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피하려면 민간이 입증책임? 플랫폼 원죄론, 헌법과 충돌 우려

한국헌법학회 주최 인기협 주관 세미나 개최
가칭 ‘온라인 플랫폼 경쟁촉진법안’에 대한 헌법적 검토 

한국헌법학회(학회장 지성우 교수)가 주최하고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 회장 박성호)가 주관한 ‘헌법적 관점에서 본 디지털 플랫폼 규제 입법 – 법적 쟁점과 정책 방안’ 특별 세미나가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황성기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칭 ‘온라인 플랫폼 경쟁촉진법안’에 대한 헌법적 검토 주제발표에 나서 디지털 플랫폼 규제안에 대한 헌법 위반을 지적했다.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 및 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안(박주민의원 등 11인)’과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안(김남근의원 등 44인)’이 도마 위에 올랐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가칭 ‘온라인 플랫폼 경쟁촉진법안’에도 포함이 예상되는 시장지배적 플랫폼 사업자 사전지정·입증책임 전환제, 경쟁제한성 추정·입증책임 전환제의 헌법적 문제점을 분석했다.

시장지배적 플랫폼 사업자 사전지정·입증책임 전환제, 경쟁제한성 추정·입증책임 전환제는 우선, 시장지배적 플랫폼 사업자 지정요건을 충족한다는 것을 사실상 추정하고 지정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입증책임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에게 사실상 전환시킴으로써, 그리고 사전지정된 플랫폼 사업자를 해당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하고 있는 사업자로 명시적으로 추정하고 실질적 경쟁제한성이 없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을 명시적으로 전환시킴으로써, 사실상 ‘범죄사실의 인정 또는 유죄’를 근거로 그에 대하여 사회적 비난 내지 응보적 의미로 법률적·사실적 측면에서 유형·무형의 차별취급을 가하는 유죄인정의 효과로서의 불이익을 부과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즉, 아직 유무죄가 가려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유죄로 추정하고, 이를 전제로 하여 ‘입증책임의 전환’이라는 ‘불이익 처분’을 부과하는 것이므로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거나 적어도 무죄추정원칙을 ‘잠탈(교묘히 빠져나감)’할 가능성이 높다. (황성기 교수 발제문 발췌)

‘헌법적 관점에서 본 디지털 플랫폼 규제 입법 – 법적 쟁점과 정책 방안’ 세미나에서 발표하는 황성기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인기협)

황 교수는 시장지배적 플랫폼 사업자 지정요건의 충족에 대한 증명과 경쟁제한성에 대한 입증책임을 플랫폼 사업자에 전가하는 것에 대해 “공권력 행사의 주체인 국가가 부담해야 할 입증책임을 규제 대상인 사업자에 전가하는 것은, 자기가 결정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것으로써 자기책임 원리의 위반”이라고 분명히 짚었다.

그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정과 경쟁제한성 추정 모두 공정거래위원회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재량에 의해 결정할 사안임에도 ‘사실상’ 필요적 규정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소침해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하였으며, “그럼에도 입증책임은 시장조사 권한도 없는 사업자에 전가하고 있어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이 같은 규제 내용 관련해 ‘굉장히’ 표현을 자주 쓰며 우려를 전달했다. “굉장히 독특한 제도”, “제재 조치도 굉장히 좀 세다”, “불이익 부분은 굉장히 확대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굉장히 자율적 집행 가능성 위험성이 높다”, “기본권 제한 효과가 굉장히 강력하다” 등을 언급했다. 또 “시장조사 권한이 없는 민간 기업을 보고 ‘너희가 이제 책임져’라는 게 맞나라는 치명적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다.

패널 토론에서도 디지털 플랫폼 규제에 대한 헌법적 검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부산대학교 허진성 교수는, “규제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구체적 정책 수단은 어디까지나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원칙으로 헌법상 가치와 원리를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형성되어야 할 것”이라 지적했다.

시장지배적 플랫폼 사업자 사전지정·입증책임 전환제, 경쟁제한성 추정·입증책임 전환제는 자유와 규제 간의 적절한 균형으로부터 이탈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판단된다. 국가가 헌법 제119조 2항에 의거하여 부여받은 경제에 대한 개입 가능성을 헌법이 구성하고 있는 국법 질서의 근본 가치 내지 체계에 대한 고려 없이 문제 해결을 위한 직접적 수단으로 상정된 제도 도입을 위해 활용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지 염려되는 상황이라고 하겠다. (허지성 교수 토론문 발췌)

법무법인 온강 이고은 변호사는 “이 법은 강제 수사권조차 가지지 못하는 사인에 불과한 사업자에 형사적 입증책임까지 부과하는 것”이라 했고, 경인교육대학교 심우민 교수는, “우리나라와 다른 시장과 경쟁 상황에 놓인 EU의 DMA(디지털시장법)를 사전영향분석 없이 도입하려 한 시도가 헌법 원칙에 반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 분석했다.

심 교수는 입법자들을 꼬집어 장내에 웃음을 끌어냈다. 그는 “법안에는 입증 책임 관한 이야기가 있는데, 자신들이 내는 법안에 대한 입증책임은 수행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며 “입법자의 입증책임, 그 입증을 하기 위한 증거를 찾기 위한 절차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해당 법률안의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도하고 과다한 사전규제를 할 경우 이에 대한 폐단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현재 예상되는 문제들과 현재 발의된 법률안에 대한 수정 필요 사항에 대해 헌법학계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고, 헌법학회에서 논의된 의견을 국회에 전달하여 법률안 제정에 있어 참고할 기회가 있기를 희망한다. (이고은 변호사 토론문 발췌)

현재 국회 등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전적 입법영향분석의 제도화 및 정식화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싶다. 분명 사전적 입법영향 분석은 예측에 기반한 입법 논의에 있어 다양한 논거들과 이에 기반한 입법 방안들을 입법자들에게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보다 면밀하고 의미 있는 입법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심우민 교수 토론문 발췌)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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