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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바디스 한국 AI] 임문영 “한국형 AI는 소버린 AI가 아니다”

바이라인네트워크 기획, <한국 AI의 길을 묻다> 인터뷰 시리즈

“AI 코리아, 어디로 가야 하나”

이재명 정부가 AI를 국정 핵심 의제로 내세우며, 한국의 AI 산업은 새로운 분기점에 서 있습니다. 기술을 넘어 경제·안보의 전략 자산이 된 AI. 그러나 글로벌 시장은 빅테크의 질주, 공급망 재편, 소버린 AI 등으로 빠르게 변화 중입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묻습니다.
한국 AI 정책, 이대로 충분한가?
진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가?

바이라인네트워크는 정치, 산업, 학계, 스타트업 등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대한민국 AI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실질적 해법을 모색합니다. 정책은 현장의 목소리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이 시리즈가 ‘AI 강국’ 코리아의 새로운 길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인터뷰 시리즈 ④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시리즈 윤성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인터뷰 시리즈 ② 박태웅 한빛미디어 의장
인터뷰 시리즈 ① 임문영 미래전환 대표

“모든 정책에 AI를 근본으로 깔아야 한다. AI를 정보화처럼 접근해서는 안 된다. AI는 산업 뿐만이 아니라 정치, 사회문화 등 모든 것을 바꾸는 근본적인 변화다.”

“아직은 정부의 AI 정책을 평가하긴 이르다. 그러나, AI 수석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우리나라 (산업계) 톱티어에서 지명했다는 것은, AI와 과학기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 정부가 알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다른 정부 부처들도 마찬가지로, AI를 바탕에 깔고 일해야 한다”

“우리가 원할 때 통제할 수 있는 소버린 AI는 주권의 측면에서 중요하다. 한국이 AI를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오픈AI도 한국을 “풀스택 AI”라고 말한다. 자신감을 갖고 상상력을 펼쳐라”

이재명 대통령의 디지털 싱크탱크. 임문영 미래전환 대표에 언론이 붙이는 수식어다. 새 정부가 AI 정책을 어떻게 끌어갈 것으로 보는지, 그리고 그 방향성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묻기 위해 임 대표에게 연락했다. 지난 7일, 용산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제가 기사 쓸만한 뉴스 메이커가 아닌데”라며 웃었다. 초대 AI 수석 후보로도 거론됐던 그에게 “정치에 입문할 생각은 없느냐”라고 묻자, 손사래를 쳤다. 오해를 받을까 조심스럽다면서도 AI 정책과 관련해서는 “한국이 AI를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우리는 풀스택 AI 국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AI 정책 방향성에 산업계의 기대가 크다. AI를 가장 중요한 공약으로 밝혔고, 현장에서 AI를 연구·개발해 온 주요 인물들을 정책 사령탑으로 앉혀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선장이 방향타를 잘 잡았다 해도 선원이 각자의 몫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배는 항해하기 어렵다. 임 대표는 AI가 가져올 변화에 대한 선장과 선원, 모두의 이해를 요구한다. 예컨대, AI의 주권 문제를 다루는 ‘소버린 AI’를 한국 기업이 만든 걸 쓰기 위한 ‘한국형 AI’ 프로젝트로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AI를 마치 정부 주도의 전산화 프로젝트처럼 생각하지 말라”

소버린 AI가 한국형 AI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예산을 짜는 사람, 집행하는 사람, 쓰는 사람 모두를 향해 한 임 대표의 쓴소리다. 새 정부는 100조원을 들여 AI 강국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100조원이 100조원 이상의 가치를 내려면 어느 한 정부 부처 빠질 것 없이 AI를 바탕에 깔고 변해야 한다.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지난 대선 기간, 더불어민주당 디지털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한 임 대표에게 물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남시장 시절부터 함께 하며 디지털 정책을 보좌해왔다. 어떤 철학을 가지고 일했나? 지금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

문과(정치외교학과) 출신인데, 1990년대 초반엔 최첨단 기술이었던 PC 통신 하이텔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PC 통신이 ‘세상을 바꿀 문화’라 알리고 싶었다. 디지털 컴퓨터 통신이라는 개념이 엔지니어 중심으로 받아들여졌는데, 그렇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이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건데, 철학 자체를 바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 뒤로 30년 동안 우리나라가 정보화를 해서 엄청난 변화가 있었고 세상이 이만큼 왔다. 그런데 지금 또다시 변화가 시작됐다. 문제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AI)을 “IT기술 발전의 연장선”으로만 본다는 거다.

AI는 정보화의 연장선이 아니라는 말씀이다. AI를 어떻게 보면 좋을까?

(정보화와는) 완전히, 질적으로 다르다. 지금까지의 정보화는 기존의 삶과 생각을 전산화, 자동화하고 편리하게 만드는 거였다. AI 시대의 변화는 인간을 대체하는 지능을 가진 존재와 함께 사는 방법을 배우는 거다. 앞의 (정보화랑은) 전혀 다른 거다. 따라서 (AI를) 운용하고 대응하는 방식도 완전히 달라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비슷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AI를 IT기술의 일부로만 바라보는 건데, AI는 산업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문화 모두를 바꾼다. 사람들의 관점과 생각, 가치를 바꾸는 거다. 거기까지는 아직 안 보는 것 같다, 제가 볼 때는.

“지금까지는 AI가 중요하다고 말은 해왔으나 정보화의 연장선으로 보고 그에 맞는 정책만 펴왔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되나? 새 정부에서는 AI 본질을 제대로 보는 정책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나?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갈 거라고 기대하고. 아직 정부가 구체적으로 (AI와 관련해) 무엇을 한 건 없어서 평가하긴 어렵다. 그렇지만, 그렇게 갈 거라고 보는 이유가 AI 수석이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그야말로 우리나라 톱티어에서 지명했다. 이런 사례가 없지 않았나. 그만큼 AI와 과학기술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는 거다. 다만, 다른 부처들도 AI를 두고 근본적인 혁신의 문명 전환이라고 봐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우리가 바이오도 해야 하고 원자력도 해야 한다는 그 연장선에서 AI 산업을 진흥해야 한다는 그런 개념이 아니라.

모든 정책에 AI를 근본으로 깔고 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그런데, 사실은 쉽지 않은 일로 들린다. 어떻게 설득할 수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모든 부처에서 AI를 접목할 수 있나

모든 사람을 그렇게 바꾸기는 어렵다. 인간은 사고를 할 때 기존의 관성과 경로 의존성을 따라간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처음 트위터(지금의 X)를 봤을 때 ‘마이크로 블로그’라 불렀다. 블로그는 아는데, 이렇게 짧은 블로그는 본 적이 없거든. 그래서 마이크로 블로그라 부르다가, 나중에 이게 블로그라는 개념이 생겼다. 트위터에 대한 개념이 그런 것처럼, 어떤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일 때는 기존에 알고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상상력이나, 아니면 (새로운 것이) 가져올 파급력에 대해 굉장히 제한적인 수준의 생각을 하게 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순 없으니까

그렇다. 어쨌든 변화는 더 크게 일어나는 거다. 이런 상상을 해보면 된다. 오픈AI가 추진 하는 스타게이트(초대형 AI 데이터 센터 건설 프로젝트)의 예산이 거의 700조원이다. 인류 역사상 민간 기업의 프로젝트에, 그것도 수익성이 불확실한데 이 정도 규모의 자금이 투입된 적이 있나?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게 뭐길래 그렇게까지 어마어마한 투자를 하고, 각국이 목숨을 걸고 거기에 달려드는지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별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AI를 기존 것(정보화)의 연장선”이라고 보고 있고, 좀 더 발전한 전산화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AI가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실체가 명확하지 않다고도 생각들 한다. AI라고 하면 다 챗GPT만 생각한다. 그걸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느낌이 안 오는 거다. AI가 삶에 아직 깊숙하게 들어왔다고 느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이 러시아의 폭격기를 (AI로 정밀 타격해) 박살을 냈다든지,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과학자나 혁명 지도부를 핀포인트(정확한 지점 찾기)로 전부 살해한 것들을 보면, 세상이 엄청나게 바뀌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렇지만 그것도 일부만 보는 거다. 대부분의 사람은 생활에서 별로 느끼는 게 없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정부의 정책 목표 중 하나인 ‘모두의 AI’는 어떤 관점에서 봐야 할까?

직관적으로 떠올리는 것은 ‘모든 사람이 챗GPT를 쓰는 것’이다. 그런데, 조금 말을 바꾸자면, 모두의 AI는 ‘모두가 조금 더 스마트해지고 진흥하게 된다’는 것으로 생각한다. 삶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기능적으로 계획하고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거다. 그런 차원에서 생각을 넓고, 다양하게 갖고 갈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도 무료인 챗GPT를 뭘 또 만들어서 뿌리나, 이렇게 되는 거다.

자칫하면 공공 배달 플랫폼처럼 느껴질 수 있겠다

그렇다. 예를 들면 기존의 디지털 전산 산업이나 정보화 산업이 항상 정부가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짠 다음에 예산을 주고, 업체가 경쟁을 해 일정 요구 조건에 맞춰 프로젝트를 만들고 납품해서 쓰는 거였다. 여기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거다. AI 100조원 투자를 한다 그러니까, 업체들에 이걸 나눠주겠거니…

예산을 나눠서 투자할 것 같다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으니까

그래서 AI 프로그램을 정부 주도로 만들어지겠구나, 생각하는 거다. 그거는 진짜 옛날식 사고에 가깝다.

AI 100조원 투자를 비롯한 관련 정책이 어떻게 진행될 거라고 보나?

여러 가지가 있지 않겠나. 아마 1순위로 제일 급한 거는 결국 인프라다. 인프라 중에서도 핵심은 데이터 센터와 데이터. 그다음이 인재 네트워크, 그리고 전력이다. 이런 인프라 투자가 우선은 제일 시급하니 여기에 투자가 제일 많이 들어갈 것 같다.

그다음에 흔히 계속 이야기하는 소버린 AI다.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드는 데도 돈이 들어갈 거고, 그걸 지원하는 하드웨어 칩과, 모델을 유지 발전시켜 나갈 인재 육성에도 대부분 투자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걸 마치 정부 주도의 입찰 사업이라고 자꾸 보는 거다.

임문영 미래전환 대표.

방금 중요한 아젠다가 나왔다. 소버린 AI다. 하정우 AI 수석도 소버린 AI를 강조한 대표적 인물이다. 그런데, 소버린 AI에 대한 평가가 갈린다. 소버린 AI를 어떻게 정의하면 좋을까? 또, 어떤 방향성으로 바라봐야 할까

한마디로 말하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우리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가의 문제라는 말이다. 자꾸 한국형 AI하고 소버린 AI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고 보이는데, 소버린 AI는 그게 무엇으로 만들어졌고, 누가 만들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걸 우리 국가 권력이 필요할 때 채택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서, 외국 것이 들어 왔다가 어떤 상황에 갑자기 빠져나간다 하더라도 우리 것이 있다면 대체할 수 있다. 소버린 AI는 그런 힘을 말하는 거다. 대통령이 “베트남에 (가격이 싼) 쌀이 있다고 한국에선 농사지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냐”라고 말했는데, 아주 비유를 잘했다.

그렇다고, 우리 땅에서만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이야긴 아니다. 만약에, 베트남 땅을 우리가 만 년 동안 임차를 했다고 가정한다면, 그건 우리가 마음대로 (쌀 생산을) 결정할 수 있다는 거니까, 우리 거다. 우리가 판단할 수 있고 우리가 통제할 수 있으니까. 마찬가지로 우리 국가 권력이 주권 행사를 할 수 있을 때, 그게 소버린 AI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한국이 AI에 경쟁력이 없다, 가능성이 매우 적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나?

얼마 전에 오픈AI 제이슨 권 CSO를 만났다(대선 전이었던 지난 5월 26일, 더불어민주당 디지털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임문영 대표가 오픈AI 측의 요청으로 제이슨 권 CSO와 면담했다. 당시 제이슨 권은 오픈AI 한국법인의 본격화를, 임문영 위원장은 이재명 후보의 AI 강국 공약을 이야기했다) . 그때, 제이슨 권이 “한국은 풀스택 AI”라고 말하더라. 한국은 실제로 대단한 나라다. 반도체, 그중에서 가장 첨단이라고 하는 HBM 기술부터 시작해 자체 포털과 LLM 기술까지 사실은 다 갖고 있다.

문제는 이것들을 연결하지 못한 거다. 우리가 사실은, 이미 (AI 글로벌 경쟁력이) 3위다. 다만, 명백한 3위가 아니라 3위 그룹 안에 있는 거다.

그렇지만 1, 2위와 차이가 크게 난다(웃음)

1, 2위가 워낙 넘사벽(높은 장벽)이다. 우리가 정말 G3가 되려면, 완전히 질이 다른 도약을 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런데 우리가 “자체 소버린 AI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를 한다면, 그건 미국과 중국을 빼고는 아무도 자체 AI를 못 가진단 이야기가 된다. 그건 우리를 굉장히 얕잡아 보는 사고다.

그래서 “한국이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다시 써야 한다”라는 주장도 나온다

굉장히 못마땅하다. 우리 역량과 현실을 잘 모르는 것도 같다. 미국에서 오픈AI나 퍼플렉시티와 같은 솔루션이 나와 화제가 됐을 때는 다들 조용히 있다가, 중국에서 딥시크가 나오니까 난리가 났다. 이게 무슨 심리인가. 미국은 당연한 거고, 중국은 약간 얕잡아 봤다. (중국이 잘하니) 약이 오르고 추격 본능이 살아난 거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추격 경제를 해왔다. 축약 성장을 하다 보니, 패스트 팔로워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지금 AI 시대는 따라가는 시대가 아니라, 자기 길을 찾아야 하는 시대다.

우리의 길은 어디에 있을까? 이게 제일 중요한 질문 같다

이제부터 고민해야 한다. 그게 우리의 고민이다. 우리가 가진 자원들을 가지고 뭘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소버린 AI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사고의 문제는 여전히 우리가 국가별로 줄을 일렬로 세우는 데서 온다. 맨 앞에 미국이 있고, 그 순서대로 우리가 따라가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있다는 거다.

줄이 일렬이 아니라, 방사형으로 퍼진다고 생각해 보자. 가야 할 길은 굉장히 다양하다. 물론, 파운데이션 모델에 대해서는 모두가 같은 고민을 하지만, 이 파운데이션 모델을 넘어서는 프런티어 모델을 만들 수도 있는 거고, 또 새로운 반도체에 대한 길을 우리가 찾아낼 수도 있는 거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방향이 있다.

상상력을 오롯이 LLM(초거대언어모델)에만 가둬두지 말라는 말씀이다

지금과 같은 실리콘 반도체 기반으로 스케일업 해야 하는 인공지능 모델만이 전부는 아닌 거다. 폰 노이만 이래로 동일한 구조로 계속 온 것 아닌가. 그걸 뛰어넘으려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구조 속에서 새로운 방향으로 얼마든지 갈 수 있는 기회가 나올 수 있다.

중국을 봐라. 중국은 첨단 칩을 막으니, 다른 공학적 대안을 만들어 냈다. 그게 왜 (한국이라고) 안 되겠나. 

새로운 상상력으로 여러 시도를 하려 할 때, 이를 방해하는 규제나 문화가 있을까?

일단은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보통, AI를 말할 때 두 가지 마케팅이 이뤄진다. 하나는 겁박이다. 공포(phobia)를 형성하는 거다. (변화를) 못 따라오면 직업도 잃고, 망한다고. 또 다른 마케팅은 ‘장밋빛 인생’이라는 판타지를 심는 거다. 어마어마한 세상이 와서 앞으로는 일에 손도 안 대고 살 수 있다고.

AI에 대해서 지나친 공포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걸 우리가 모르면 안 된다. 어떤 모델의 종류를 순서대로 외우고, 거기에 파라미터가 얼마인지 외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아무 의미도 없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AI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우리 삶을 바꾸는 거고, 그 기술은 우리나라도 잘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갖는 게 제일 핵심이다.

자신감을 가지면 무엇이 달라지나

도전하고 뛰어드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가 내부에서 역량을 키워야 한다. 1순위는 ‘변해야 한다’는 거다. 변하지 않으면서 자기 자리에 앉아서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나.

대표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국회에 가면, 엄청나게 많은 AI와 최첨단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토론회가 열린다

거의 매주 열린다

거기에 수많은 전문가와 정치인이 온다. 그런데 갈 때마다 한심하게 보이는 것이, 항상 수기로 (방명록을) 쓴다. QR 코드로 미리 약속하고 온 건지, 확인할 수 있지 않나. 그런 간단한 것도 안 한다. 국회 토론이나 방송을 봐라. 전부 자료집을 종이로 만들어서 뿌린다. 노트북은 노트북대로 들고 오고, 파워포인트는 파워포인트대로 쏜다. 관성을 바꾸지 않고 노력하지 않는데 대체 뭘 바꾸겠나.

AI는 커녕, 심지어 디지털 전환도 안 됐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우리 AI 전환연대는 다 온라인으로 한다(웃음). 종이책자도 안 만들고. 아주 작은 것부터 해보자고. 우리가 바꿔야 하는 것은 어마어마한 것이 아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거다.

국가 AI 역량 강화를 위해서, 우리가 더 놓치고 있는 것이 있을까?

놓쳤다기보다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다. 첫 번째는 거버넌스, 두 번째는 인프라, 세 번째는 사회환경이다. 그런데 이거는 지금 정부에서 하나씩 다 해결해 나가고 있다.

올해 초 저서 <파레오로스>를 출간했다. 책에서 ‘지식인의 역할’을 매우 강조했다. AI 시대, 어떤 사람이 지식인인가. 또 지식인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지식 리더십이 정말 중요하다. AI 시대는 결국 지식이 중심이 되는 시대 아닌가. 기계가 무한대의 지식을 생산할 수가 있는 시대고, 지능을 누구나 돈 주고 살 수가 있는 시대다.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이 존재하는 시대에서,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이 과연 인간을 통제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지구의 역사에서, 항상 지능이 뛰어난 것이 지능이 낮은 것을 지배해왔다.

그런데 처음으로 그게 뒤바뀌고 있다. 인간보다 더 뛰어난 지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식인이 활동하는 공간은 원래 두 가지다. 하나는 대학이고 다른 하나는 언론. 그런데 언론은 이미 상업적으로 포획이 되어 있다. 대학은 1970년대에 산업 시대 일꾼을 생산해 내는 구조로 쇠락한 지 오래됐다. 권력 구조에 편입해 예산을 받지 못하면 대학은 존재하기 힘들어졌다. 사회적 지적 공론장이 없어졌고, 결국 지금은 그 역할을 국회가 대신하게 됐다. 그런데, 국회도 대다수가 법률가 중심으로 짜이다 보니, 지적 논의가 안 이루어진다. 전문가들도 기능인으로만 쓰인다. 이런 상황에 AI가 모든 걸 다 하게 되면, 지식인은 뭘 해야 하나.

사회에서 지적 공론장을 만들고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게 길을 제시하고, 권력의 의미와 권위를 부여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게 지금 제 고민이다.

기존에 지식인으로 분류되던 이들이 지식인으로 역할을 못 하게 무너진 상황에서, 누가 지식인이 되어야 하나

변화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 변화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이 지식인이라고 본다. 지식인은 학력이 높은 사람이 아니다. 그건 학력인이지, 지식인이 아니다. 지식인은 무엇이 변화하는지를 알고, 변화의 경계선에서 자기가 그 변화를 받아들이려 하고 그 변화를 사회에 맞게 운용하려고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다.

사회 전반의 변화를 보는 사람들로서, 앞으로 ‘미래전환’의 역할은 어떻게 되나

미래전환은 원래 영국 산업화 시대의 루나 소사이어티(Lunar Society, 18세기 영국 산업 혁명 시기 버밍엄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지식인들의 비공식 모임.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토론하며 산업혁명에 기여)를 모델로 삼은 모임이다. 여러 논의와 고민을 하려 만들었는데, 계엄이 터지고 정치적 환경이 바뀌어 버렸다.

탄핵, 대선 국면을 지나면서 오히려 미래전환이 이재명 대통령의 싱크탱크로 많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 오해를 받을까 봐 선거 기간 한 달과, 끝난 다음 한 달 동안 아예 활동을 안 했다. 정치적 오해도 생길 수 있고,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다. 사회적으로 (지식인의 역할에 대해) 논의가 필요한데, 너무 드러나고 주목받으면 정치적 조직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면 우리가 활동하기 힘들다. (정치적으로 연결 짓는 것이) 제가 오랫동안 (이재명 대통령과) 연결되어 있어서인데, 사실 (미래전환 내부에는) 그렇게 연결될 사람이 없다.

사회가 바뀌면 사람들의 생활도 달라진다. AI로 인해 사람의 ‘일’에 대한 개념도 달라질 거고. 기본소득 이야기도 당연히 나온다. 우리가 어떤 관점을 갖고 정책을 준비해야 할까?

AI가 효율을 높이지 않나. 그러면서 생긴 이득이 있다. 그 이득을 모두에게 돌려줄 수 있는 방식 중 하나가 기본소득일거고. 그런데 그게 보편적 기본소득(UBI)이냐, 보편적 기본 서비스(UBS)가 되어야 하느냐는 의견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건 사회적으로 논의를 해봐야 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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