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리오사AI는 왜 메타와 손 잡으려 하나

메타(페이스북)가 국내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 인수를 검토한다는 소식에 두 회사의 현황에 대한 관심이 환기되고 있다.

메타가 퓨리오사AI를 인수할 의향이 있다는 건 지난 11일(현지시각) 홍콩 포브스에 의해 알려졌다. 기사에는 인수 논의가 이르면 이달 중에 끝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기업 간 인수나 합병, 투자는 경영 상 아주 중요한 비밀이므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 인수설이 보도된 것은 당사자들이 조심스러워 할 만한 일이다. 퓨리오사AI 측은 관련 보도를 두고 “지금 상황에서 회사가 이야기 할 수 있는 건 없다. 뭔가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그때 이야기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정황상, 두 회사 사이에 파트너십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다만, 포브스의 보도처럼 두 회사가 인수 자체를 결정한 것은 아직 아니다. 인수할지, 투자할지 등 파트너십의 형태나 조건 등에 대해서 구체적 합의가 더 이뤄져야 한다. 지금으로선 메타나 퓨리오사AI 모두 각자의 이해관계에서 가장 유리한 조건을 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다. 지금은 양쪽이 매우 신중하고, 예민한 상태다.

메타와 퓨리오사AI, 무엇이 서로를 찾게 했나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일은 메타 뿐만 아니라 구글이나 오픈AI 등 대부분의 빅테크가 한다. 자체 칩을 만들거나 AI 칩 제작 회사에 투자, 또는 인수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자체 칩을 만드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한 일은 아니다. 메타는 자체적으로 AI 반도체 칩을 만들고 있으나, 성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자체 칩을 만들면서 굳이 퓨리오사AI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메타가 데이터센터 외에도 가상현실(VR) 기기에 들어가는 자체 칩을 만들고 있는데, 실제로 제품화까지 가는데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들었다”면서 “(반도체 칩 제품화에)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필요로 하지 않을까”라고 상황을 분석했다.

메타가 AI 칩 제품화에 난항을 겪는다면, 퓨리오사AI는 생존을 위한 자금 마련이 먼저 넘어야 할 산이다. 퓨리오사AI는 국내에선 처음으로 인공지능(AI) 전용 반도체 칩에 도전한 스타트업이다. 엔비디아가 주름 잡은 시장에서 ‘글로벌 1등’이 되겠단 목표를 가지고 2017년 창업했다. 지금까지 퓨리오사AI가 받은 누적투자액은 1700억원 가량. 마지막으로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8000억원 수준이다. 반도체 시장에 AI라는 새로운 판이 깔리는 만큼, 미래의 인텔 미래의 엔비디아가 새로이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몸값이다.

그러나 최근 퓨리오사AI의 행보는 녹록지 않은 경영 상황을 반영한다. 지난 3일, 퓨리오사AI는 송재준 컴투스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가 운영하는 벤처투자사 크릿벤처스로부터 20억원의 브릿지 투자를 받았다. 7일에는 홈페이지를 통해 발행총액 19억9993만5016원어치의 신주를 발행한다고도 공지했다. 퓨리오사AI 정도 덩치 있는 회사가 받기에는 매우 적어 보이는 금액의 신규 투자다.

40억원이 채 안 되는 투자금을 신규로 모은 것은 당장 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퓨리오사AI는 지난해 지속해 투자 시장에 노크해왔으나, 시장은 관망에 그쳤다. 투자 시장이 경색된 데다, AI 칩을 만드는 스타트업들이 생겨났지만 수익으로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것이 발목을 잡았다. 게다가 지난해 퓨리오사AI의 가장 큰 라이벌이었던 리벨리온과 사피온코리아가 합병 했다. 이동통신사라는 든든한 주주를 가진 리벨리온에 비교적 관심이 집중됐고, 상대적으로 퓨리오사AI는 경쟁력을 더 입증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메타의 인수설은 퓨리오사AI에는 당연히 호재다. 기업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아 메타에 인수되는 것은 아주 좋은 선택지 중 하나다. 그러나 만약 메타가 인수를 하지 않는 선택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번 메타와의 협상 자체가 퓨리오사AI에 나쁜 것만은 아니다. 메타가 인수를 검토할 만큼 퓨리오사AI가 충분한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인식을 시장에 심어줄 수 있어서다.

레니게이드, 반전 카드 될 수 있나

퓨리오사AI가 믿는 것은 지난해 8월 미국 ‘핫 칩스 2024 컨퍼런스’에서 공개한 2세대 AI 반도체 ‘레니게이드(RNGD)’다.

레니게이드는 거대언어모델(LLM)과 멀티모달모델의 추론을 위해 설계한 데이터센터용 가속기다. HBM3를 탑재한 칩이라, 여러 곳에서 관심을 보였다. 현재 사우디 아람코와 LG AI 연구원에서 레니게이드를 평가하고 있다. LG AI 연구원의 경우 이르면 이달 말, 혹은 3월 초에 평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테스트에서 퓨리오사AI의 칩이 통과되면, 당장 금액은 크지 않더라도 드디어 AI 반도체 칩으로 돈을 버는 스타트업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레니게이드의 성능도 나아지고 있다. 퓨리오사AI 측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공개됐을 때 비해 레니게이드는 현재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지속 하고 있다. 실물 칩이 나온 이후이기 때문에 어떤 소프트웨어 스택을 가지고 연산 처리를 하면 조금 더 높은 성능을 낼 수 있을지 본격적으로 테스트를 할 수 있어서다.

외국기업인 메타의 퓨리오사AI 인수에 대해서도 굳이 나쁘게만 볼 이유도 없다. 당장 펀딩이 힘들고, 산업에 대한 불신이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레니게이드에 대한 본격적인 평가, 메타의 인수 타진, 투자자들의 관심 환기 등 퓨리오사AI에 2월은 매우 중요한 시기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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