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공들이는 IT 기업들…이유는?

군(軍)과 IT 업계의 협력이 더 돈독해지고 있다. 군의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이 역설적으로 회사 기술력을 뽐낼 토대로 작용한다. 기술 안정성을 입증할 수 있는 사례로 활용하거나 새로운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국방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등 군과 IT 기술의 동행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1일 IT 업계에 따르면, 국방 분야를 핵심 레퍼런스로 삼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도 도입 사례는 있었지만 최근에는 AI를 중심으로 한 신기술 중심의 사례가 많아졌다. 해외의 국방 기관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등 범위도 넓어졌다.

한 IT 기업 관계자는 “효율을 생각해서라도 군의 IT 도입 사례는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며 “AI가 (늘어나는 국방 분야 진출의) 일등공신”이라고 말했다. 계속해 국방력을 높여야 하는 게 군의 숙명인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할 AI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는 의미다.

군수물자나 병력 활용 등 데이터 분석을 통한 자원 관리가 국방력의 성패를 좌우한다. 특히 군수물자는 수요 예측과 흐름 분석이 필수라 AI가 십분 활용될 수 있는 분야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AI 기술이 국방 분야 곳곳에 녹아드는 모습이다.

삼성SDS는 지난달 말 공군본부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군수관리시스템의 디지털 전환과 군수자원 수요 분석, 공급망 관리 체계 개선이 양측이 추진하는 목표다. 삼성SDS는 클라우드를 비롯해 생성 AI와 빅데이터 분석 등 자사 기술을 적용해 공군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특히 물류 솔루션 첼로스퀘어를 보유한 만큼 군수물자 수급 흐름이나 관리 등에 기여하겠다는 게 삼성SDS의 복안이다.

이정헌 삼성SDS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 앞줄 오른쪽에서 세번째)와 공군본부 군수참모부장 정선규 소장(앞줄 오른쪽에서 네번째) 등 관계자들이 지난달 계룡대 공군본부에서 공군 군수혁신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하는 모습. (사진=삼성SDS)

AI를 통한 분석 분야도 빼놓을 수 없다. 보안 기업 한싹은 스마트뱅크와 협력해 ‘AI 기반 군수지원 소요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국방부가 군수지원 체계 개선을 위해 진행하는 AI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군수지원 규모와 분담 비율 예측에 쓸 모델을 개발하고,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는 게 프로젝트의 목표다.

코난테크놀로지는 영상 분석 AI로 국방력 강화를 지원한다. 해병대 사령부의 ‘AI 기반 공중무인체계 영상 통합분석 기술’ 실증을 맡았다. 드론과 같은 공중 무인기기로 모은 영상 전송과 내용 분석에 ‘코난 와처(Watcher)’를 활용한다.

코난 와처는 이미 국방부의 국방 지능형 플랫폼 구축, 육군항공사령부의 장비판독 AI모델 개발 등 다수의 국방 분야에 적용한 바 있다. 회사는 이 밖에도 공군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보도자료를 내며 국방 레퍼런스 알리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군은 단순한 사업 레퍼런스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IT 기업 관계자는 “군을 잡으면 일단 시장은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군은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조직이자 폐쇄적인 조직이다. 이러한 군이 사용하는 솔루션이라면 기술력과 함께 안정성도 인정받은 결과로 인식돼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달 협업툴 제품 ‘두레이 AI’ 출시 간담회를 열었던 NHN두레이의 경우 최근 확보한 국방 레퍼런스에 무척 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레이는 국방부에 서 2만 계정 이상이 활용되고 있다. 백창열 NHN두레이 대표는 간담회에서 “현재 전군 확산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공공 분야 중에서도 중요한 사업 영역으로 보고 우주산업으로까지 두레이의 외연을 넓히는 게 목표다.

한싹 또한 국방 레퍼런스 확보를 토대로 보안을 넘어 AI 기업으로의 확장을 도모한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사업을 계기로 AI로의 분야 확장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 AI 융합연구센터를 신설한 것도 AI를 새 먹거리로 삼기 위해서다. 회사는 이번 국방부 프로젝트가 자사의 AI 기술력을 시험할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공공 클라우드 확산 흐름도 기업 입장에서는 좋은 기회다. 메가존 컨소시엄은 국방부의 첫 민간 클라우드 도입 사업을 따냈다. 네이버클라우드와 손잡고 국방부가 추진하는 ‘장병체감형 원스톱 서비스 플랫폼 구축 사업’에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하는 게 골자다.

국방부의 인사·소통·행정·복지 등 40여개 서비스를 단일 플랫폼으로 통합해 제공하는 게 목표다. 9월 사업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내년에는 플랫폼 구축을 완료하기로 했다. 2026년에는 AI 기반 지능형 서비스 도입까지 추진한다.

싱가포르 DSO 대표단과 샌즈랩 관계자들이 국방 분야 보안 기술 공동 연구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샌즈랩)

이 밖에 해외 국방 기관에 기술을 제공하는 사례도 있다. 보안 기업 샌즈랩은 싱가포르 국방 과학 연구소(DSO)가 진행하는 악성코드 분석 서비스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오랜 상호검증 기간을 거쳐 최종 계약까지 성사시켰다.

DSO는 싱가포르의 최대 국방 연구개발 기관이자 싱가포르 안보와 관련한 기술 솔루션 개발을 맡은 조직이다. 샌즈랩은 이번 국방 분야 협력을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로 삼는다. 회사 관계자는 “현지 맞춤형 판로 개척의 가능성까지 엿보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이와 같은 국방 분야 레퍼런스 확보 흐름은 더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의 신뢰와 함께 실리 또한 챙길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국방은 (사업 수주) 액수도 크고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반드시 뚫고 싶은 시장”이라며 “클라우드나 AI 같이 (예전에는) 잘 모르던 기술에 대한 군의 관심이 커지는 것도 희망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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