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정말 분할될까?
지난 5일 미국 법원이 구글의 검색 독점력 남용 행위에 유죄 판결을 내림으로써 구글이 어떤 처벌을 받게 될 것인지 주목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구글 분할이라는 특단의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3일 미 법무부 내에서 구글을 해체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안드로이드, 크롬 브라우저, 애드워즈(광고) 사업부를 매각하도록 명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구글의 각 사업부가 서로 독점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받고 있고, 이로 인해 경쟁이 저하됐다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크롬 브라우저나 안드로이드의 기본 검색창이 구글 검색 점유율 유지에 도움을 주고, 이 검색 점유율을 기반으로 구글이 광고 사업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색엔진 업체인 덕덕고의 카밀 바즈바즈 수석부사장은 “기본 검색엔진이 구글이어서 시장이 얼어붙었다”면서 “크롬과 안드로이드를 별도의 회사로 분할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글을 분할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미 하원에서 2020년 빅테크 기업의 독점 보고서가 제출됐을 때에도 미 정부와 언론 일각에서는 구글 쪼개기와 같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었다.
미국 법원은 실제로 독점 기업의 분할을 명령하는 경우가 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마이크로소프트다. 1998년 당시 연방거래위원회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이득을 봤다고 판단했다. 이에 2000년 1심 법원은 마이크로소프트 분할이라는 충격적 결론을 내렸다. 물론 최종적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소송에서 이겨 분할이 되지는 않았지만, 독점 기업은 분할 명령을 받을 수 있다는 사례로 남아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이전에는 경쟁법 위반으로 실제로 분할된 기업들이 있다. 존 데이비슨 록펠러가 1870년 창업한 스탠더드 오일은 1911년 34개 회사로 분할됐다. 현재의 엑손모빌·셰브론·BP 등이 분할된 스탠더드 오일의 후손들이다. 담배회사 아메리칸 타바코도 1911년 BAT 등 16개 기업으로 강제 분할됐다. 방송사 NBC는 NBC와 ABC로 분할됐고, AT&T도 벨 애틀랜틱 등 7개 기업으로 쪼개졌다.
하지만 1980년대 AT&T 해체 이후에는 기업이 분할된 사례가 없다. 또 분할 명령을 받은 기업들은 석유, 담배, 방송, 유선 전화 등 정부의 규제나 보호를 받는 독점 기업이었다. 이런 점에서 언제든 경쟁자가 새롭게 등장할 수 있는 테크 산업과 기존의 분할 사례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소비자 효용 측면에서 독점이 부정적 영향을 미쳤는지 확신하기도 어렵다. 예를 들어 아이폰 사파리에 구글의 검색엔진이 기본 탑재된 것이 소비자의 효용을 낮추거나 가격을 높였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이 때문에 분할이라는 충격적 결정보다는 시정명령 수준에서 마무리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블룸버그는 “기업 분할보다 완화된 옵션으로는 구글이 경쟁사와 더 많은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강요하고, 인공지능(AI) 제품에서 불공정한 이점을 얻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가 있다”고 밝혔다.
미 밴더빌트 로스쿨에서 반독점법을 연구하는 레베카 호 앨런스워스 교수는 “미 법원은 CEO가 역할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분할 명령이 내려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휴대폰을 새롭게 구매하면 기본 검색엔진을 무엇으로 설정할 것인지 이용자가 선택하는 방식 등으로 법원이 시정명령을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