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요양보호사 1명 당 노인 28명 시대, ‘제론엑스’가 제시한 해결법
우리나라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서는 요양보호사 한 명이 노인 2.3명을 돌보게 배치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실상은 요양보호사 한 명 당 노인 28명을 돌봐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되면 요양보호사가 노인 한 명 한 명을 돌볼 수 있는 시간은 당연히 줄어든다. 제때 약을 복용하게 돕는 일이나 식단을 관리하는 것에 소홀해질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 낙상 등의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 관리해야 할 노인의 수가 늘어나면서 업무 강도가 더욱 높아져, 요양보호사를 그만두는 이들도 생긴다. 노인돌봄 인력부족은 사회적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기술로 풀고자 하는 곳이 있다. 올 3월 출범한 제론엑스는 자체 개발한 웨어러블 디바이스, 사물인터넷(IoT) 허브, 인공지능(AI) 플랫폼 관제를 이용해 노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요양시설, 요양병원에 입소한 노인이 손목에 밴드를 착용하고 있으면 의료진이 관제 플랫폼에서 노인의 상태를 알 수 있도록 했다. 나아가 낙상 위험도, 심장 급작사 위험도 등을 예측해 예의주시할 수 있다.
장점은 효율성이다. 기존에는 간호 인력이 오전에 일일이 노인들의 상태를 확인하러 다녀야 했다. 김운봉 제론엑스 대표(=사진)는 낮 동안 간호 인력이 해왔던 일을 솔루션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노인들이 착용한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에서 보내는 신호를 모니터로 확인하는 방식인데, 그 중 평소와는 다른 바이탈을 보이는 노인만 간호 인력이 확인하는 식이다.
“궁극적으로, 의료진이 노인들을 더욱 효율적으로 돌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는 김운봉 대표를 <바이라인 네트워크>가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위치한 이 회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대표는 “노인을 돌보는 일은 제론엑스의 솔루션이 하고, 다른 간호 인력은 복약과 식사 등 다른 돌봄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제론엑스의 서비스
제론엑스와 카이스트가 공동 개발한 ‘늘 밴드’는 애플워치처럼 손목에 착용하면 체온, 혈압, 심박수, 산소포화도 등의 바이탈 데이터를 측정해 이를 관제 플랫폼(늘 케어 플랫폼)으로 보낸다. 의료진은 관제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환자의 바이탈을 체크할 수 있으며, 진료 데이터와 과거 병력 데이터를 기반으로 위험 예측 신호를 알 수 있다.
보호자와 간병인 등은 전용 앱(늘 케어 앱)으로 환자의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 또한 병실에 설치된 허브를 통해 이산화탄소 농도, 환자의 화장실 고립 여부, 위험장소 출입 여부 등을 관제 플랫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론엑스, 사명은 무슨 뜻인가?
시니어 분야에서 스페이스엑스가 되고 싶다는 뜻을 담았다. 스페이스엑스처럼 시장이나 고객의 정의를 새롭게 하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자는 측면에서 사명을 제론엑스라고 지었다.
-제론엑스가 보는 노인 돌봄 시장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저출생, 초고령화 사회에 돌봄 인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요양시설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의 평균 나이가 환갑이 넘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80~90세 노인들을 50~70세 보호사들이 1 대 1로 요양하는데, 이 비중이 1 대 2, 1 대 3으로 점차 커지고 있다.
또 우리나라의 요양 산업은 피라미드 구조로 이뤄져있다. 윗 부분이 실버타운으로 불리는 노인복지시설로, 100% 자비 부담 시설이다. 나머지 요양시설은 정부 지원금을 받는 곳으로, 이곳에 갈 수 있는 노인은 100만명으로 한정되어 있으며,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시설이 열악한 편이다. 약 1500개의 요양원이 보건복지부에 신청을 해 급여를 받고 있다. 이 시장이 약 14조원 규모다.
-정부 지원을 받는 요양시설에 갈 수 있는 노인 인구가 100만명밖에 되질 않나?
그렇다.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인구가 약 1000만명 정도 되는데, 100만명을 제외한 등급판정 받지 못한 노인들을 위한 요양 서비스도 필요하다. 해당 시장의 경우 약 87조원 규모로 추산되며, 이것이 제론엑스가 공략하고자 하는 시장이다.
-이 시장을 어떻게 공략하려고 하는지?
자동차에 비유할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가 가구 당 자동차 한 대씩 소유하기 시작했을 때 각 동네에 자동차 공업소가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그러나 서비스 질 측면에서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대기업이 동네의 자동차 공업소를 인수, 프랜차이즈화 해 시스템과 서비스를 표준화했다. 요양시설도 마찬가지다. 노인인구가 많아지면서 요양시설이 급증했다. 저희는 요양시설들이 지금보다 질 높은,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고 싶다. 이를 위한 디바이스와 센서, 통합 관제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하고 있나?
크게 두 가지 방식이다. 시설에 환자들이 착용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밴드를 제공하고 각 병실에 허브를 설치한다. 대부분의 낙상 등의 위험사고가 화장실에 발생하는 만큼, 요양원에서는 의무적으로 환자가 화장실 갈 때 의료진이나 직원 등이 동반을 해야 한다. 그런데 노인분들이 미안한 마음에 종종 혼자 화장실에 가시면서 넘어지거나 사고가 나시는 경우가 있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시설에서 노인분들이 병실에 잘 계시는지, 화장실에 고립되진 않았는지 알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어떻게 알 수 있나?
각 병실에 설치된 허브와 노인분들이 착용하고 계신 밴드와의 통신 세기를 비교하면 된다. 신호의 세기가 약하면 병실이 아닌 곳에 있다는 것이다. 해당 기술은 특허출원을 한 상태다.
-노인분들께서 늘 밴드는 잘 차고 계시나? 번거로워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
저는 늘 노인분들께 설명을 드릴 때 늘 밴드를 ‘자동차의 안전벨트’라고 비유를 한다. 불편해도 잘 차고 계셔야 편찮으시면 의료진이 알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늘 밴드를 차고 있으면 손주들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 계속해서 차고 계신다.
-이번엔 의료진 관점에서의 이야기가 필요할 것 같다. 통합 관제 플랫폼은 어떤 역할을 하나?
통합 관제 플랫폼은 설계도를 받아 병실 위치 등 요양시설이나 요양병원의 구조와 똑같이 만든다. 의료진은 통합 관제 플랫폼을 통해 각 병실에 어떤 환자들이 있는지, IoT 허브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당 병실의 컨디션은 어떤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으면 플랫폼에 알림이 뜬다. 기존에는 간호사 등이 감으로 세시간에 한 번씩 환기를 했다면, 기억하지 않아도 알림을 받아 환기를 시키는 방식이다. 관제 플랫폼은 PC 버전 외에도 돌봄 인력, 의료진 등이 볼 수 있는 전용 앱이 있다.
-통합 관제 플랫폼에서 환자의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다고?
그렇다. 자체 개발한 AI 알고리즘은 수집 데이터를 기반으로 낙상 위험도, 심장 급작사 위험도 등을 예측한다. 결국 의료진이 선별적으로 위험도가 더 높은 노인을 집중적으로 돌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다.
-AI는 어떤 원리로 작동되나?
크게 두가지다. 병원은 진료 기록 등을 처리하는 전자의무기록시스템(EMR)을 사용한다. 제론엑스는 EMR을 통해 비식별 데이터를 공유 받아 AI 알고리즘 학습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EMR로부터 A환자에게 혈압약 처방을 했다는 데이터를 받았다고 가정하자. 혈압약은 어지럼증을 동반하는데, A환자의 경우 낙상 위험도가 높아진다. 이밖에도 과거 병력 등을 알고리즘이 학습해 고위험, 중위험, 저위험으로 상태를 구분 예측한다. 또 환자가 착용하는 밴드에서 수집한 표피온도, 혈압, 호흡 등의 데이터를 학습한다. 제론엑스는 알고리즘 고도화를 위해, EMR 시스템 기업과 협력을 위한 협의를 하고 있다.
-데이터 활용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 이슈는 없나?
요양병원과 해당 병원에 적용된 EMR 업체와 환자, 보호자의 동의를 받고, 데이터 비식별 처리를 하고 있다. 그러니까, 요양병원에 입원한 A환자의 데이터를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가상인물을 만든다. 대략 몇 세의 인물로, 어떤 병력이 있으며 어떤 바이탈이 있는지 입력을 해두고,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데이터와 합쳐 예측하고 있다.
-요양병원, 요양시설에서 제론엑스의 서비스를 도입했을 때 얻는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
저희 서비스를 도입한 곳에 만족도 조사를 했더니, 간호 인력들이 93.5점의 만족도를 줬다. 무엇보다 병실의 이용률이 기존보다 4.2% 늘었다고 한다.
-병실 이용률과 무슨 상관인지?
그러니까 저희 서비스를 마케팅으로 적극 이용하는 것이다. 저희의 제품을 씀으로써 긴급대응이 가능하고, 어르신들을 효과적으로 돌볼 수 있다는 점을 홍보하고, 이런 점이 영업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실제로 환자들에 대한 바이탈 체크를 오전, 오후 한 번씩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데, 저희 서비스는 실시간으로 바이탈 체크가 자동화되어 별도로 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의료진은 바이탈이 급격한 변화를 보이는 환자만 확인을 하면 되기 때문에, 여유 시간을 위급 환자나 나머지 환자들의 식사, 복약 등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요양시설에선 환자가 숨거나 도망치는 일이 가끔 있다. 이때 없어진 환자를 찾느라 다른 노인들이 방치가 될 수 있는데 저희 서비스는 환자의 위치 감지, 위험지역 출입 감지 기능이 있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앞으로 노인 돌봄 시장이 어떻게 발전할 것으로 보는지?
결국 하이테크다. (인력 부족으로) AI와 같은 하이테크를 적용해야 하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AI, 로봇 등의 서비스가 사람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과 비슷해야 한다.
경제성도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다. AI 도입을 위해 개발자를 지나치게 많이 뽑으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그제론엑스는 통합 디바이스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투자 유치 계획이 있는지?
현재 프리A 시리즈 단계로, 주요 대기업들과 전략적(SI)투자를 협의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