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겜BN] 와우와 오공 그리고 K게임은? 정년기념 교수의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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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 2025년 1월 23일 (목) 14:00 ~ 15:10
조용하다가 큰 거 한방 나오는 산업계가 바로 게임입니다. 회사 자존심을 건 AAA(블록버스터) 게임도 보이고, 스팀 등으로 플랫폼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도 관측됩니다. 잘 만든 외산 게임도 국내로 넘어오네요. 드물지만 역주행을 기록 중인 곳도 있습니다. 물밀듯 들어오는 중국산에 밀린 대한민국 게임 시장이 달아오르길 바라는 의미에서 응원을, 때로는 비판을 더해 ‘핫겜 바이라인네트워크(BN)’ 연재를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검은신화:)오공’하면 부럽죠. 이 짧은 시기에 이렇게 큰 흥행을 하는 게임은 보기 드뭅니다.”
이재홍 숭실대학교 예술창작학부 교수(전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현 한국게임정책학회장)<사진>가 지난 2일 학내 전산관 다솜홀에서 정년기념 고별강연회를 열어 20년 넘게 산학계에 종사해온 소회를 밝혔다.
이 교수도 최근 ‘검은신화:오공’의 성과가 부러웠나보다. 검은신화:오공은 중국 개발사(Game Science)가 내놓은 첫 블록버스터(AAA) 콘솔·PC 게임이다. 첫 도전에 세계가 깜짝 놀랄 성과를 냈다. 출시 3일만에 1000만장 판매고를 올렸다. 대부분 중국인들이 사들였다며 낮잡아 보는 시각도 있었으나, 직접 해본 사람들이 칭찬을 아까지 않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급기야 올해 42회째를 맞은 전통의 ‘골든 조이스틱 어워즈’에서 올해의 게임(Game Of The Year, GOTY·고티) 자리에 올랐다. 올 한해 모든 게임 중 최고라는 얼티밋(Ultimate) 고티다. 최고의 비주얼 디자인 상도 거머쥐었다. 모바일 게임만 만들던 회사가 첫 콘솔 게임을 내고 글로벌 유력 시상에서 최고 자리에 올랐으니 그야말로 이변 중 이변이다. 오공은 오는 13일 개최할 ‘더 게임 어워즈(The Game Awards, TGA)’ 고티 후보 6선에도 포함돼 결과가 주목된다.
이처럼 이 교수는 고별강연회에서 성공한 게임에 대한 칭찬과 부러움 그리고 못내 아쉬운 얘기를 쏟아냈다. 10여년간 후학을 양성한 분야인 게임 스토리텔링을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1984년 숭실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동대학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과 문학석사를 수료하며 전공을 완전히 바꾼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도쿄대학 유학길에 올라 비교문학과 지역문화연구 전공 등으로 석박사를 수료했다. 이후 게임 학문 개척에 의지를 갖고 국내 처음으로 스토리텔링 학과를 개설했다. 게임 스토리텔링 관련해서 50여편의 논문을 냈다
강연 중 ‘와우’ 얘기를 꺼내기도 했다. 지금도 블리자드 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와우)’를 즐긴다. ‘골수 와우저’다. 그의 50여편 논문 가운데 25편에 와우 이야기를 담을 정도다. 고별강연회에서 와우 칭찬이 이어졌다.
와우의 방대한 서사가 2004년부터 지금까지 하게 만들었습니다. 학생들한테 권하지 않아요. 그거 빠지면은 공부 못하거든요(웃음). 그래서 딱 한 20~30 레벨만 키워봐라 그래서 그런 소리를 하곤 했었는데, 제 게임의 스승은 와우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25편 논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와우 첫 번쨰 확장팩 ‘드레노어 전쟁군주’ 퀘스트 연구 논문인데요. 굉장히 세계관이 큰 대륙이었는데요. 제가 퀘스트 조사를 해보니까 1025개가 나오더라고요. 다 해보면서 폭력성과 비폭력성을 나눠봤죠. 그 시절 게임의 순기능성 화두가 많을 떄였습니다. 살상이나 위해를 가하고 그런 것은 폭력적으로, 심부름하고 도와주고 호줄하고 이런 것은 순기능으로 봤죠. 피폭력적 퀘스트가 515개, 폭력적인 퀘스트가 510개로 나왔죠.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 게임들은 반성해야 되는데 다 폭력적이었습니다. 문학의 기능엔 교훈성과 쾌락성이 있습니다. 교훈성과 쾌락성의 밸런싱, 와우는 그러한 밸런싱을 하고 있다는 증거였죠.
이 교수는 오래전 인기를 끌었던 중국 게임 ‘완미세계’도 분석했다. 2007년에 넷마블이 국내 서비스를 맡은 게임으로 그해 논문을 썼다.
완미세계는 서강대학교 제자들과 함께 많이 했었죠. 그때 레드오션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게임사들의 반성이 필요한 시점, 창의성 높은 스토리텔링, 게임의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시점이라고 2007년 완미세계를 한 뒤 연구 결과를 이야기했습니다. 물밀듯이 들어올 중국 게임에 대비해야 된다고 했죠. 정부는 과감한 지원을, (기업은) 새로운 플랫폼과 새로운 장르를 과감히 개발해야 된다고, 글로벌화를 추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이 이야기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비극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007년에서 지금까지 그대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은 (한국 게임업계가) 변하지 않고 왔다는 것이죠. 진짜 반성을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K콘텐츠의 ‘스토리’ 완성도를 높이고 ‘텔링’의 감동을 극대화시켜야 되는 시점입니다. 스토리는 주 서사, 텔링은 보조 서사라고 생각합니다. 주 서사는 전통 문화 원형을 확보해야 되고요. 그 다음에 공감과 감동을 얻을 수 있는 텔링을 해줘야 하는데, 그걸 글로벌 정서와 한국적인 정서의 밸런싱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K컬처 스토리를 지원해야 하고요. 산업계는 완성도 높은 K스토리 장착 등 IP(지식재산)를 생산해내야 합니다.
이 교수는 “미안합니다”라며 쓴 소리를 이어갔다. 정부에게도 당부의 말을 남겼다.
정부에 또 드릴 말씀이 너무 많습니다. 게임 산업의 산업적 경제적 문화적 가치를 좀 인정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게임이 미래의 핵심 성장 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좀 인식했으면 좋겠습니다. 강 건너 불구경 식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에 맞는 게임법 법령 개정이 필요하고요. 그 다음에 산업을 보호하고 활성화시키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기 바랍니다. 공론화 장도 열어줘야 합니다. 그동안 말만 무성했던 블록체인 NFT, P2E, 성인 게임들도 앞으로 계속 공론화하면서 우리가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재홍 교수 주요 경력 사항
- 숭실대학교 인문대 예술창작학부 문예창작전공(2014.03.01.-현재) •문체부 규제개혁위원회 및 적극행정위원회 민간위원(2023.09.21.-현재) •한국표준협회 메타버스서비스표준화포럼 분과위원장(2022.10.14.-현재) •문체부 저작권기술연구개발 심의위원회 위원(2022.04.13.-현재) •한국게임정책학회 초대, 2대 회장(2022.02.08.-현재) •숭실대학교 콘텐츠정책연구소 소장(2021.11.11.-현재) •승실대학교 글로벌미래교육원 원장(2021.11.11.-2022.1.30.) •숭실대학교 평생교육센터 센터장(2021.11.11.-2022.11.30.) •게임물관리위원회 제3대 위원장(2018.08.08.-2021.07.29.) •한국게임학회 7대 8대 회장(2014.01.01-2017.12.31.)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디지털스토리텔링학과(2003.07.01.-2014.02.28.) •㈜서울게임대학 게임시나리오창작과(2001.04.01.-2003.05.30.) •한국영상대학교 영상문예창작과(1995.03.02.-1999.02.28.) •서울디지텍고등학교 전자과 교사(1981.03.02.-1986.10.31.)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