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넷’ 개편 나선 NIA의 실험, 성공 거둘까

정부가 우리나라 학교 인터넷 체계 개편에 나섰다. 늘어나는 디지털 수업 방식에 발맞춰 원활한 교육을 위한 10기가(Gbps)급 인터넷망 보급을 실험하고 있다. 기존의 교무 행정망과 학생들의 학습망을 분리하는 게 골자다.

16일 IT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는 지난해부터 ‘학교 10기가 인터넷 시범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각각 1곳씩 지정한 17개교에 학생들을 위한 10Gbps 인터넷망을 설치했다.

사업은 학생들의 학습을 위한 인터넷망이 너무 느리다는 인식에서 시작됐다. 현재 학교 전용망 ‘스쿨넷’은 별도의 전용회선을 통해 1Gbps 속도로 운영되고 있다. 인터넷망 제공사의 전용회선이 우선 각 시도교육청에 연결되고, 이 연결된 회선을 학교가 받아 활용하는 형태다.

학교 행정 서비스와 함께 교실수업 등 학교 인터넷 모두가 이 스쿨넷을 사용한다. KT를 비롯해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 주요 인터넷 서비스 3사가 모두 스쿨넷 회선을 제공해왔다.

하지만 1Gbps의 속도는 현재 급증하는 트래픽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성적 입력이나 학사 정보 확인 등 일반 교무 작업에는 무리가 없지만, 영상 콘텐츠나 인터넷 검색 등 늘어난 트래픽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2025년부터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의 단계적 도입이 예고되면서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인프라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태블릿 같은 스마트기기가 확대 보급과 맞물려 스쿨넷에 걸리는 부담이 커질 거란 이야기가 나왔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지금 (인터넷) 속도로는 원활한 수업이 어려운 점이 있었다”며 “영상 수업이 점차 늘고 있어 (느린 인터넷에 대한) 학부모들의 원성도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NIA는 시범사업 대상자로 SK 브로드밴드를 선정하고 지난 1학기부터 17개 학교에서 별도의 10Gbps 망을 운영하고 있다. 교무에 쓰는 인터넷은 1Gbps 속도의 기존 스쿨넷을 활용하되, 교실수업은 별도의 10Gbps망을 따 활용하는 형태다.

NIA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학교 행정망과 교실망을 나눠 별도로 활용하는 형태”라며 “늘어나는 (트래픽) 수요에 맞추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시범학교 네트워크 구성도. (자료=NIA)

NIA는 기존 스쿨넷을 증속하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이는 전용회선 형태라 요금이 대폭 오를 수 밖에 없다고 짚었다. 현재 스쿨넷은 1Gbps 속도 기준으로 약 50만원의 요금이 든다. 이를 5Gbps로 증속할 경우 그 다섯배가 아닌 열배에 가까운 500만원 수준으로 요금이 뛴다는 게 NIA의 설명이다.

반면 10Gbps의 별도 교실망 개설의 경우 전용회선을 증속하는 방식에 비해 10분 1 비용 수준으로 구축이 가능하다. 사업 공고를 낸 뒤 스쿨넷을 제공하던 3사 중 참여 의사를 밝힌 건 SK브로드밴드 1곳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KT와 LG유플러스가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기존 스쿨넷 증속에 비해 매출 차원에서 이점이 낮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범사업은 기존 체계와 새로운 체계를 비교해 망 연결 품질을 점검하고 트래픽 분석과 혹시 모를 취약점을 확인하는 게 목표다. 우선 올해 2학기까지 시범 사업을 통해 분석 결과를 도출한 뒤 적용 확대 등을 검토한다.

보안 수준 검증, 요금 체계 수립 등 준비 과정을 거쳐 본격적인 서비스 출시를 통해 학교에 10Gbps 인터넷을 보급할 계획이다. 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면 향후 전면 시행될 AI 교과서 활용에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업계 한쪽에서는 보안에 대한 우려 또한 나오고 있다. 전용회선이 아닌 일반 인터넷 회선으로 구축되면 정보 유출이나 유해 사이트 접속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관련업계에서는 실제로 스쿨넷 수준의 높은 보안이 필요한데, 인터넷망에서 과연 충족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NIA는 이 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10Gbps 망에도 방화벽을 구축하고, 혹시 모를 장애에 대비할 수 있는 트래픽 루트를 별도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NIA 관계자는 “유해 사이트 차단 등 (청소년 보호에) 필요한 조치 또한 행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발생한 장애(보고)는 없었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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