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올린 배민, 독일 본사가 요구했나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중개 수수료를 전격 인상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배민은 배민1플러스 중개수수료를 주문금액의 6.8%에서 9.8%으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약 44% 인상이다. 인상된 수수료는 오는 8월 9일부터 적용된다.

피터얀 반데피트 우아한형제들 임시 대표는 10일 회사 사옥에서 열린 전사 발표에서 사내 구성원을 상대로 이 같은 내용의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앱 개편을 통해 가게배달 업주는 더 많은 성장기회를 얻고고객은 최고의 할인 혜택과 다양한 식당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배민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에게 앱 내에서의 경험을 원활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의 새로운 요금 정책은 업주들이 앱을 이용해 비즈니스를 성장시킬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우리 목표는 고객을 위해 지속 가능하고가게의 성장을 지원하며지역 경제에도 기여하는 배달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배민은 수수료를 인상하는 대신 업주 부담 배달비를 최대 600원 인하한다. 배달의민족은 기존 업주로부터 배달비 2500~3300원을 받았는데, 이를 1900~2900원으로 내린다는 방침이다. 단순 계산해 보면, 업주 입장에서는 소비자 주문금액이 2만원 이하일 경우 새로운 요금제가 이롭고, 주문금액이 2만원이 넘으면 과거 요금제가 유리하다.

또 배민은 울트라콜 이용 업주의 광고비를 월 20% 환급하고, 내년 3월까지 신규 가입 업주 대상 포장 주문 중개 수수료를 50%가량 내린 3.4%로 인하한다. 다만 울트라콜 광고비 환급 경우, 배민배달을 동시에 사용하고 가게배달 월 주문수가 50건 미만인 업주만을 대상으로 한다.

이같은 정책 변화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수수료 인상을 위해 당근책 몇 개를 제시했을 뿐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울트라콜 광고비 환급 경우, 조건이 가게배달 50건 미만인데 이는 굉장히 적은 비중일 것이다”고 설명했다.

점주들의 반응은 더욱 차갑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배민1플러스에 가입해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 점주는 “쿠팡이츠도 쿠팡이츠지만, 배달의민족도 과하다”며, “배달앱 매출을 중장기적으로는 줄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용인시에서 배민1플러스와 가게배달을 병행하고 있는 한 점주도 “배민배달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수수료가 오르면 탈퇴를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달의민족이 수수료 인상 결정을 내린 데에는 쿠팡이츠와의 무료 배달 싸움 영향이 크다. 배달의민족 측은 “배달앱 업계의 무료배달로 출혈 경쟁 상황이 심하게 지속되면서 당사 사업 환경에 대한 위기감이 있었다”며, “이러한 경쟁 대응을 위해 앱 지면 및 요금제 개편, 구독제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고, 고심 끝에 오늘 말씀드린다”고 답했다.

배달 업계에서는 일부 지역에서 쿠팡이츠 점유율이 배민을 넘어선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강남권 기준 쿠팡이츠의 점유율이 배민의 1.3~1.5배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수수료 인상에는 본사인 딜리버리히어로의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사실상 수익을 내는 유일한 자회사의 수익을 손상하지 않고, 쿠팡이츠에 대응하기 위한 딜리버리히어로의 방안이라는 분석이다. 배민은 지난해 영업이익 7000억원을 내고 4127억원을 딜리버리히어로에게 배당금으로 줬다. 그러나 본사 자체가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상황으로, 딜리버리히어로의 주가는 9일 기준 전년 대비 50% 이상 하락한 19.22 유로다.

또 이국환 대표의 사임 또한 본인의 의지와 딜리버리히어로의 방향성이 맞지 않아 이뤄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배민 대표들이 딜리버리히어로와 방향성이 맞지 않아 계속해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국환 대표 또한 비슷한 상황에 놓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배민 내부 상황을 전했다.

반면 딜리버리히어로 입장에서는 투자금 회수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지난 2019년 우아한형제들 인수 당시, 기업가치를 4조75000억원으로 책정하고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했다. 배민 인수에만 4조 1325억원을 투자한 셈이다. 배달앱 관계자는 “딜리버리히어로가 지난해 배당금 4000억원 가량을 가져갔지만, 인수 금액을 생각하면 투자 회수가 필요한 것은 맞다”고 지적했다.

이번 수수료 인상이 배민의 ‘제 발등 찍기’라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사실상 이번 수수료 인상이 쿠팡이츠에게 성장의 기회를 주었다는 것이다. 한 배달앱 업계 관계자는 “이번 수수료 인상은 쿠팡이츠에게만 도움이 된다”고 비판했다.

다른 배달앱 업계 관계자 또한 “단기적으로 쿠팡이츠의 점유율이 급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점주들의 배달 음식 가격 인상과 이탈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배달의민족은 현재 배민1플러스 요금제를 이용하는 점주들에게 배민클럽 혜택을 받기 위해 타 앱과 동일한 수준의 음식 가격을 책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장기적으로 이번 정책이 배민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쿠팡이츠가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수료 인상이 뾰족한 대응책이 아니라, 배달 시장 주체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배민클럽이 1900원으로 출시될 예정이지만, 쿠팡 와우 멤버십이 견제한 상황에서 신규 가입자가 크게 늘어날 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나온다. 배민이 배민클럽만으로는 수익성 담보가 어렵기 때문에 결국 수수료를 인상한 것으로, 결국 딜리버리히어로가 ‘황금알 낳는 배민의 배를 가르는 방안을 택한 것 아니냐’는 게 배달 시장의 우려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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