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우려된다고 막아, 근거는? 게임물관리위 국감

‘사회질서 문란 우려’ 등급분류 기준 모호
“헌법서 규정한 명확성 원칙 위배… 법적 과학적 근거 없어”
헌법소원청구 결과에 게임위도 따를 예정

“(게임과 같은 등급분류 기준을 적용한다면) 영화엔 범죄도시 시리즈도 있고 ‘오징어게임’, ‘D.P. 이런 것들도 다 같이 유통 금지가 되어야겠죠.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는 음란 묘사로 제작 및 유통 금지가 되어야겠죠.”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국정감사에서 예상된 질문이 나왔다. 국회 문체위 소속 진종오 의원(국민의힘)이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에 게임산업법(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헌법소원심판청구 이슈와 관련해 지적에 나섰다.

<참고기사: 이용자 불만에 심의도 늦어져…게임물관리위 도마 위>

게임산업법 32조2항3호가 담고 있는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수 있는 우려’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헌법에서 규정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진 의원이 자의적 판단 여지에 대한 질문에 서태건 게임위 위원장은 “우려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래서 위원회가 합의제 위원회 제도로 운영 중”이라고 답했다.

게임위가 국정감사 전 의원실에 대면 보고하면서 ‘게임은 상호작용하는 콘텐츠로 더더욱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고 말한 관계자의 입장에 대해 진 의원이 “법적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하자, 서 위원장은 “과학적 연구는 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헌법소원청구가 되어 있는 상태로, 헌재 판단을 따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게임위의 ‘내용 수정 신고’ 제도를 ‘불필요한 발목잡기’라고도 했다. 게임 특성상 기념일에 맞춰 업데이트를 하거나 이용자 요구에 업데이트가 잦은 가운데 이럴 때마다 내용 수정 신고는 행정과 사회적 비용을 높이는 제도라는 것이다.

진 의원은 “상식적으로 사업자가 행정처분을 무릅쓰고 리스크가 있는데 내용 수정 신고를 다시 할까요. 저라면 안 할 것 같다”고 말하자, 서 위원장도 공감했다.

또 게임위 내 8명 규모의 등급 서비스팀에서 내용 수정 신고 업무를 담당하면서 보류가 계속 진행되는 사례에 대해선, 진 의원이 “8명이 소화할 수가 없는 내용으로 업무 과다가 맞겠죠”라고 되묻자, 서 위원장은 “맞는 말씀도 있고, 사행성 게임물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에 지연되는 요인들도 있다”고 해명했다.

진 의원이 등급 서비스 관련 인원 확충과 등급분류 민간 이양(계류 중), 내용 수정 신고 제도 폐지에 대한 의견을 내자, 서 위원장은 “사행성 게임물에 대해선 좀 더 고민할 여지가 있지만, 최대한 업계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 위원장이 국정감사 진행상 ‘합리적 방안 검토’ 정도로 갈음했으나, 그 중에서 내용 수정 신고 제도 폐지의 경우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유료 단품 패키지가 아닌 무료 서비스되는 온라인 게임물은 수시 업데이트에 따라 내용 특성이 바뀌는 까닭이다. 등급분류 당시와 완전히 다른 게임을 서비스하는 등 악용하는 게임사가 나올 수 있어, 폐지보다 개편이 합리적일 수 있다.

서태건 위원장은 지난 8월에 갓 취임한 상황이다. 진 의원이 “게임위가 신뢰와 기대를 회복했으면 좋겠다”며 변화를 요청하자, 서 위원장은 “앞으로 3년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서 좀 더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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