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협박(?)에도 굴하지 않는 EU, 구글·애플 DMA 규제
유럽연합(EU)이 다시 미국 빅테크 규제에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EU에서 빅테크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EU는 발걸음을 돌리지 않았다.
EU 집행위원회(이하 EU 집행위)는 19일(현지 시각) 구글이 디지털시장법(DMA)를 위반했다는 예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DMA는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빅테크 기업을 규제하는 법안이다. 의무를 위반하면 직전 연도 세계 총매출액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되며, 반복 위반 시에는 최대 20%가 부과될 수 있는 강력한 규제 법안이다. 구글(알파벳)의 작년 매출액은 약 964억 달러로, 최대 20%가 부과된다면 과징금은 약 193억 달러(한화 약 28조 원)다.
EU 집행위는 구글이 경쟁사보다 자사 서비스를 유리하게 노출한 것을 문제 삼았다. 구글은 쇼핑, 호텔, 항공권 등을 검색 시, 결과 상단에 자사 사이트를 우선 표시했다. 이는 타사 서비스를 ‘투명하고 공정하며 차별 없이 취급해야 한다’는 사항을 위반한 것이라 지적했다.
또, 구글 플레이 스토어(앱 스토어)가 소비자의 타사 앱을 자유롭게 이용할 선택권을 방해했다고 밝혔다. 구글이 플레이 스토어 외에 다른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앱을 사용할 수 없게 강제했고, 결국 높은 수수료를 내고서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앱 내에서만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도 문제다. 소비자는 직접 결제할 방법이 없어, 앱 내부 결제를 통해 구글에 수수료를 내고 있다.
EU 집행위는 애플도 문제 삼았다. 애플의 경우는 iOS의 폐쇄된 생태계를 개방하라고 EU 집행위는 지시했다. 예를 들어 iOS 알림 시스템에 대한 접근, 백그라운드 실행 권한 허용, 자동 근접 페어링이나 에어드롭, 에어플레이 연결 기능 등을 지원하라는 내용 등 9가지 지시 사항이다.
이에 구글과 애플은 바로 반박했다.
애플 대변인에 따르면, EU 집행위의 결정은 혁신을 방해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애플은 “새로운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도록 강요해 애플 내 새로운 기능과 제품 출시에 대한 의지를 꺾는 조치”라며 “알림 시스템 접근의 경우, 개인정보 침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구글의 경쟁 부문의 수석도 “EU 집행위의 발표는 유럽 기업과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고, 혁신을 저해하고, 보안을 약화시키고, 제품 품질을 저하시킨다”면서 “EU는 개방성과 보안 사이에서 잘못된 선택을 해 오히려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고 반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두 기업 모두 EU 집행위의 법을 준수하고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이 사태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의 보복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EU 집행위 발표는 트럼프의 EU 저격 발언 이후에 나왔다. 지난 2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에 대한 EU의 벌금 부과가 “일종의 과세”라며, 과도한 규제를 경고했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의 성장을 방해하는 세금과 규제 정책을 조사하겠다”면서 “(그러한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미국 기업에 대한 보호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외신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 분위기를 의식한 듯 EU 집행위는 이번 달 초 미국 의원에게 상황을 진정시키는 편지를 보냈다. 테레사 리베라와 헨나 비르쿠넨은 “DMA는 미국 기업을 표적으로 삼지 않는다”며 “EU의 목표는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규정 준수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하지만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은 애플과 메타에 대한 EU 집행위의 결정도 남아있다. 유럽과 미국의 디지털 규제 전쟁이 점점 격화되는 분위기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최가람 기자> ggchoi@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