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불만에 심의도 늦어져…게임물관리위 도마 위
자의적 게임물 등급분류 잣대 두고 논란
헌법소원심판 청구로 관심 쏠려
고무줄 심의 지연 등 의원실 업계 제보 이어져
게임위 선택적 검열 말고 사업자 책임 구조 필요 의견도
지난 8일 ‘게임산업법(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헌법소원심판청구’로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가 재차 도마 위에 올랐다. 게임위는 지난 2022년 등급(재)분류 권한 남용 지적이 제기돼 게이머들의 불만이 쏠린 바 있다. 이번 헌법소원심판청구엔 전자서명 방식으로 무려 21만751명의 게이머(청구인)가 몰리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논란이 된 조항은 32조2항3호. ‘범죄·폭력·음란 등을 지나치게 묘사하여 범죄심리 또는 모방심리를 부추기는 등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것’에 해당하는 게임물을 제작 또는 반입하는 경우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사실상 게임물 유통 차단의 근거이자 사전검열로 활용돼 왔다는 게 청구인 측(게임이용자협회, 김성회 유튜버 등) 주장이다.
청구인 측은 ’GTA5<대표 사진>는 되고 뉴 단간론파V3는 안 되는가’를 대표적 근거로 들었다. 세계적 히트작인 GTA5는 게임 내에서 자유롭게 강도나 약탈 등 범죄를 벌일 수 있는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뉴 단간론파V3 역시 범죄를 다루고 묘사하는 액션 추리 게임이나 등급 거부 결정이 났다. 두 게임의 각국 흥행 여부와 인지도가 고무줄식 등급분류 결과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청구인 측은 “게임에 대해서만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드리우는 현재 법령 조항의 모호한 내용은 국민의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심의자가 누군지에 따라 해석이 바뀔 수 있는, 자의적인 취급을 금지하는 우리 헌법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헌법소원 이유를 밝혔다.
관련 사안은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질의가 나올 전망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실에서 게임위 등급분류 업무의 구조적 문제까지도 거론할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게임위 등급분류 절차에 관련한 불만을 담은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청소년이용불가(청불) 등급과 사행성, 아케이드 게임물을 담당하는 게임위 내 등급분류 파트의 경우 가장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나, 순환보직이 이뤄지고 게다가 기피부서로 찍혀 기업 입장에서 등급분류 결과가 한시가 급함에도 절차 진행이 지연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있다는 것이다.
현행 게임법상 게임물 등급분류는 신청 후 통상 15일 내 결과가 나와야 하나, 게임위가 수정 보완을 요구할 경우엔 기한을 연기할 수 있다. 수정 보완 사항이 여러 번 오가면 등급분류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문제는 이 수정 보완 요구 자체가 등급분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형식적 요구가 잦거나 저작권 유무를 재차 확인해달라는 등 꼭 필요한 것인지 의문시되는 요구사항이 들어와 기업들이 난감하다는 제보가 관련 의원실에 이뤄지고 있다.
또한 등급분류 실무 담당자마다 역량 차이가 적지 않아, 누구에게 배정되냐에 따라 등급분류 기간이 들쭉날쭉하다는 제보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에선 규제완화를 얘기하는데, 이런 경우엔 국내 사업자만 제재를 당해 해외 사업자와 역차별이 될 수 있다. 현실적인 규제 적용이 돼야 한다”며 “게임물이 많아 다 검증을 못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렇게 선택적 검열이 이뤄지면 (검열 대상이 된) 해당 사업자만 불이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선택적 검열 절차보다는)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설문 형식으로 체크를 하고, 이에 대해 사업자들이 책임을 지고 사후관리를 하는 형태로 가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