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특공대에 네 번 투자한 VC, 왜 그랬을까?
유티씨(UTC)인베스트먼트 김동환 대표, 조현진 이사 인터뷰
지난해 4월, 모바일 세탁 서비스 ‘세탁특공대’는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었다. 세탁량 예측을 잘못해 몰려오는 주문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고객 응대에도 실패했다. 이용자 불만이 쌓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본잠식까지 와 세탁특공대가 곧 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당시 상황과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사를 참고하면 좋겠다. 예상욱 워시스왓 공동대표와 나눈 인터뷰다. [관련기사: 세탁특공대는 정말 망해가고 있나?]
그리고 1년. 다시 겨울철 빨래가 세탁소로 향하는 시기가 돌아온다. 세탁특공대는 지난해 실수를 만회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세탁특공대를 운영하는 워시스왓에 올 초 투자를 집행한 두 사람, 유티씨(UTC)인베스트먼트의 김동환 대표와 조현진 이사를 만나봤다. 유티씨인베스트먼트는 그간 총 네 차례에 걸쳐 세탁특공대에 투자하며, 회사의 지분을 20% 넘게 확보했다. 두 사람은 “오프라인(세탁소)은 점점 계속해 없어지고 있고, 세탁 수요는 다 어디론가 넘어가야 한다. 처음 투자 했을 때나 지금이나 그런 흐름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왜 세탁특공대에 계속해 자금을 수혈하려 할까. 이유를 들어봤다.
어쨌거나 빨래는 해야 하니까
“요즘 재건축 하는 아파트를 보면 상가에 세탁소가 점점 없어지는 추세다. 구축일 때와 신축일 때, 상가 구성이 싹 달라진다. 새 상가에서 요구하는 임대료를 세탁 서비스로 맞추기도 어렵다. 세탁소를 이어 받으려고 일을 배우는 젊은 층도 드물다.”
김동환 대표가 현실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빨래는 해야 하는데, 집 근처 상가에 세탁소가 없다. 일인가구는 무인(코인)세탁소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식구가 있어 빨래가 종류별로 많으면 그것도 한계가 있다. 비대면 세탁 서비스는 성장할 수밖에 없는 시장인데, 현재 플레이어는 크게 크린토피아, 세탁특공대(워시스왓), 런드리고 삼파전이다.

“세탁은 대기업이 들어올 시장은 아니다. 그렇다고 세탁 공장을 먼저 짓기 위해 수백억원을 들여 진입하기도 쉽지 않은 시장이다.”
시장은 분명히 존재하는데, 경쟁 사업자는 많지 않다. 후발주자가 들어올 가능성은 있으나 사전 투자가 크게 필요해 손익계산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미 어느정도 인프라를 구축하고, 고객군을 만들어놓은 세탁특공대가 고사하게 놔두기는 아깝다. 이 회사가 자생력을 갖췄거나, 혹은 곧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 조금 더 마중물을 부어 넣어 살리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싸다, 효율성이 높다
“효율성이 있다는 것” 두 사람이 세탁특공대가 자생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근거다. 세탁 서비스의 효율성을 따지는 이는 크게 두 종류다. 첫 번째,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다. 싼 값에 깨끗한 세탁물을 받아 볼 수 있다면, 서비스를 안 쓸 이유가 없다. 두 번째, 세탁 서비스에 투자하는 이다. 비용이 적게 들수록 이윤은 높아지고 서비스는 오래 지속될 확률이 높다.
세탁특공대는 지난 2023년 스마트팩토리(세탁 공장)의 공정효율화 개선 작업을 진행, 세탁 단가를 낮추는데 집중했다. 공장이 모듈 형태로 돌아가기 때문에 갑작스레 사람이 많이 필요할 때는 세탁에 들어가는 기본 비용을 줄임으로써 영업익을 확보하고, 정가제로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를 채택했다. 이 방식으로 세탁 비용을 낮춰 소비자를 유인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그대로 투자자가 보는 이윤 극대화와도 이어진다. 들어가는 비용이 줄기 때문에, 이윤이 높아질 가능성이 생겨서다.
조현진 이사는 “2020년 세탁특공대에 처음 투자했을 때 비용 구조가 경쟁사 대비 좋을 것이라 판단했고, 4년이 지나면서 감사보고서를 확인하면 그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지금 현재 세탁특공대의 원가는 거의 50% 미만으로 내려온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검증 타임
이들의 바람대로 되려면 세탁특공대가 올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번 투자 심사에서도 그 질문이 있었다. “지난해와 똑같이 세탁물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어떡하겠냐”고 묻자 예상욱 대표는 “공장에서 수용 가능한 만큼 주문을 받고, 소비자 문의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CS 조직을 강화한다”는 답을 내놓았다.
또, 겨울철 빨래는 당장 찾아야 하는 수요가 적다는 것을 감안 “언제 세탁물을 돌려 받을지 날짜를 정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래야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어서다.
두 사람은 벤처투자사의 역할에 대해서도 재차 강조했다. 투자한 회사가 가능성만 있다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사들이 지속 지원해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논의는 물론이고, 필요할 때는 후속 투자를 제대로 집행해야 회사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냉정한 평가도 필요하다. 김 대표는 “되도록이면 투자를 위한 기술 강조보다는 실제로 비즈니스 모델이 제대로 돌아가는 전략을 짤 수 있도록 투자사들이 같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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