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테크·업스테이지·솔트룩스, 중소 AI 기업 3사 3색

생성 인공지능(AI) 전성시대.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국내 업체들의 노력도 더욱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챗GPT 등장 직후였던 지난해에는 원천 기술을 소개하는데 집중했다면 올 상반기를 지나면서 신규 고객사 확보와 자신들만의 신제품 개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코난테크놀로지·업스테이지·솔트룩스 등 AI 전문기업들은 올해를 기점으로 다채로운 기술 적용에 힘을 주는 모습이다. 고객 사례를 보면 이들의 전략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확실한 리딩 기업이 나오지 않은 시장에서 승리하는 이는 누가 될까. 중소 AI 3사의 대표 솔루션과 시장 전략을 돌아봤다.

AI 한 길 25년…코난테크놀로지

역사로 보면 코난테크놀로지가 가장 길다. 1999년 설립한 회사는 25년간 AI 기술에 집중해왔다. 전체 인력의 60% 이상이 연구개발에 매진하면서 텍스트 생성AI에 최적화한 LLM을 내놓는다는 설명이다.

주로 자연어처리(NLP) 기술에 초점을 맞췄던 회사는 AI컨택센터나 AI 동시통역 등 최근 넓어지는 생성AI 솔루션의 범위에 따라 더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하며 공격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코난테크놀로지의 장점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방대하게 쌓은 생성AI 학습 데이터다. 한국 정서와 업무 환경에 맞춘 한국어 답변을 제공하는 한편 보안성도 확보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그 결실이 지난 6월 수주한 한국남부발전 생성AI 구축사업이다. 코난테크놀로지는 국내 공공부문에 국내 LLM가 도입되는 첫 사례라고 강조한다. 자사의 ‘코난 LLM’을 활용해 한국남부발전의 업무 지능화, 서비스 자동화, 업무 생산성 향상을 지원하고, 텍스트·이미지 생성AI 시스템 구축을 비롯해 보고서 작성·요약·번역 시스템을 구축한다.

해당 사업에는 파라미터 470억개(47B) 모델을 적용했는데 코난테크놀로지에 따르면 해당 사업에 쓰인 전체 학습 토큰수는 1조5111억개에 달한다. 이중 한국어 토큰 수도 5111억개 수준으로 우리말 답변 품질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9월부터는 서울교통공사의 동시통역 솔루션 보이스 투 챗(Voice to Chat)에도 자사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STT(Speech to Text) 모듈 기반 음성인식·번역 기능을 응용프로그래밍(API) 방식으로 제공하는 형태다.

STT를 활용해 외국인 관광객이 자국어로 지하철 역사의 문의 기기에 요청사항을 말하면, 역무원은 이를 번역된 텍스트로 확인하고 다시 한국어로 답변한다. 이 한국어는 다시 문의 기기에 해당 국가 언어로 보여진다. AI 학습을 통해 ‘명동’ ‘홍대’와 같은 고유명사의 인식도를 높인 것도 특징이다.올해 4월에는 SK텔레콤과 협력해 같은 기술을 적용한 ‘트랜스 토커(Trans Talker)’ 솔루션을 롯데백화점 잠실점에도 설치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설치한 트랜스토커의 모습.(사진=코난테크놀로지)

코난테크놀로지는 미래 먹거리로 온디바이스 AI를 찍었다. 지난달 중순 자체 개발한 AI 프레임워크 ‘디트레인(Dtrain)’의 안드로이드 버전 시연에 성공했다. 메모리 사용량은 줄이고 처리 속도는 높인 온디바이스 AI 모델을 개발하면서 향후 스마트폰이나 PC 등 엣지 디바이스에도 AI를 심어 나가기로 했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과 협약을 맺은 것도 그 일환이다. 리벨리온과 저전력 AI 추론 특화 기술과 비용 효율성 강화 등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한다. 자사의 소프트웨어 역량과 리벨리온의 하드웨어 역량을 합쳐 시너지를 내겠다는 포부다.

코난테크놀로지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형 모델 코난 LLM 출시에 이어 온프레미스형 LLM 제공에 매진하고 있다”며 “하반기 더 많은 사업으로 생성AI 시장에서 매출 극대화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오픈소스 활용해 고성능 구현한 업스테이지

​업스테이지는 오픈소스 LLM을 기반으로 높은 성능을 자랑하면서도 경량화에 성공한 것이 특징이다. 메타와 미스트랄AI의 오픈소스 LLM에서 아키텍처를 참고하고 자체 튜닝한 LLM ‘솔라(Solar)’가 간판 제품이다.

최근 공개한 솔라 프로 22B의 경우 메타의 ‘라마(LLaMa) 3.1 8B’ 모델을 비롯해 미스트랄AI의 ‘네모(NeMo) 12B’, 구글의 ‘젬마(Gemma) 2 27B’ 등 글로벌 LLM의 성능을 뛰어넘었다.업스테이지 관계자는 “자체 LLM 모델링 방법론을 더욱 고도화해 단 1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만 활용해 구동이 가능한 수준으로 경량화에 성공했다”며 “최근 GPU 가격 급등과 수급난으로 골머리를 앓는 시장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앞서 출시했던 솔라 미니의 경우 인텔의 울트라코어 프로세서에 탑재되며 AI PC의 문서 생성 애플리케이션 ‘라이트업(WriteUp)’의 기반 LLM으로 활용되고 있다.

업스테이지는 현재 커머스, 법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맞춤형 검색이나 도메인 특화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와 ‘에누리’에 구축한 AI 기반 맞춤형 상품 검색· 추천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검색창에 주관적이거나 추상적인 상품정보를 넣어도 원하는 최적의 상품을 손쉽게 찾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약 14억개의 쇼핑 상품을 가진 플랫폼에서 자사의 LLM으로 더 정확한 쇼핑 경험을 얻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이밖에도 법률의 경우 로앤컴퍼니의 AI비서 서비스 ‘슈퍼로이어’에 법률 특화 LLM인 ‘솔라 리걸’을 개발해 제공하기로 했다. 로앤컴퍼니가 가진 443만건의 판례 데이터를 비롯해 법령, 결정례, 유권해석 법률 데이터를 학습한 도메인 특화 LLM이다.

업스테이지는 이처럼 특정 도메인에 특화한 튜닝 기술이 장점이라고 강조한다. 회사 관계자는 “산업별 특정 업무에 맞는 도메인 데이터 학습 능력이 우리의 장점”이라며 “앞으로도 꾸준한 기술 고도화를 통해  비즈니스를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설치형 제품부터 검색 서비스까지…솔트룩스

솔트룩스는 다채로운 제품군이 눈에 띈다. 자체 개발 LLM ‘루시아(LUXIA)’를 탑재한 하드웨어 제품과 AI 검색 엔진이 시장의 관심을 얻고 있다. 특히 최근 출시한 AI 검색 솔루션은 ‘퍼플렉시티’의 아성에 도전한다.

온프레미스 형태로 LLM을 쓸 수 있는 ‘루시아 온(ON)’은 솔트룩스만이 가진 독특한 형태의 제품이다. 전원만 꽂으면 바로 활용할 수 있는 하드웨어 방식의 생성AI 어플라이언스다. 내장 GPU의 성능 한계로 파라미터 13B 모델까지만 지원하는 게 한계이긴 하지만, 복잡한 API 연결이 필요없는데다 수억원이 드는 프라이빗 생성AI 시스템 구축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에 도입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이 높다.

지난 7월 한국과 미국에 동시 출시한 ‘구버(Goover.ai)’는 회사가 큰 기대를 거는 솔루션이다. 솔트룩스 미국법인이 개발한 구버는 전 세계 웹에서 맞춤형 정보를 찾고, 이를 기반으로 한 심층 리포트까지 만들어주는 생성AI 검색 서비스다.

일반 사용자용과 기업용(엔터프라이즈) 버전을 따로 내놓은 솔트룩스는 퍼플렉시티의 아성에 도전한다. 미국의 퍼플렉시티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유명세를 탄 AI 검색 서비스다. 네이버나 구글보다 퍼플렉시티를 이용하겠다는 말이 있을 만큼 정확한 답변 성능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솔트룩스의 구버는 퍼플렉시티가 제공하지 않는 심층 리포트나 사용자 질의를 학습한 개인화 기능까지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단순히 검색 결과만 내놓지 않고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문서 제작까지 가능하다. 이르면 다음달 모바일 버전도 출시한다.

솔트룩스는 이처럼 LLM과 임베딩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브랜드로 회사의 외연을 넓힌다. 고객의 의도에 맞는 결과물을 제시할 수 있도록 모델을 고도화하는 한편, 음성과 이미지 등 멀티모달 처리가 가능한 모델 개발에도 집중한다.

시장 전략의 핵심은 ‘트라이앵글’이다. 원천기술부터 하드웨어, 서비스로 이어지는 세 가지 축의 라인업을 갖춘 만큼 시장의 AI 기술 수요를 모두 흡수하는 게 목표다.

첫 번째 축으로는 루시아로 대표되는 LLM과 임베딩 기술을 시장에 공급하고, 두 번째로는 루시아 온과 같이 원천 기술을 넣은 하드웨어로 시장을 공략한다. 마지막으로 구버를 비롯해 생성AI 기반 영상 제작 플랫폼 ‘플루닛’ 등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라인업을 선보이는 전략이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는 “LLM의 경우 오픈AI 대비 20분의 1에 불과한 토큰 이용료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것도 강점”이라며 “(각 산업에) 적합한 모델로 적합한 사이즈로 최고 성능을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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