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도전부터 흑자 미션까지…국내 클라우드·MSP 기업 상장 과제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클라우드 전문기업들의 행보가 시장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노그리드가 지난 여름 상장 문턱에서 좌절하면서 충격을 안겼고, 메가존클라우드는 주관사 선정을 마치면서 본격적인 상장 절차를 시작했다. 메가존클라우드에 이은 매니지드서비스제공사(MSP) 2위 업체인 베스핀글로벌 또한 상장을 노리고 있다.
행보는 조금씩 다를지언정 공통점은 있다. 모두 업계의 시선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 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CSP)에 의존하는 사업 모델과 수익성 증명 등 주식시장 입성을 위한 과제가 적지 않다.
지난 8월 이노그리드는 코스닥 상장 승인이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1월 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6월 공모 청약을 코앞에 둔 시점에 한국증권거래소가 효력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회사가 전 최대주주와의 분쟁 관련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거래소는 이노그리드가 과거 최대주주와 현 최대주주 간 주식 양수도, 금융회사 압류 결정과 관련한 분쟁 가능성을 상장 예비심사신청서에 기재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회사는 입장문을 내고 “경영권 분쟁으로 판단하기 어려웠고 향후 분쟁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측하는 것도 어려웠다”며 “중요한 사항임을 알고도 고의로 중요한 기재 사항을 누락한 것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8월 재심의에서도 기존의 효력불인정 의견이 유지되면서 상장은 최종 무산됐다. 이노그리드는 향후 1년간 예비심사를 신청할 수 없다.
사태의 파장은 컸다. 업계에서도 상징성 있는 사건으로 받아들인다. 클라우드 비즈니스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로서) 기대가 있었지만 스톱이 걸리면서 전체에 영향이 미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아무래도 좋은 영향보다는 보수적인(상장에 부정적인) 시선이 많지 않겠냐”면서 향후 걸림돌이 될 사례로 해석했다.
회사도 진통을 겪는 중이다. 8월 상장 무산 시점과 맞물려 약 15%의 인력을 감원했다. 이노그리드 관계자는 “일단 상장 재도전이 목표”라며 “(상장에 성공)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홈페이지를 대대적으로 리뉴얼하고, 16개 협력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서비스 확산 속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는 중이다.
메가존클라우드는 주관사 선정, 해외 시장 고려도
메가존클라우드와 베스핀글로벌 등 MSP의 상장 예고 소식에도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수익성 확보라는 과제가 있어서다.
메가존클라우드는 지난 7월초 주관사 선정을 마치면서 본격적인 상장 채비에 나섰다. 대표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JP모간을 선임했다. 공동주관사로는 KB증권,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씨티그룹글로벌마켓코리아증권을 선정했다.
하지만 메가존클라우드의 청사진에는 의문의 시선이 많다. 현 제도에서 기술특례가 아닌 일반 상장은 영업이익이 필수 요건이다. 메가존클라우드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4265억원, 당기순손실 361억원, 영업손실 690억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올해 흑자 전환을 목표로 잡았지만 700억원 가까운 적자를 흑자로 돌려야 하는 만큼 쉽지 않은 미션이다. 일각에서는 기술특례도 선택지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지만 회사는 일반 상장으로 확실히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메가존클라우드는 아직 주관사들과의 킥오프 미팅이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메가존클라우드 관계자는 “아직 (상장 절차를 위한) 출생신고서가 나온 정도”라며 “어떻게 키울지(상장을 준비할지)는 여러 논의를 거쳐봐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한쪽에선 미국 나스닥을 노린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베스핀글로벌도 일반 상장을 노리지만 주관사 선정을 마친 메가존클라우드와 달리 2025년 이후에나 절차를 시작할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베스핀글로벌도 메가존클라우드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베스핀글로벌 측은 “아직 국내 시장을 노릴지, 해외 시장을 노릴지 결정된 것은 없다”며 “우선 올해 흑자 전환이 1차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흑자 전환 자신감은 AI 열풍을 반영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생성AI 기술 수요가 늘면서 클라우드 인프라 수요가 함께 증가했고 이를 관리하는 MSP를 찾는 곳도 많아졌을 거란 분석이다. 앞서 메가존클라우드의 경우 2023년 적자의 이유로 AI 관련 인력 확충을 제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AI는 클라우드가 필수적인데 그만큼 MSP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긴 하다”면서 “클라우드에 낯선 기업들이 도입하기에는 MSP를 거치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흑자 요건이 필요없는 기술 특례를 노렸던 이노그리드 상장 사례에서도 수익성이 쟁점이 된 만큼 자생력을 키우는 건 필수적이다. 이노그리드는 세 차례 신고서 정정을 거쳤는데, 마지막 정정신고서에서는 공공 매출 비율 72%가량인 상황에서 정부 정책 변경이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었다.
이 관계자는 “기업공개 절차와 내실을 다지기를 병행하고, 자체 솔루션 판매를 늘리는 것이 MSP에 대한 의심을 깨는 방법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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