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DMA 덕분에…에픽게임즈 컴백한 ‘대체 앱스토어’

‘에픽게임즈 스토어 모바일’ 오픈
전 세계 안드로이드 이용자, 웹에서 사이드로딩 설치
애플 생태계에선 EU 지역 한정해 설치 가능해
애플 첫 대체 앱스토어 인정받은 ‘알트스토어’
에픽게임즈 오픈소스 지원으로 무료 설치 가능

에픽게임즈(대표 팀 스위니)가 지난 16일(현지시각) 아이폰에 게임 유통 플랫폼인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모바일로 출시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미국 빅테크들의 독점 행보에 제동을 건 유럽의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 DMA) 덕분이다. 에픽게임즈도 공지를 올리며 ‘thanks to the DMA’라고 표현했다.

에픽게임즈가 애플 앱스토어의 30% 수수료 정책에 반발해 자체 결제를 적용한 ‘포트나이트’를 올려 스스로 퇴출당한 사건을 계기로 양사는 4년여간 법적 투쟁을 벌여왔다. 에픽게임즈는 애플이 외부 결제 시스템을 금지한 부분에서 일부 승소했다. 그러나 애플이 외부 결제에도 27% 수수료를 물리자 에픽게임즈는 법원 결정을 우회하려는 꼼수라며 비판했다. 미 연방 법원에서 이를 두고 판결 준수 여부를 검토 중이다. 에픽게임즈는 이의제기를 예고했다.

에픽게임즈가 iOS 매출을 포기하면서까지 빅테크 반독점을 외치며 전면에서 활약했지만, 사실상 철옹성과 같았던 애플 생태계에 균열을 내긴 역부족이었다. 이후 유럽 각국이 뭉친 유럽연합(EU)이 움직이자 결국 에픽게임즈가 바라던 경쟁 시장의 단초가 마련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EU가 이끌어낸 변화라고 해도, 그 이전에 에픽게임즈가 진격의 빅테크들의 독점 행보에 세간의 이목을 끌게 만든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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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게임즈 스토어 모바일은 전 세계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구글플레이가 아닌 웹에서 직접 내려받아 설치할 수 있다. 사이드로딩 설치다. 보안 경고가 뜨지만, 무시하고 설치하면 된다.

에픽게임즈는 원스토어와 앱토이드 등 구글플레이 대체 마켓과도 협력해 게임 출시를 예고했다. 회사에 따르면 에픽게임즈 스토어 모바일 앱 자체를 출시할지, 에픽게임즈 스토어 입점 게임을 개별 출시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애플은 반쯤 문이 닫혀있다. DMA를 시행 중인 EU 지역에 한정해 사이드로딩 설치가 가능하다. 웹에서 내려받으면 된다. EU 외 지역에선 여전히 에픽게임즈 스토어 모바일 설치가 불가하다. 에픽게임즈는 “더 나은 스토어를 만들기 위해 법정 싸움을 계속 진행하고 전 세계 규제 당국과 협력하여 개발자와 소비자에게 부과되는 반경쟁적인 관행을 없애려고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주목할 진전은 애플의 대체 앱스토어 인정이다. 애플이 인정한 첫 대체 앱스토어가 ‘알트스토어(AltStore)’다.

알트스토어 측은 EU 이용자들이 웹에서 바로 내려받을 수 있는 ‘알트스토어 팔(AltStore PAL)’을 출시했다. EU 지역 이용자들은 알트스토어 내에서도 에픽게임즈 스토어 모바일 앱을 직접 내려받을 수 있다.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와 달리 앱 마켓플레이스 유통을 금지하지 않는다. 크라우드펀딩 모델을 적용한 앱 배포도 가능하다.

기존 알트스토어는 애플 계정을 가진 개발자들이 아이폰의 개발자 모드를 활성화해 에뮬레이터나 가상머신 등 애플이 배포를 금지한 앱을 자유롭게 사이드로딩할 때 쓰는 호환 앱스토어로 알려졌으나, DMA 덕분에 엄연한 공식 대체 앱스토어로 인정받게 됐다.

“(에픽게임즈 창립자 겸 CEO 팀 스위니) 시대의 흐름이 바뀌고, 마침내 모바일 생태계에 경쟁의 장이 열리고 있다. 유럽 내 iOS 사용자에게 에픽게임즈 스토어와 게임을 제공할 수 있게 해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감사를 전한다. 이제 전 세계 모든 안드로이드 사용자와 유럽의 iOS 사용자는 PC, Mac과 같은 오픈 플랫폼에서 항상 그랬던 것처럼 에픽게임즈 스토어와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아직 법정 싸움 중이지만, 이번 출시는 개발자와 소비자가 경쟁과 선택이라는 권리를 누릴 수 있는 분명한 진전이라 생각한다.”

알트스토어 홈페이지 갈무리

알트스토어는 홈페이지 전면에 ‘모든 사람을 위한 사이드로딩(Sideloading for Everyone)’이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다.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출발했다.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구글플레이와 원스토어 간 격차보다 애플 앱스토어와 알트스토어와 격차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경쟁의 단초는 마련됐으나, EU 지역에 한정된 알트스토어 팔이 크게 인기를 얻을지는 미지수다.

외신에 따르면 알트스토어 팔은 무료다. 애플이 대체 앱스토어 신규 설치 건당 연간 0.5유로를 물리는 핵심기술수수료(CTF) 정책을 내놨고, 알트스토어 측은 운영비를 합쳐 이용자 당 연간 1.5유로 구독료를 책정했다가 다시 무료로 돌렸다. 알트스토어가 에픽게임즈의 메가그랜트 오픈소스 지원 프로그램의 보조금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알트스토어 측이 받은 보조금 규모는 비공개다. EU는 CTF 정책이 DMA를 위반하지 않는지 들여다보는 중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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