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리뷰] 국내 정발 비전 프로 체험해 봤습니다
이종철의 까다로운 리뷰, 오늘은 뒤늦게 비전 프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리뷰는 아니고요. 체험을 해봤습니다. 처음에는 왜 한국에 뒤늦게 출시했지? 재고 털인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갔는데요. 데모를 다 해보고 나올 때는 거의 울면서 왔어요.
우선 시연 전에 얼굴 사이즈를 재는데요. 이거 아이폰 페이스 ID 등록 과정이랑 거의 똑같습니다. 폰을 이렇게 대고 이렇게 얼굴을 돌려서 두번 측정해요. 이 두번 측정만으로 저한테 딱 맞는 라이트 실 쿠션을 찾을 수 있었고요. 그 뒤에는 바로 착용을 한 다음에 이렇게 터치하는 연습을 해요. 허공에 점이 떠 있는데 그걸 집으면서 조작법을 익힙니다. 보통 2~3분 만에 사용법이 익숙해질 정도로 단순합니다.
조작법은 이렇게 꼬집으면 클릭이 되는 거고요. 양쪽으로 꼬집어서 늘리거나 줄일 수 있고, 이렇게 옆으로 휙 던지면 슬라이드하는 것처럼 날아갑니다.
콘텐츠를 고르는 건 손으로 고르는 것 같지만 사실은 눈이랑 손을 같이 쓰더라고요. 내부에 눈 추적 카메라가 네개 있는데, 이걸로 제 눈이 어디를 바라보는지 정확하게 압니다. 그리고 꼬집으면 그 콘텐츠가 골라지거나 창을 닫거나 하는 겁니다. 보니까 눈 추적은 거의 완벽에 가까워요. 그런데 가끔 손 인식은 못 하는 경우가 30번 중 한번은 되는 것 같습니다.
첫번째 시연은 사진이었는데요. 사진을 정말 이만하게 볼 수 있습니다. 아이폰으로 찍은 고화질 사진이었는데 애플스토어 아이폰 아이패드에 미리 탑재된 그 사진들 있죠. 그걸 매우 크게 볼 수 있어요. 농담이 아니라 모공까지 다 보입니다. 그다음은 파노라마 사진이었는데, 파노라마 사진은 그냥 길게 보여주는 게 아니라 180도로 이렇게 둥글게 펼쳐져요. 시연 사진은 아이슬란드 풍경이었는데요. 보고 있으면 막 춥습니다.
그다음은 3D 사진을 봤는데요. 이거 정말 신기합니다. 제가 본 사진은 아이들이 앉아 있는 사진이었는데, 아주 가까운 다리와 발도 깊이감 차이가 있었어요. 신기합니다.
그리고 공간 비디오, 이게 제일 신기해요. 물론 공간 비디오는 사진만큼 해상도가 좋지는 않았습니다. 폰으로 보는 것보다도 화질 자체는 그냥 그래요. 톰 크루즈 형님의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톰 형님이 아들 찍은 영상을 3D로 보잖아요. 그거랑 느낌은 비슷한데 해상도가 훨씬 좋은 느낌. 제가 본 시연 영상은 비눗방울이 막 날아다니는 영상이었는데요. 이게 하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비눗방울 쪽으로 손을 뻗게 되더라고요. 실제랑 똑같지는 않은데 3D 사물이 막 돌아다니니까 뇌가 약간 착각하는 느낌이고요. 3D 영화들보다는 실물에 더 가깝습니다. 공간 비디오는 비전 프로나 최신 아이폰 16 프로로 찍을 수 있으니까 가족 영상을 많이 찍어 놓으면 굉장히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만약 비전 프로를 사게 된다면 가족들을 보기 위해서가 될 거예요.
다음으로는 사파리 실행을 잠깐 해봤는데요. 우리가 흔히 VR에서 보는 그 대형 창을 평면으로 크게 띄워놓는 건데, 이때 배경을 해변이나 이런 데로 바꿀 수 있더라고요. 보라보라섬에서 하는 웹 브라우징, 이색적이긴 한데 막 충격적인 경험은 아니었습니다. 다른 VR에서도 되는 거예요.
원래는 비전 프로를 끼고 맥을 바라보기만 하면 맥 미러링이 큰 화면에서 되잖아요. 그런데 시연에는 맥이 준비돼 있지는 않았고요. 대신 키노트 파일을 하나 만들어보는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시연에서는 3D 오브젝트를 키노트 파일에 집어 던져서 삽입했습니다. 직관적이고 편했습니다.
이 3D 오브젝트는 키노트에서도 쓸 수 있지만 파일 앱에서도 AR로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늘이고 줄이고 돌려보고 할 수 있어서 굉장히 실감이 났습니다.
그리고 아까 그 키노트 파일을 만들고 나서는 발표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발표 장소는 사무실이랑 극장이 있었는데, 저는 극장에서 키노트하는 연습을 했고요. 키노트의 특정 페이지를 고르면 제 뒤에서 키노트가 재생되고 있고, 제 옆에는 아까 그 백팩이 또 초대형 3D로 있었습니다. 극장의 3D 모델링 퀄리티도 상당해서 실제 극장에 있는 것 같았고요. 제가 스티브 잡스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모든 게 실제 같았어요.
마지막이 하이라이트인데요. 8K 3D로 촬영된 영상을 보는 경험이었습니다. TV 앱에 있는 이 영상을, 3~4분 정도 시청합니다. 주요 내용은 동물, 스포츠, 외줄타기 같은 걸 3D로 관람하는 겁니다.
동물은 코끼리, 하이에나, 코뿔소, 곰 같은 친구들이 나오는데, 우리가 보통 이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없잖아요. 그런데 정말 예쁜 코끼리와 코뿔소가 여기 이 위치에 있습니다. 정말 행복해요.
스포츠도 굉장했는데, 농구와 축구가 나왔습니다. 농구는 골대 시점에 카메라를 달아 놓고 르브론 제임스가 덩크를 하는 장면을 봤습니다. NBA 보러 미국 굳이 가야 되나 싶을 정도로 대단했고요. 축구 같은 경우에는 우리가 대부분 작은 2D 화면으로 보잖아요. 그래서 팬텀 같은 개인기를 봐도 큰 감흥은 없는데, 이걸 3D로 코앞에서 보니까 엄청난 희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중간중간에 방긋방긋 웃을 때가 있는데 저때는 아기가 등장한 겁니다.
외줄타기 같은 경우에는 어떤 분이 안전 장비도 별로 안 하고 절벽에서 외줄을 타는데, 이게 계곡 깊이가 다 보이거든요. 그래서 본인은 침착한데 우리는 똥줄이 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몰입형 비디오만큼은 꼭 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수도 없이 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봤는데 올해 본 모든 영상물 중 비전 프로의 몰입형 비디오 경험이 최고였습니다. 여러분도 보시면 같은 생각을 하실 거라 믿고요. 확신합니다.
전반적으로 패스스루, 그러니까 눈앞의 사물을 카메라로 찍어서 저에게 쏴주는 경험이 다른 제품 대비 압도적으로 좋습니다. 실물을 보는 것에 거의 근접한 느낌이긴 한데, 물론 실제로 보는 것과 완전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제품 피로도는 사실 30분 정도밖에 사용을 안 해봐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당연히 다른 제품 대비 무겁고 피곤합니다. 특히 배터리를 뒤쪽으로 분산시킨 피코 4K 같은 제품들보다는 확연히 불편하고요. 퀘스트 3 대비해서는 특별히 더 힘들다는 느낌은 못 받았습니다. 외장배터리는 땅에 놓고 쓰니까 별로 신경은 안 쓰였는데, 쓰고 돌아다닌다면 분명히 피로를 느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점 두가지가 있죠. 앱이 별로 없다. 아마 시연에서 본 게 전부일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고요. 가격은 뭐 말할 것도 없죠. 너무 비쌉니다. 만약 이 제품이 한 150만원 정도 하고, 3D 스포츠 중계를 매번 해준다-고 하면 그때서야 저는 고민을 시작할 것 같습니다. 가족 영상을 담아놓기 위해서 그 정도는 지불할 용의가 있는데요. 200만원을 넘어간다? 이때부터는 정말 힘들어지죠.
그래서 이 제품은 대여 상품이 나오면 어떨까 싶습니다. 휴가 한 3일 생겼는데 푹 쉬고 싶다. 이때 가족 공간 비디오 좀 보고 스포츠도 좀 보고 싶다 하면 얼마 내고 빌려서 쓰고 반납하고 이런 제품이 되면 어떨까 싶네요. 각 렌탈 업체 대표님들. 심사숙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자, 가장 중요한 정보, 여러분도 이 체험 똑같이 하실 수 있습니다. 애플 홍대, 명동 등 애플 직영 점포에서 예약을 받고 있거든요. 지금 사람들이 이게 예약 가능한지 몰라서 자리가 많이 비어 있으니까 빨리 신청해서 해보시기 바랍니다. 몰입형 영상 보시면 정말 기쁨에 춤추게 되실 겁니다. 예약을 만약에 안 하시면 비어 있을 때는 가능한데 최대한 예약을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비전 프로의 경우에 리뷰까지 진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데요. 만약 리뷰를 하게 된다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을 보실 수 있게 될 겁니다. 부탁해요,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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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제작. 바이라인네트워크
촬영·편집. 바이라인네트워크 영상팀 byline@byline.network
대본. <이종철 기자>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