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랑 플랫폼 규제법이 무슨 상관인가”
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플랫폼 업계는 이번 티메프 사태와 플랫폼 규제를 연결시키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항변하고 있다. 플랫폼 규제는 독점 남용을 막기 위해 규제인데, 티메프 사태는 독점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티메프라는 이슈에 편승하기 위해 허겁지겁 규제를 만들 경우, 플랫폼 산업을 위축시키는 교각살우가 될 것이라고 플랫폼 업계는 지적한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는 12일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사옥에서 ‘혁신 생태계 성장과 보호를 위한 플랫폼 정책 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패널들은 티메프 사태와 온플법은 전혀 관련이 없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온플법 시행에 반대했다.
앞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티메프 사태의) 철저한 원인규명을 비롯해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이하 온플법) 등 반드시 필요한 법안과 제도 개선 노력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온플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있다.
현재 플랫폼 규제 법안은 국회의원이 발의한 것도 다수이고, 공정거래위원회도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이라는 이름으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대부분의 법안은 플랫폼 업체가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플랫폼이 셀러(판매자) 에게 갑질하는 것을 막는 것도 법의 취지다.
그러나 티메프 사태의 본질은 플랫폼의 독과점 남용이 아니다. 판매자 정산주기가 길다는 점을 이용해서 판매자에게 지급할 돈으로 정산 돌려막기를 하다가 벌어진 사건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플랫폼 업계와 학계는 티메프 사태로 플랫폼 규제를 강화하면 플랫폼 산업을 죽이는 ‘교각살우’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민호 성균관대 교수는 “티메프 사태의 본질은 금융이며, 소관부처가 다르다”면서 “티메프 사태에 온플법을 접목시키는 것은 수산업법이 만들어지지 않아서 과일 값이 폭락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또 온플법 규제 대상의 범위가 광범위해 사실상 애플리케이션에 기반한 기업들 모두 규제를 적용받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대호 성균관대 교수는 “국내 유니콘 기업들 대부분이 플랫폼 기업”이라며 “IT 플랫폼의 형식을 취하지 않고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티메프 사태로 인한 규제의 칼날은 IT스타트업을 향하게 되는데, 이에 대해 업계는 ‘제2의 모뉴엘 사태’와 다름없다고 봤다. 지난 2014년 가전업체 모뉴엘이 해외 매출액을 부풀려 천문학적 금액의 대출을 받아, 금융사에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안겼다. 이때를 계기로 중소중견기업은 은행으로부터 수출 관련 대출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 벤처협회의 의견이다.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사무총장은 “티메프에 대한 잣대를 모든 플랫폼에 적용하는 시각이 늘고 있다”며 “모뉴엘 사태와 같은 교각살우가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공정위가 추진하는 플랫폼 규제법의 벤치마킹 대상인 EU의 DMA는 우리나라의 상황과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해 EU가 알파벳, 아마존 등 6개 기업을 시장 지배 플랫폼(게이트키퍼)으로 지정하면서 새로운 규제를 시행 중인 가운데, 우리나라와 유럽의 상황은 다르기 때문에 같은 규제를 시행하는 것은 무리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현경 과기대 교수는 “지난해 기준 100대 글로벌 플랫폼 중 약 80%가 미국 기업, 15.8%가 아시아 기업, 2.2%가 EU기업으로 집계됐다”며 “(유럽은 점유율히 극히 낮은) 상황에서 유럽의 법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무엇보다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는 이미 현행법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규제법이 시행될 경우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은 이중규제를 적용 받게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주연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전문위원은 “온플법 도입을 찬성하는 쪽은 소수의 대형 플랫폼 사업자들이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수수료를 과도하게 올리기 때문에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그러나 이는 공정거래법 등 기존 법률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