빅테크가 주도하는 AI 시대, 스타트업이 활성화되려면
최근에 유니콘팜의 대표가 됐다. 축하한다. 원래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았나
(유니콘팜의 대표가) 대단한 자리가 아니라, 축하를 듣는 것이 조금 민망하다. 로펌(김앤장)에서 17년 근무하면서 스타트업을 인수합병하는 일을 했다. 그러다 보니 스타트업에 계신 분들을 만날 일이 있었고, 안 해본 일이라 관심을 갖고 보게 되더라. 그쪽(스타트업 생태계)이 커져가는 걸 보니까 뭐랄까, 새로움, 혁신의 이미지가 있어서 분야는 다르지만 도와드리고 싶기도 하고, 부러울 때도 있고, 관심이 많이 생겼다.
국회의원이 되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입장에서 바라보는 스타트업 생태계는, 로펌에 있을 때랑은 좀 다를 것 같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많이 달라졌다. 이미 ‘유니콘’처럼, 성공한 사례가 많이 공유되고 있고, 창업자들이 단순히 기술력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경영자로서 준비가 잘 되어 있단 생각이 들었다. 상당히 준비된 경영자가 많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창업자들의 마인드는 좋아졌으나, 환경은 그런 것 같지 않다. 빅테크가 AI 솔루션을 하나 내놓을 때마다 스타트업이 1000개씩 죽는다는 말도 있다
현실적으로 자본이 많이 들어가는 기술 회사가 잘 나가는 세상이 됐다. (해외뿐만 아니라) 지난 정부에서도 딥테크에 신경을 많이 썼고, 현실적으로도 기술력 있는 회사에 자본이 집중되는 현상을 막기는 어렵다. (기술력이 있는 곳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려면) 지금은 오히려 새로운 투자 대상을 적극적으로 찾으려는 회사가 많이 생기게 해야 하지 않겠나. 요즘은 작은 회사에 투자하는 것보다, 조금 안정적인 투자처에서 중수익을 얻는 방향의 벤처 투자가 일어나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은, 자본이 많지 않아서 나오는 거다. 누군가는 조금 더 모험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민간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그래야 기술력을 강조하는 딥테크가 아니더라도, 다른 여러 스타트업에 큰 수익을 노리는 투자가 일어날 수 있다.
민간 투자 확대가 왜 안 일어난다고 보나
엑시트(투자 회수)가 어려운 것도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서, IMF 직후에는 (시장에) 자본이 더 많았고, 그 이후로 작은 회사들에 대한 인수합병(M&A)도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인수합병으로 작은 회사의 경영진이 엑시트를 하기 조금 어려운 것 같다.
왜 그런가
상장이 안정적인 수익처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투자 업계도 좀 더 안정화되다 보니까 힘들게 인수합병의 상대방을 찾는 것보다는 그냥 ‘큰 곳’에 투자하는 게 안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또, 인수합병도 주로 사모펀드(PEF)가 사는 건데, 이들 펀드가 작은 회사에 투자를 안 하려 한다. 큰 회사 중심으로 투자하려 하고, (사모펀드에 돈을 넣는) 기관 투자자들이 보수화된 것 같다. 투자 업계 자체가 체계가 갖춰지면서 안정지향적인 된 것 같다는 느낌이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플립(FLIP, 국외로 본사를 옮기는 것)’을 그냥 응원해야 하느냐고 질의하지 않았나. 김한규 의원은 플립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나
막을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 민간 투자자 입장에선 당연히 엑시트 할 가장 좋은 길을 찾는다. 그리고, 수익성을 많이 내는 게 맞는 방향 아닌가? 그것에 대해 비판할 생각은 없다.
다만, 우리 정부 차원에서 플립 외의 대안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일단, 기본적으로 ‘상장(기업공개, IPO)’이 쉬어야 한다. 두 번째로는 큰 규모의 기업, 1조원 이상의 상장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의 자본시장이 되어야 한다. 세 번째는, 상장 전, 비상장 단계에서 (투자자가 자금을) 회수할 수 있으려면 큰돈이 들어와야 한다. 그러려면 민간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역시 한성숙 장관 청문회 때 질의하기도 했지만, 민간투자를 확대하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위험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연금 투자’ 같은 거다.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과 같은 사적연금은 비상장회사에 대한 주식 투자가 안 된다. 그런데, 상장사에 대한 투자도 위험한 변동성이 크지 않나. 오히려, 비상장 회사 여러 곳을 바구니에 담아 오래 가져가면 일부는 실패하더라도, (또 일부는 큰돈을 벌 수도 있으니) 비상장 회사에 대한 투자가 꼭 위험한 투자라고 할 수 있느냐는 생각이 든다. 덧붙여, 국민연금의 대체 투자도 확대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보면 주가지수 5000이라는, 있는 회사들의 주가를 올리는 것도 방법이긴 한데, 현실적으로는 새로운 매력적인 회사도 (주식 시장에) 들어와야 한다. 플립을 할 정도라는 것은 되게 매력적인 회사라는 뜻 아닌가. 큰 회사고. 이런 곳을 받아줄 수 있는 수요가 늘어나야 주가지수 5000이 되는 거니까. 우리 정부의 자본시장이나 주주 정책하고도 일맥상통한다고 저는 생각하는 거다.
유사한 질문 같은데, 올해 퓨리오사AI가 메타에 인수합병 제의를 받았을 때, 일각에서는 “정부 지원을 받은 회사, 나라의 기간 산업인 반도체 회사가 국외로 매각되는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답도 같다. 안 그랬으면 좋겠지만 비난할 수는 없다. 처음 (정부가) 투자할 때 (국외 매각은) 안 된다고 미리 말을 하든가. 그렇지도 않았는데 뒤늦게 애국심을 민간 기업에 기대하는 것은 안 된다. 역시, 우리가 선택지를 줘야 (기업인들이) 애국적인 측면까지 고려해서 결정하지 않겠나.
지금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뭐라고 보나. 그리고 AI 스타트업 지원과 관련해 ”잘 될만한 곳을 몰아주자”는 의견과, “그래도 골고루 지원해야 생태계가 튼튼해진다”는 의견 중 어디에 더 방점을 찍을 수 있을까
먼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보는 건 조금 전에 말했듯 ‘엑시트’다, 회수 시장. “여기서 웬만큼 성공해도 내가 수익을 낼 수 있고, 많이 성공하면 진짜 엄청난 대박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많이 성공해야만 대박이고 웬만큼 성공해선 상장도 쉽지 않다.
우리나라가 기술특례상장에 되게 보수적이다. 외국 같은 경우는 저 회사가 기술이 있는지 없는지, 수익을 내는지 못 내는지 투자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듣고 판단할 수 있게만 해주면 된다. 대신, 허위 공시를 했을 때 책임을 엄격하게 묻는 시스템이다. 우리는 국가가 약간 보호자적 관점에서, 미래가 불투명한 곳을 최대한 상장을 못 하게 하는 거다.
이건 (우리나라 시장에) 개인 투자자가 많아서 그런 거다. 미국은 기관 투자자가 많으므로, (기업이) 정보만 알아서 제공하면 (이익이나 손실은) 투자자의 책임이라고 보는 건데, 우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기업이) 정보를 제공한다고 해도 다 소화를 못 한다고 보니까 (국가가) 알아서 상장 단계를 엄격하게 두는 거다.
뭐부터 바꿔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공시 시스템을 조금 더 쉽게 볼 수 있게 하고, 투자자들이 ‘공시가 중요하다’는 것과 투자에 대한 결과도 ‘자기 책임’이라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상장을 못 하게 해서 회수가 어렵게 하는 것은, ‘투자와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어렵게 한다.
지원은? 몰아줘야 할까, 아니면 고루 나눠줘야 할까
어느 쪽으로 답하든 욕을 먹겠다(웃음). 지난 정부랑은 조금 입장이 다르다. 물론, 딥테크를 지원한다는 입장은 특별히 바뀌진 않을 거다. 중소벤처기업부 자체가 그런 입장이니까. 그렇지만, 저는 초기 단계에선 좀 더 넓고 고른 지원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초반엔 아주 적은 돈만 투입이 되면 아이디어를 확인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개발해 낼 수 있을 텐데, 그 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사라지는 데들이 많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다. 씨앗이 거목으로 자랄 수 있는지, 그걸 확인하는 정도의 토양은 만들어줘야 하지 않겠나.
그런데,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그다음은 사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진짜 유니콘으로 확 키울 수 있는 정도로 말이다. 특히, AI 같은 경우는 돈이 많이 드니까 더더욱 그렇다.
유니콘팜의 역할을 어떻게 잡고 있나?
유니콘팜이라는 것이 자체적인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고, “유니콘을 많이 만들겠다”는 목적이라, (스타트업이) 원하는 얘기를 정부와 국회에 잘 전달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로서는 규제 해소와 관련해 얘기가 제일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을 조금 더 깊게 듣고 전달하려 한다.
아무래도, 저희 나름대로 관심 있고 유망한 분야를 계속 찾아다니면서 많이 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강훈식 전 대표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갔으니 그쪽에다가도 의견 개진을 더 하기 쉽지 않겠나(웃음). 강훈식 비서실장이 있을 때 최대한 활용을 해서 규제를 푸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Part 2. ‘모두의 AI’는 ‘모두가 AI를 잘 쓸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앞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선택지를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지금 우리 정부가 ‘100조원 AI 투자’ ‘모두의 AI’라는 방향성을 잡고 가고 있다. 이런 방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새 정부인데 당연히 찬성한다고 하지 않겠나(웃음). ‘모두의 AI’라는 것에 공감한다. ‘AI가 중요하다’ ‘에너지 산업이 중요하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데 다 맞는 이야기다. 그런데, 핸드폰을 활용하는 능력도 사람마다 많이 다르지 않나?
(자신의 스마트폰을 가리키면서) 누구는 이걸로 문서 작성도 하는데, 누구는 유튜브를 보거나 카톡을 보내는 것밖에 못 한다. 챗GPT도 마찬가지다. 누구는 간단한 질문만 하고 놀이의 상대방 정도로만 쓰는 반면, 업무상 잘 활용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는, 챗GPT를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사람들도 있고. 그게 AI 리터러시라고 할 수 있다.
‘AI 가장 잘 쓰는 나라’는 ‘AI 가장 잘 만드는 사람’만으로 안 된다. 그런데 최고 수준의 AI 개발자 양성에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AI를 잘 활용하는 인재’를 폭넓게 양성하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모두의 AI라는 것은, 아마도 “모두가 웬만큼 AI를 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고, 이제는 거기에 국가의 책임이 들어가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AI 리터러시를 올리기 위해서 입법기관,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핸드폰이 도입될 때와 비슷하다. 기본 교육이 필요하다. 학생이나 노인들이 다니는 학교, 퇴직자를 상대로 하는 재교육 과정에 AI 교육이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육체 노동을 하는 사람도 AI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훨씬 효과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도 마찬가지인데 좋은 컴퓨터와 고사양의 핸드폰, 유료 AI 프로그램을 쓰는 사람이 있을 거고 그냥 무료 프로그램을 쓰는 학생이 있을 거다. 모두가 (고르게) 경험해 볼 수 있게 학교에서 트레이닝을 시키고 내보내야 하지 않겠나.
모두의 AI를 위해서는 국가가 결국은 ‘접할 기회’를 주는 게 중요하다. 각 산업 분야의 도메인 지식과 AI 활용 능력을 겸비한 융합형 인재가 길러질 수 있도록 초·중·고 교육 과정부터 AI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 (경험을) 해볼 만한 성인은 좀 후순위로 미루고, 학생하고 노인층, 퇴직하고 나서 재취업을 하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우선 교육 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
또 하나, 중요한 곳. 중소기업이다. 지난해 11월에 발표된 중기중앙회 설문조사를 보면 AI를 업무에 활용 중인 중소기업은 전체의 5.4%에 불과하더라. 향후 도입을 희망하는 곳도 16.3%에 그쳤다. 우수한 회사에는 우수한 인재가 있기 때문에, 대기업은 AI가 없어도 리서치가 가능하고 업무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중소기업일수록 부족한 인력이나 지식, 경험을 AI로 보완할 수 있는데 정작 더 필요한 사람들이 안 쓴다는 거다.
그러면, 국가에서 중소기업의 AI 도입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어야 할 거다. 중소기업 직원을 대상으로 무료 교육을 할 수도 있고, 유료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가가 (AI 프로그램을) 일괄구매해 라이선스를 얻어 제공하면 더 저렴하게 쓸 수 있지 않겠나.
Part 3. 소버린 AI, 안보 관점에서 접근해야
새 정부의 인선에서 강조되는 것이 ‘소버린 AI’다. 그 방향성을 어떻게 보나
웹툰을 즐겨 보는데(본인의 스마트폰에서 웹툰을 확인하면서), AI와 관련해 유명한 웹툰들이 있다. 그중에서, 세계가 완전히 단절된 후 독자적인 우리나라 서버 안에서만 서로 연락이 되는 미래를 그린 만화가 있다. 그게 없는 나라들은, 과학기술의 혜택을 전혀 누릴 수 없는 거다.
AI도 비슷한 것 아닐까? 사람들이 생각하는 소버린AI라는 것이, 어느 순간 우리의 삶이 챗GPT에 완전히 종속됐는데 GPT에 대한 접속을 완전히 끊어버렸을 때 우리는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 아닌가.
그게 안보의 관점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해운 물류의 활동이 제한적이었다. 당시에 요소수(중국의 수출 제한, 코로나 기간 공급망 붕괴로 품귀 현상을 빚음), LPG·LNG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민간에서는 몰라도 대통령실에선 엄청나게 긴장했다. 만약, 요소수 같은 것이 끊겨서 안 들어와 화물차 운행을 못 하면우리 물류가 망가지는 거니까.
그때 다시 한번 생각한 게 “만약 국가 간 전쟁이 나 먹고 사는 것을 우리가 알아서 해야 할 때가 오면?”이라는 거다. 지금은 쌀이 비싸서 수입해야 한다고들 말하는데, 수입하지 못하는 순간이 됐을 때, 우리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식량 안보라는 게 정말 현실화할 수 있구나, 코로나 때 그런 생각을 했다. 그전에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안 했었는데, ‘그냥 수입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이제 세상이 바뀌어서, 지금은 AI가 그럴 것 같다. 독자 모델(소버린 AI)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일리가 있는 내용이다. 그런 순간(독자적으로 해결해야 할 순간)을 계속 염두에 둬야 하지 않을까.
안보 차원에서 자국 내 완결형 AI 생태계를 갖추려면, 가장 시급하게 부족한 게 무엇인가? 현실적으로는 완결형 생태계가 어려우니 특정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물론, 하루아침에 전쟁이 날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가 아무리 투자를 늘린다고 한들, 한순간에 미국과 중국 수준의 AI 생태계를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가 두 나라에 비해 단기간에 치고 나갈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일지 고민하고 거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도 우리가 강점을 지닌 의료, 문화, 식품 콘텐츠를 데이터화해서 AI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자고 말한다. 가령 빠른 배송 서비스가 강점인 물류센터나 자동화 시스템 갖춘 자동차 공장, 이런 분야에서 ‘버티컬 AI’ 모델을 발전시킬 수 있지 않겠나. 다른 나라와 제휴를 하면서, 우리나라를 배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엮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완결형 생태계 구축이라는 비전을 위해 핵심 기술이나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
버티컬 AI 모델과 관련해서, 어느 분야를 딱 집어서 ‘이게 잘될 것 같다’ 생각하는 분야가 있나
요즘 의료가 좀 문제이긴 하지만 헬스케어가 그래도 우리나라가 강점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미국과 영국에서 잠깐 살아봤고, 변호사를 할 때 헬스케어 분야 업무를 맡아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 헬스케어 부문에서 전문적이고 집약적인 데이터를 많이 쌓아놨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나라 서울의 대형 병원들이 가진 자체 데이터 시스템이 엄청나게 뛰어나다.
다만, 우리나라가 의료정보를 비실명화해 쓰는 게 어려워서 활용이 잘 안되는데, 이게 다른 나라에서도 지금 저를 찾아와서 “규제 완화를 해서 한국에서 환자들의 임상 데이터를 활용하면 외국의 보험회사나 우리나라 건강보험공단 같은 곳에서도 훨씬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이고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하더라. 헬스케어는 우리나라가 개인 정보에 민감하기 때문에 규제가 문제 되는 영역이지만, 동시에 경쟁력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AI·빅데이터 등 신산업 분야에서 ‘규제’와 ‘혁신’의 균형점을 어디에 둬야 한다고 보나
둘 다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지금은 혁신에 방점을 둬야 하지 않을까. ‘기술 흐름은 5주 단위로 변하는데, 정책은 5년 단위’라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더라. 그만큼 오늘날 AI를 비롯한 신산업의 발전이 빠른데, 정책이 적절히 뒷받침되지 못하는 문제가 크다. 배경훈 신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청문회에서 “AI 정책은 규제보다 진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는데, ‘AI 3강’으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진흥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양극화나 개인정보, 디지털 소외 등 AI가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응해 우리 사회가 반드시 지켜야 할 윤리적 기준이 있을까? AI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회나 정부가 추진해야 할 법·제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모든 기술은 우리의 더 나은 삶을 위한 것이다. ‘사람 중심’이라는 대원칙이 지켜져야한다. 정치인의 입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알고리즘 편향’ 문제다. AI가 편향된 데이터를 학습해 기존의 사회적 차별을 그대로, 혹은 더 심하게 답습하고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AI가 사회 분열의 확성기가 되어선 안 된다. 알고리즘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이를 검증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AI 기본법과 관련해서도, 아직 ‘고영향 AI’ 기준을 비롯한 하위법령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과기부에 따르면 8~9월 중 초안이 나온다고 하니, 이를 기본으로 각계의 의견을 잘 수렴하면서 균형 잡힌 신뢰성 확보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겠다.
AI 시대, 사회 안전망 문제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AI 시대 사회 안전망이라는 게 새로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지난 20년 동안 공정 자동화로 제조업 일자리는 이미 많이 줄었다. 앞으로는 사무직도 비슷하게 될 거라는 측면에서 기본적 콘셉트는 비슷한 것 같다.
없어지는 일자리를 새로운 일자리로 잘 연결하는 게 국가의 역할이 아닌가. 그래서 예전보다는 정부가 조금 더 유연하게 노동시장에 재취업을 도와주는 게 중요하게 됐다. AI 시대에 맞게, AI로 어느 분야에서 일자리 변화가 있을지 구조적으로 전망을 하고, 사람의 재교육도 결국은 AI를 중심으로 해야 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
다만, 나름 사회의 의사결정 주체, 기득권 여론 형성층이라고 말할 수 있는 50~60대 사무직의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시대가 오면 혼란이 더 크게 올 수 있다. 기자들도 기사를 예전보다 빨리 써주는 AI가 있다면, 기자의 수가 지금보다 줄어들어도 기사량은 비슷하게 쳐낼 수 있지 않나(웃음). 여론 주도층 인사들이 이런 문제에 불만을 제기하고, 국가가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사회적 반향이 더 큰 거다.
특히, 정치인들이 AI에 의해 쫓겨 나가기 시작하면 큰 이슈가 될 거라고 본다. (내가) AI에 쫓겨나면 어떡하지? 고민이 많다(웃음). AI와 관련한 논의 자체가 국회에서도 격론화되어 간다. 그쪽이 아닌 (관심이 없던) 사람은 (논의를) 따라가기 어렵게 지금 막 갭이 벌어지는 것 아닌지 걱정도 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