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방치형 게임인데…왜 될놈될인가?
에이펙스허브 장영국 총괄이사 인터뷰
‘2024 게임 인사이트: 방치형 게임 A to Z’ 개최
될성부른 방치형 게임의 특징 등 노하우 전달
중국 게임 현실 진단 등 퍼블리셔 생존기 공유
“돈을 쓰는 즐거움이 있어야 합니다. 만족도가 시각적으로도 체감으로도 느껴지는 게 좋죠. 대미지도 달라지고, 이펙트도 바뀌고, 이걸 사면 어떻게 될까 기대감도 있으면 재결제율이 올라갑니다. 이런 것들의 작은 차이로 돈 쓰는 즐거움이 달라지는 거죠.”
최근 만난 장영국 에이펙스허브 총괄이사<사진>는 똑같은 게임성을 가진 방치형 게임의 흥행 여부를 이렇게 풀이했다. 장 이사는 오는 26일 <바이라인네트워크>가 개최할 ‘2024 게임 인사이트: 방치형 게임 A to Z’에서 방치형과 캐주얼 등 수많은 게임을 직접 퍼블리싱하며 얻은 실전 인사이트를 발표한다. 세계 최대 게임 제작 공장이 된 중국 현지 게임의 최신 진단도 공유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출시 3일 만에 인기 ‘유령기사 키우기’ 구글과 애플, 원스토어 인기 1위를 기록한 방치형 키우기 게임과 그에 비해 부진했던 동종 차기작을 비교했다. 유령기사 키우기는 이른바 될성부른 게임이다. 소액을 써도 플레이 시 변화가 외형으로나 체감으로도 느껴지게 설계됐다. 이 때문에 고액 상품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있었다.
“게임은 5% 고래(고액결제자) 유저가 먹여 살리는 건 거의 불변의 진리입니다. 저희 게임도 모두 마찬가지였고요. 해비과금러의 결제 한도치를 생각해서 낮게 잡으면 안 됩니다. 한 방치형 게임의 해비과금러들은 3000만~4000만원 정도 썼습니다. 동종 방치형의 타 게임은 300만~400만원 정도로 10배 차이인데요. 고액 과금 상품을 뚫어 놔야 결제합니다. 없으면 살 수가 없죠. 입장하자마자 초단위로 모든 상품을 구매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상품이 10개밖에 없다면 더 이상 과금할 상품이 없는 거죠.”
에이펙스허브(대표 박하림)는 2023년 9월 설립한 모바일 게임 전문 퍼블리셔다. 장 이사는 이 회사 박하림 대표와 22년째 같이 게임 업계 내에서 호흡을 맞춘 인물이다. 그는 게임 개발자로 입문해 박 대표를 포함한 6명의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에이펙스허브를 설립했다.
회사는 주로 중국 등 외산 게임을 퍼블리싱 중이다. 예년 대비 국내 기업이 줄기도 하고, 보통 개발사와 퍼블리셔 간 수익분배가 5대5인 까닭이다. 중국의 경우 수익분배가 개발사 2, 퍼블리셔 8가 일반적이다. 게임 역시 중국에서 쏟아지다 보니 눈길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개발 수준 역시 비약적으로 발전한 상태다. 중국 게임의 현실 진단도 꺼내 놨다.
“제가 20년을 개발하면서 2D부터 3D까지 다양하게 만들고 성공한 게임도 만들었지만, 지금 중국 게임의 퀄리티를 못 따라갈 것 같습니다. 축구를 보다가 내가 뛰어도 더 잘 뛰겠다 누구나 얘기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게임을 비교하면, 이제 못 따라갈 것 같습니다.”
“솔직히 중국보다 게임을 잘 만드는 곳이 없습니다. 러시아나 북미 쪽과는 소통하다가 숨이 넘어갈 거 같고요(웃음). 실컷 다 쉬고 연락을 하는 등 너무 느립니다. 한국의 ‘빨리빨리’가 통하는 나라는 중국만한 곳이 없죠. 메시징 하면 바로 답변 옵니다.”
“(중국 현지 플랫폼) 탭탭만 해도 1위부터 100위까지 방치형뿐 아니라 엄청나게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있습니다. 한국은 리얼타임 배틀을 할 수 있는 게임 중에 브롤스타즈나 배틀로얄 등 몇 개 정도가 살아남았는데요. 그 잘 나가는 브롤스타즈도 새벽 2시면 매칭이 안 됩니다. 중국은 인구가 많다보니 새벽 4시, 5시에도 매칭이 잘 되죠. 장르는 FPS(1인칭슈팅)도, 서브컬처도, 로그라이크, 방치형, 리듬액션도 있고 잘 되는 게임의 장르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처음엔 카피캣이었다가 현지에서 경쟁하면서 신기한 게임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고요.”
에이펙스허브는 자체 테스팅 도구로 게임의 보안과 기능성, QA(품질검수)와 여러 차례 폴리싱(출시 전 다듬기)이 가능한지 검토한 후에 게임을 수급한다. 국내 현지화 과정에서 중국 현지 게임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유령기사 키우기의 경우 에이펙스허브가 레벨 디자인을 새로 했고, 한국 현지화가 중국 업데이트에 영향을 미쳤다.
“현지 기획자들이 경력 6~7년 이정도가 시니어인데 저희한테는 한참 후배죠(웃음). 도와 주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중국 기업이) 차기작을 보여주면서 같이 논의도 하고 같이 하자 이런 얘기들도 나오고요. (현지 개발사 사정으로 인한 서비스 중지 우려 관련해) 요즘엔 그런 우려가 많지 않아요. 중국에서 게임 규제를 엄청나게 강화하면서 판호(유통허가)도 나오지 않고 해서 스타트업이 대기업에 거의 다 흡수됐습니다. 계약하기 전 실사도 가고 재무상태를 확인합니다.”
에이펙스허브는 한달에 100개 게임을 볼 정도로 여러 게임을 놓고 추려낸 끝에 차기작을 확정하고 준비 중이다. ‘놀라운 0516’이다. 이용자가 의뢰를 받고 몬스터도 잡고 수집하면서 세계 탐험의 100%를 채워가는 것이 특징으로 싱글플레이 콘솔 게임 재미를 갖췄다. 한국에 드문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장 이사는 중국 게임 수급을 고민 중인 퍼블리셔에게 조언도 건넸다.
“게임을 수급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겁니다. (무턱대고) 메일을 보내면 답장을 하나도 못 받을 겁니다. 현지에 강력한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들과 친해지고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개상이나 기업 C레벨들과 친해지는 것이 현실적으로 제일 중요하죠. 게임이 점점 비싸지기에 더 많은 총알(자금)을 준비하셔야 하고요. ‘버섯커 키우기’ 스타일의 게임은 중국에서 한참 전에 나왔습니다. 이제 한국이 흐름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중국 메이저 업체와도 경쟁입니다. 그 회사들이 글로벌(판권)을 다 사거든요.”
“예전엔 게임을 오픈하면 30일 동안 지표를 보고 살아남을지를 판단했다면, 지금 저의 경험으로는 닷새면 판단이 끝납니다. 트렌트는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고요. 작년엔 방치형 키우기 게임을 내놓으면 됐습니다. 지금은 대기업도 들어왔잖아요. 쉽지 않은 시장입니다. 다달이 변하는 시장 상황을 섬세하게 봐야 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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