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 핀테크·가상자산, 올해 벌어진 일들
올 한해 핀테크, 가상자산 등 디지털금융 업계에는 크고 작은 소식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가상자산 부문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으로 인해 비트코인이 최고가를 갱신하는 등, 눈이 번쩍 뜨이는 소식이 자주 들렸습니다. 국내에선 가상자산 거래소의 관리, 감독을 위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됐습니다.
금융 규제에 대한 소식도 많았죠. 당국은 망분리 환경에서 일하는 핀테크, 은행 등이 생성형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열어줬습니다. 물론, 금융규제샌드박스의 심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이밖에도, 온라인투자연계금융(온투업)의 기관투자를 위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네번째 인터넷은행 출범을 위한 심사기준과 절차가 공개됐습니다.
올 한해 핀테크, 가상자산 업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를 꼽아 정리해봤습니다.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비트코인
올 한해 국내외 경제 이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비트코인’이죠. 크립토윈터였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여러 상황과 사안으로 비트코인이 최고가를 갱신하기도 했죠. 올 1월 비트코인의 시세는 개당 4만달러대에서 이번달에는 두배 늘어난 9만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 사이 비트코인은 개당 10만7756달러로 최고가를 찍었습니다.
이렇듯 올해 비트코인 시세에 영향을 준 요인은 다양합니다. 4월 이뤄진 비트코인 반감기도 영향을 미쳤죠. 반감기는 새로 유통되는 비트코인의 공급을 제어하고,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 설계된 이벤트를 말하는데요. 지난 2009년 비트코인 블록체인이 만들어진 이후로, 지금까지 총 네 번의 반감기가 진행됐습니다. 지난 2012년 비트코인 첫 반감기로 인해 보상 비트코인 수가 25BTC였다면, 이번 반감기로 보상 비트코인 수는 3.125BTC로 줄었습니다. 아무래도 공급이 줄어들어 희소성이 커지는 만큼, 비트코인의 시세 상승에 영향을 미치겠죠.
두번째는 지난 1월과 7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와 이더리움 현물 ETF를 각각 승인한 일인데요. 최근에는 미국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현물 ETF 운용자산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금 ETF의 규모를 제치기도 했습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여파도 있습니다. 세번째 이유죠.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던 시기부터 당선 직후까지 비트코인의 시세가 치솟았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을 비트코인, 가상자산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밝혀왔습니다. 다음달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어떠한 비트코인 관련 전략을 취할지 투자자와 가상자산 업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금융 망분리 규제 완화
올해 금융권과 핀테크 업계에서 가장 반긴 소식 중 하나가 ‘금융 망분리 규제 완화’였습니다. 금융사, 핀테크사는 일반 기업들과 다른 인터넷 환경에서 일을 합니다. 상대적으로 사이버 공격에 취약한 인터넷망을 업무망과 분리하는데, 이를 ‘망분리’라고 합니다. 금융사, 핀테크사는 돈과 직결된 서비스를 하는 만큼 보안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고 이러한 내용은 법으로 정의되어 있죠.
그러나 생성형AI 바람은 금융권에도 불고 있습니다. 금융사, 핀테크사는 생성형AI를 내부 시스템과 서비스, 상품에 적용하고 싶어하죠. 또 클라우드 서비스형인터넷(SaaS) 사용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금융사와 핀테크사는 망분리로 인해 생성형AI와 SaaS 사용에 제한적입니다. 따라서 오래전부터 업계는 당국에 망분리 규제 완화를 요구해왔으나, 당국은 코로나19 당시 일시적인 규제 완화를 해줬을 뿐, 규제를 손보지 않았습니다. 혹시 모를 보안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죠.
이런 금융위가 지난 8월 금융 망분리 개선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금융사, 핀테크사에서 생성형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업무망의 SaaS 활용 범위를 확대, 연구 개발 분야 망분리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모든 금융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금융위는 ‘금융 망분리 개선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심사에 통과한 곳만 허용해주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 9일, 9개 금융사의 10개 혁심금융서비스를 지정했습니다. 이번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신청에 총 141건이 접수됐는데요, 지정된 곳은 신한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카카오뱅크, NH증권, KB증권, 교보생명, 한화생명, KB국민카드로, 생성형AI 기반 AI은행원, 생성형AI 금융상담 에이전트, 대화형 금융 계산기, 보장분석 AI 서포터 등 주로 사용자를 대상으로 상담이나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주를 이룹니다. 금융위는 순차적으로 나머지 신청 건들에 대해서도 심사할 계획입니다. 추가적으로 어떤 곳에서 생성형AI를 활용해 어떤 서비스를 하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네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에 이은 네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은 어디가 될까요. 관련해 금융위는 지난 11월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 심사기준과 절차’를 공개했습니다. 제작년부터 인터넷은행 인가를 준비해 온 곳들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소식인데요.
금융위가 공개한 중점 심사기준은 △자금조달의 안정성 △사업계획의 혁신성 △사업계획의 포용성 △실현 가능성입니다. 먼저, 자금조달의 안정성과 관련, 대주주의 자금공급 능력과 주요 주주가 제출한 납입확약서 등을 토대로 자금조달 방안이 실현 가능한지 봅니다. 사업계획 혁신성은, ‘신용평가모형’의 혁신성, 그러니까 기존 금융권에서 포용하지 못하는 중저신용자를 얼마나 잘 평가하는지 봅니다. 마지막으로 사업계획의 포용성과 관련해 기존 금융권의 주된 고객군이 아닌 ‘차별화된 고객군’을 목표로 하는 사업 계획과 실현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살펴본다고 합니다. 정리하자면, 기존 인터넷은행 3사에서 포용하지 못했던 중저신용자를 얼마나 포용하고, 안정적으로 은행을 운영해 나갈 수 있을지가 심사의 핵심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심사 기준을 바탕으로 금융위는 내년 중 네번째 인터넷은행 인가를 내줄 것으로 보입니다.금융위는 내년 3월 25일부터 26일까지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서를 접수합니다. 현재 더존뱅크(더존비즈온, 신한은행 등), 유뱅크(렌딧, 현대해상 등), 한국소호은행(한국신용데이터, 우리은행 등), 소소뱅크(소상공인연합회 등), AMZ뱅크(한국생명농업경영체연합회 등), 포도뱅크(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 등)가 네번째 인터넷은행에 도전하겠다고 나섰는데요, 이 중 어느 컨소시엄이 인가를 받게 될지 주목됩니다.
토스의 미국행 결정과 흑자 전환
핀테크 앱 토스를 서비스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이하 토스)가 국내가 아닌 미국 증시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당초 토스는 국내 증시에 상장하기 위해 주관사 등을 선정했으나, 지난 11월 이 같은 결정을 발표했죠. 이에 대해 토스 측은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국내보다 해외에서 기업가치를 더 잘 쳐줄 것이란 기대감을 배경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토스의 기업가치는 약 10조원 안팎인데요, 토스가 지난 2022년 투자유치와 함께 받은 기업가치(약 8조5000억원)과 근접합니다.
아울러, 토스는 올 2,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는데요. 토스의 올 2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43.7% 증가한 약 4741억원, 영업이익은 약 29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을 했습니다. 이어 올 3분기 토스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7.5% 성장한 5021억원, 영업이익은 109억원을 기록하며 역시 전년동기 대비 흑자전환을 했습니다. 토스 측은 토스증권의 해외주식 서비스 활성화, 기존 사용자를 기반으로 한 광고매출이 성장세를 보인 것이 흑자 요소라고 설명했는데요. 이러한 추세라면 4분기에도 흑자전환 가능성이 보이며, 나아가 첫 연간 흑자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습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거래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올 7월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됐습니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사용자들의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고,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위반 시에는 과징금을 부과받거나 시정조치를 받습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크게 △가상자산 이용자의 자산 보호 △가상자산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가상자산 시장, 사업자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 제재가 골자입니다.
구체적으로, 거래소는 사용자의 예치금을 보호해야 하는데요. 기존에 이러한 의무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명시됐지만, 예치방법 같은 구체적인 방안은 나와있지 않았습니다. 또 거래소는 사용자가 가상자산을 사기위해 넣어둔 돈(예치금)을 은행에 맡겨야 합니다. 거래소는 사용자의 일정 가상자산을 인터넷과 분리한 곳에 안전하게 보관해야 합니다. 해킹, 전산장애 등 사고로 인한 탈취, 유출을 막기 위해서인데요. 비율은 가상자산의 경제적 가치 80% 이상으로, 가령 거래소가 한화 100만원 가치의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 중 80만원 이상에 해당되는 가상자산을 인터넷과 분리된 지갑(콜드월렛)에 보관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 법안이 미흡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번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1단계 법안에 해당되는데요. 법 조항이 불명확한 부분이 있어 규제 범위가 모호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가령, 이용자 예치금 규제(제6조1항)의 경우, 예치금 규제를 적용받는 가상자산 사업자가 대상인에, 이때 ‘가상자산 사업자’라는 단어가 자칫 규제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만들어질 2단계 법안은 모호한 조항을 명확하게 하고, 추가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2단계 법안에 가상자산의 발행 자격요건과 공시의무, 사고 발생 시 입증 책임 전환, 사업자 영업행위 규율, 실명계정 발급제도 개선 방안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2단계 입법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규제 마련을 위한 속도를 내야 한다는 제언도 함께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티메프 사태, 핀테크 업계에 미친 손실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는 사회, 정치, 경제 등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핀테크 업계도 예외는 아닌데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 NHN페이코 등은 티메프에서 결제를 했지만 상품을 받지 못하거나 티메프 포인트(선불충전금)를 구매한 사용자들에게 자체 자금으로 환불을 해줬습니다. 이번 티메프 사태로 가장 손실이 큰 곳은 페이코입니다. 페이코는 티메프 정산 지연으로 1300억원대의 피해를 봤습니다. 이에 모회사인 NHN으로부터 운영자금 600억원을 대여한 상황입니다. 이밖에도 카카오페이는 티메프 사태로 인해 올 3분기 영업손실이 전년 동기 대비 21% 늘어난 7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인 나이스페이먼츠, NHN KCP, 다날, 스마트로 등은 관련 법(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서 자체적인 환불에 나섰는데요. 그러나 PG업계는 이번 사태를 떠안는 것에 대한 불만을 내비췄습니다. PG협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PG사들은 이미 모든 돈을 티몬, 위메프에 지급했다”며 “따라서 환불, 취소는 정산금을 보유한 티몬, 위메프에서 처리하는 것이 원칙인데, 이 건에 대한 취소가 발생하면 PG사가 지급예정인 소상공인들의 정산금액에 영향을 주게 되어 PG사가 소상공인들에게 정산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제2의 티몬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티메프 사태로 인한 PG업계의 불똥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닙니다. 금융당국은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PG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지난 9월 당국이 내놓은 ‘PG 제도개선방안’에 따르면, 금융위는 △PG사의 미정산자금 전액에 대해 별도관리 의무를 부과하고 △PG사가 경영지도기준이나 별도관리의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시정요구나 제재, 처벌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PG사의 거래규모에 따라 자본금 규모를 세분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데요. 현행법에 따라, PG사는 분기별 거래 규모 30억원 이하일 경우 3억원, 30억원 초과일 경우 10억원의 자본금을 보유해야 합니다. 그러나 당국은 이를 세분화해, 자본금 100억원을 보유해야 하는 구간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중소형 PG사의 경우 자본금 확충에 어려움을 겪어 최악의 상황으로는 폐업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온투업, 기관투자 길 열렸다
개인간개인(P2P) 금융으로 불리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의 기관투자 길이 열렸습니다. 그동안 온투업권은 제도권에 편입됐으나, 가이드라인의 부재로 기관투자를 받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이로 인해 문을 닫거나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아졌습니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7월, 29곳의 저축은행이 온투업체의 개인신용대출 연계투자를 할 수 있도록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습니다. 온투업체는 어니스트에이아이(AI), 에잇(8)퍼센트, 피에프씨테크놀로지스(PFCT, 구 피플펀드), 모우다, 머니무브로 5곳입니다. 29곳의 저축은행은 온투업자가 모집하고 심사한 개인신용대출 차주에게 연계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온투업자는 기존의 개인투자자들이 아닌, 새로운 자금 조달원, 이른바 ‘큰 손’을 확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 10월에는 5곳의 온투업체와 29곳의 저축은행이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가졌는데요. 온투업체 5곳이 자사의 개인신용대출 상품을 저축은행 관계자들에게 설명하고 홍보했습니다. 그러니까, 자사에 투자를 해달라는 사실상 기업설명회(IR) 자리였던 셈이죠. 현재 5곳의 업체들은 제휴를 위해 저축은행과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르면 내년 초, 제휴 소식이 들려올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온투업 기관투자가 개인신용대출 상품에만 한정되어 있다는 점, 혁신금융서비스에 지정된 업체만 기관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데요. 업계에선 이번 혁신금융서비스 시행 이후, 당국이 온투업체들이 기관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주길 당부하고 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