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가 잘하는 것, 잘하고 싶은 것, 잘해야 하는 것’ 무신사 스토어 성수 @대림창고
무신사가 잘하는 것, 잘하고 싶은 것, 잘해야 하는 것,
12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마주한 ‘무신사 스토어 성수 @대림창고’의 첫 인상이다. 신발, 여성, 그리고 글로벌까지, 무신사가 잘하고 싶은 것들을 성수@대림창고점에 모았다.
무신사 스토어 성수@대림창고는 성수역 3번 출구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했다. 약 213평 가량의 매장 내에는 무신사가 엄선한 100여개 이상의 브랜드가 입점했다. 팝업스토어 공간과 최대 6개월 동안 공간을 쓸 수 있는 숍인숍 공간 내에 있는 브랜드 3곳을 제외하면 전부 연내 계약으로 입점했다.
무신사는 지난해부터 대구를 시작으로 무신사 입점 브랜드를 오프라인에서 선보이는 편집숍 ‘무신사 스토어’를 열었다. 대구, 홍대에 이어 성수@대림창고점이 세 번째다.
대림창고는 성수동의 상징과도 같은 장소다. 1970년대 지어져 정미소, 창고, 복합문화공간을 거쳐 무신사가 임대했다. 성수동 일대를 자신의 브랜드로 채운 무신사가 성수동의 상징마저 점령한 셈이다.
무신사는 대림창고의 역사와 헤리티지를 잇는다는 의미에서 공식 명칭과 내부 인테리어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을 택했다. 이름에도 ‘대림창고’를 나란히 쓰는 한편, M자로 이어진 박공지붕도 그대로 살려 무신사의 M라고 의미를 더했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M자의 박공지붕과 그 자리를 그대로 채우는 미디어월, 그리고 성수@대림창고점의 로고마저 M자를 연상시킨다.
정문의 80평대 공간을 전부 팝업스토어로 활용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오직 두 개의 브랜드만이 이 자리를 활용한다. 무신사는 “2024년 말까지 팝업스토어 스케줄이 전부 차있다”며, “팝업 기간은 한 브랜드당 2~3주 정도다”고 설명했다. 시작부터 성수@대림창고점의 팝업존을 차지한 브랜드는 그레일즈와 떠그클럽이다. 24FW 시즌 상품을 한시적으로 소개한다.
숍인숍 공간도 넉넉하게 마련했다. 회사 측이 정확한 평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타 브랜드가 비치된 공간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넉넉한 전시 공간을 가졌다. 현재에는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아디다스, 트리밍버드 3개 브랜드가 최신 컬렉션과 인기 상품을 소개한다.
타 지점과 같이 성수@대림창고점에 방문한 무신사 회원은 온라인과 동일한 회원 할인 혜택, 적립금 등을 활용해 구매할 수 있다. 모든 상품의 옷걸이 혹은 신발 내부에는 QR코드가 인쇄된 종이태그가 있다. 방문객이 핸드폰으로 QR 코드를 촬영하면 무신사 앱으로 이동, 회원의 등급과 할인 혜택, 적립금 사용 유무가 반영돼 결제가 가능하다. 무신사 단독 상품 경우, 별도의 태그(exclusive)가 있어, 일반 상품과 구분이 가능하다.
단,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할 경우, 온라인 전용 할인 혜택은 반영되지 않는다. 무신사 관계자는 “오프라인은 단독 상품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전시의 목적도 있으며, 온라인도 전용 할인 쿠폰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성수@대림창고점에서는 이례적으로 무신사의 뷰티 PB(자체 브랜드) 오드타입(ODDTYPE)과 럭셔리 전문관 ‘무신사 부티크’의 전시 공간도 별도로 마련했다.
무신사가 신진 브랜드를 육성하는 ‘무신사 브랜드 인큐베이팅’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도 성수@대림창고점에 입점했다. 오헤시오는 지난해 8월 런칭한 신진 브랜드로, 무신사가 발굴한 브랜드다.
무신사가 잘하는 것 : 신발
성수@대림창고점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무신사 스토어 매장 중 처음으로 ‘스니커즈 존’을 선보였다는 점이다. 정문으로 들어가면 반대편 끝 벽에 50개 브랜드의 스니커즈 700여종이 전시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무신사 측은 스니커즈 존에 대해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으로 시작한 무신사의 정체성을 오프라인에서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자 스토어의 시그니처 공간이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무신사를 보면 다소 희석된 감이 없잖지만, 성수@대림창고점의 스니커즈 존을 보면 온라인 커뮤니티 프리챌에 개설한 스니커즈 마니아들의 공간이었던 무신사의 시작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또 무신사는 동선 효율화를 위해 스니커즈 존을 선반형으로 제작해, 방문객이 신발을 구매하려 할 경우 직원이 상품이 진열된 선반을 열어 상품을 바로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무신사는 스니커즈 존에서 단독 발매 상품인 무신사 에디션도 선보인다. 일명 무궁화 원스타로 불리는 컨버스의 원스타 프로 플라워 라이트 오키드, 그리고 아디다스 컨트리 II 다. 오픈 기념으로 아디다스 태권도 블랙와 화이트, 푸마 스피드캣 OG, 아식스 젤 카야노 14 MSS를 한정 발매한다.
무신사가 잘하고 싶었던 것 : 여성 패션
대구, 홍대에 자리잡은 다른 지점과 성수@대림창고점의 가장 큰 차별점은 입점 브랜드 대부분이 여성 패션 브랜드라는 사실이다. 모든 브랜드가 여성 패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게 무신사 측의 설명이다.
무신사가 성수@대림창고점을 여성 브랜드를 주로 구성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성수동의 방문객 비중이다. 무신사가 올해 1~7월 성수동을 방문한 내국인 방문객의 성/연령별 신용카드 사용 추이를 분석한 데이터에 따르면 20대 여성 비중이 16.9%로 높다. 회사 관계자는 해당 매장이 10~20대 여성 고객을 주요 타겟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이 세대의 여성 소비자는 지난 몇 년간 무신사가 주력해 확보하고자 한 소비자 층이다. 무신사는 3년 전 스타일쉐어와 29CM 인수로 여성 고객 확보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당시 무신사의 회원 800만명 중 절반 이상은 1020세대 남성이었다. 반면 스타일쉐어와 29CM는 10대부터 3040세대까지의 여성 고객이 주였다. 당시 무신사의 M&A는 1020 남성 고객에 비해 구매력이 높은 여성 소비자층을 노린 행보로 해석된다. 스타일쉐어는 무신사가 인수한 이후 서비스를 종료했지만, 29CM는 올해 상반기 거래액만 전년 대비 56% 증가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9CM의 성장과 별개로, 무신사의 2030 여성 고객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무신사에 신규 입점한 여성 패션 브랜드는 200개 이상이다. 올해 4월까지 2030세대 여성 구매고객 수도 전년 동기간 대비 30% 가까이 늘어났다. 이미 무신사의 가입자 중 절반 가량이 여성이지만 계속해 여성 패션 브랜드를 입점, 육성해 거래액을 끌어올리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성수@대림창고가 여성 패션 브랜드 위주인 두 번째 이유는 성수동 내 남성 브랜드를 위주로 한 또 다른 매장을 마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무신사 에 따르면 회사는 내년 하반기 개장을 목표로 성수@대림창고점의 10배에 달하는 면적의 무신사 스토어를 열 예정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남성 브랜드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무신사가 잘해야 하는 것 : 글로벌
성수@대림창고점의 마지막 타겟층은 방한 외국인 여성 고객이다. 무신사는 해당 매장이 “성수동을 가장 많이 찾는 국내외 여성 고객에게 가장 트렌디한 K패션을 선보이는 편집숍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성수동 내 외국인의 지출은 계속해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관광공사의 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1~7월 성동구 방문 외국인의 관광총소비 지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한 약 380억원이다. 무신사가 본거지이자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성수동에서 K패션의 홍보와 함께 글로벌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성수@대림창고점을 살펴보면, 외국인 고객을 위한 서비스도 한 층 발전했다. 매장을 방문한 외국인 고객은 QR코드를 통해 접속한 무신사 앱에서 영어, 일본어, 중국어 간체, 번체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매장 내 디지털 사이니지에도 영어, 일어, 중어 등을 병기한다. 또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뿐만 아니라 알리페이 이용도 가능하다. 후문에는 택스리펀 기기를 설치해 외국인 방문객이 쇼핑 후 즉시 환급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무신사의 상장을 위해서는 K패션의 글로벌 내 인기와 무신사 글로벌 서비스의 성장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무신사는 지난 2022년 7월 K패션 브랜드를 글로벌로 판매하는 무신사 글로벌을 선보였다. 현재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하나, 글로벌에서의 K뷰티 인기에 비하면 K패션의 성장은 낮다는 평가도 많다. 무신사의 브랜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또한 K패션을 기반으로 국내외에서 성장하려는 무신사의 중장기적인 비전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무신사가 내년 여름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는 상황에서, 글로벌과 자체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를 공격적으로 육성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