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을 준비했다”…더현대 서울의 크리스마스 공간은 어떻게 기획됐을까?
크리스마스 맞아 1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움직이는 대극장(LE GRAND THEATRE)’ 전시 마련
“영국, 프랑스 등 크리스마스마켓 직접 다녀와…10월 한달 내내 작업”
더현대 서울 한복판 옥상에서 열기구가 떠다닌다. 서커스장처럼 생긴 건물들도 모여 있다. 1년 동안 현대백화점이 준비한 더현대 서울의 2024년 크리스마스 연출이다.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 서울 5층 사운즈 포레스트에서 마주한 이번 크리스마스 연출은 ‘움직이는 대극장(LE GRAND THEATRE)’로 18세기를 배경으로 한 유럽 동화 속 서커스 마을을 테마로 한다.
이번 크리스마스 테마는 주인공인 곰인형 ‘해리’가 움직이는 대극장을 찾기 위해 열기구에 몸을 싣고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야기에 맞춰 현대백화점 VMD팀은 높이 7m, 너비 5m의 열기구 모형 에어벌룬 6개를 띄우고 붉은 색이 어우러진 서커스 텐트를 마련했다.
현대백화점 VMD팀은 바로크 시대의 로코코 양식을 따와 공간 디자인에 화려한 색채와 곡선을 담았다. 담당자는 “에어벌룬은 6대륙을 상징한다”고 덧붙였다.
입구를 거쳐 들어가면 마술극장, 묘기극장, 음악극장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키네틱 아트를 활용했다. 마술극장에서는 변신마술·부양마술·비둘기마술을, 묘기극장에서는 트라페즈(공중그네)·저글링·차이니즈폴 등의 묘기를, 음악극장에서는 다양한 캐릭터가 왈츠 음악에 맞춰 선보이는 장면을 연출했다.
동선의 마지막에 있는 대극장에 들어서면 360도 회전하는 8m 높이의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와 함께 현대백화점 15개점을 상징하는 15개의 캐릭터들도 눈에 띈다.
더현대 서울은 올해까지 4차례에 걸쳐 크리스마스 시즌에 테마 공간을 꾸렸다. 인기도 상당하다. 11월 1일부터 15일까지의 1차 예약을 위해 몰린 인원은 한때 3만명에 달했으며, 14분 만에 마감됐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테마 공간 예약 때에는 2만명이 접속해 1시간만에 마감됐다.
현장 예약도 가능하다. 다만 상황을 고려해 시간대에 따라 100~200명으로 유동적으로 입장시킨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올해 방문객이 지난해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주중 방문객이 5000명, 주말은 1만여명이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테마 공간에서 자체 개발한 크리스마스 에디션 자체브랜드(PB) 상품을 판매한다. 지난해 주요 5개점에서 선보였던 크리스마스 팝업스토어 ‘해리 상점’으로, 주인공인 곰인형 해리와 관련된 곰인형과 크리스마스 테마의 키링과 머그컵 등을 마련했다. 사운즈 포레스트 공간 중앙과 나가는 길 두 곳에서 PB 상품을 판매한다. 방문객은 주문서를 쓰고 제출하면 상품을 수령할 수 있다.
이외에도 브랜드의 팝업스토어 부티크 공간도 마련했다. 1일부터 28일까지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샵 ‘세실앤세드릭 & 블뤼떼’가, 29일부터 내달 31일까지는 퍼퓸샵 ‘블뤼뗴’를 만나볼 수 있다.
“1년에 걸쳐 준비했다”
사실 현대백화점은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을 위해 장장 1년에 걸쳐 이번 테마 공간을 구성했다. 현대백화점 VMD팀이 지난해 말 유럽 곳곳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다녀와 올해의 크리스마스 행사를 준비한 것이다.
이번 연출을 총괄한 정민규 VMD팀 책임 디자이너는 “런던, 파리 백화점 등을 돌아다니며 3가지 아트로 경영진에게 3월·5월·7월 세 차례에 걸쳐 보고한다”며, “9월부터 디자인으로 풀어내고 10월부터 공사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강조점은 일러스트레이터가 직접 그린 그림을 일일이 전체 디자인에 반영했다는 사실이다. 이번 일러스트에는 디올 성수 작업을 한 디자이너가 참여했다. 정 책임 디자이너는 “작가의 그림을 3D로 만들고 다시 패브릭 원단과 커튼에 인쇄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서커스 천막의 벽조차 일일이 천에 인쇄해 디테일을 더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열기구 모형의 에어벌룬이 업계에 전례가 없으며, 안전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정 책임 디자이너는 “에어벌룬이 높이 7m에 너비 5m인데 어떠한 백화점이나 내부 공간에서 한 적이 없다”며, “헬륨 가스가 9통이 들어갔으며, 이틀에 한 번씩 주입하고 안전을 위해 미세한 줄로 연결했다”고 말했다. 아래 있는 구조물은 30kg, 에어벌룬의 총무게는 개당 50kg 정도다.
사운즈 포레스트의 구조적 특성상 장비가 들어올 수 없고 영업시간에는 공사가 어려워 10월 한달에 걸쳐 폐점 후 일일이 수작업으로 진행했다는 노고도 들을 수 있었다.
스토리에도 여러 고민을 담았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크리스마스 공간의 스토리로 해리가 마침내 대극장을 찾고 크리스마스 쇼를 관람하며 모두가 행복해 한다는 결말처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으로 분열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희망’, ‘사랑’, 평화’, ‘행복’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정 책임 디자이너는 한때 서커스단에 있었던 서울대공원의 국내 최장수 코끼리’사쿠라’, 올림픽과 전쟁 등 여러 요소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문제가 될 요소를 피하기 위해 고민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욱일기’가 연상되는 디자인은 피하고, 공에 올라간 코끼리와 같이 동물 학대를 연상하는 일러스트도 최대한 피했다. 이 때문에 현대백화점 VMD팀은 동물 탈을 쓴 요정과 같은 캐릭터로 전반적인 캐릭터를 구성했다.
정 책임 디자이너는 “현대백화점의 미션은 ‘고객을 행복하게, 세상을 풍요롭게’다”며 스토리 등에서도 신경썼다고 강조하면서 “좋은 결과물이 나와 고객들이 많이 찾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