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뭔가요] 굿바이, 센트OS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리눅스 배포판인 센트OS가 사실상 우리 곁을 떠났다. 센트OS를 소유한 레드햇은 2024년 6월 30일 센트OS 7을 지원종료(EOL, End Of Life)했다. 그리고 더 이상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센트OS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OL이라고 해서 사용하고 있는 센트OS가 당장 멈추는 것은 아니지만, 더이상 보안패치 등의 지원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 보안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기 때문에 센트OS 7을 사용하는 기업은 센트OS와의 이별을 시작해야 한다.
센트OS는 무엇?
센트OS를 간단히 정의하면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RHEL)의 복제품이다. RHEL은 성능과 안정성이 중요한 기업의 중요 시스템에 사용되는 유료 리눅스인데, 센트OS는 RHEL의 소스코드(설계도)를 그대로 복사해서 만들었다. RHEL의 새로운 버전이 출시되면 그 소스코드는 복사돼서 센트OS에도 적용된다. 이 때문에 센트OS와 RHEL은 사실상 같은 소프트웨어다. RHEL은 유료 운영체제지만,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소스코드를 복사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랜스위퍼라는 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센트OS는 현재 전 세계 리눅스 시스템의 26.05%에 설치돼 있다. 우분투(32.24%)에 이어 두 번째로 인기가 있는 리눅스 운영체제다. 다만 우분투와 센트OS의 용도는 조금 다르다. 우분투는 주로 개인용 워스크테이션으로 사용되고, 센트OS는 주로 기업의 서버에서 주로 사용된다. 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시스템을 타깃하고 나온 리눅스인 RHEL의 복제품이니까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많은 기업이 성능과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운영 시스템에는 레드햇의 기술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RHEL을 사용하면서, 개발 서버나 테스트 서버에는 센트OS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아껴왔다.
센트OS와 레드햇
센트OS는 커뮤니티에서 시작됐지만 지난 2014년 레드햇이 인수했다. RHEL을 복제한 오픈소스를 레드햇이 인수하는 것에 대해 당시에 말이 많았다. 레드햇이 자신의 매출을 갉아먹는 센트OS를 죽이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았다. 레드햇 입장에서는 RHEL과 똑 같은 OS가 무료로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센트OS가 눈엣가시일 수 있다.
하지만 당시 레드햇은 “센트OS와 레드햇의 커뮤니티를 통합해 오픈소스 혁신을 가속화하겠다”며 개발자들을 달랬다.
레드햇의 센트OS는 정책 변경
지금까지 레드햇의 리눅스는 페도라, RHEL, 센트OS라는 삼각편대로 구성돼 있었다. 오픈소스 커뮤니티인 페도라(Fedora)에서 리눅스 소스코드를 만들면, 레드햇은 이를 기반으로 안정성 테스트와 기업을 위한 기능을 더한 RHEL을 만들었다. RHEL이 나오면 소스코드에서 레드햇 상표를 뗀 후 센트OS로 만들어졌다.
즉, 페도라→RHEL→센트OS의 흐름으로 삼각편대는 구성됐다. 페도라에서 1차 작업이 완료되면 이를 바탕으로 RHEL을 개발하고 무료 저장소인 센트OS에서 소스코드를 공개하는 형태였다. 이런 점에서 센트OS는 RHEL의 다운스트림(Downstream, 하류)이라고 불렀다. RHEL에서 내려오는 리눅스라는 의미다.
하지만 레드햇은 2020년 12월 센트OS를 REHL의 업스트림(Upstream,상류)으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페도라→RHEL→센트OS로 내려오는 흐름을 페도라→센트OS 스트림→RHEL로 바꾼다는 것이다.
RHEL의 업스트림에 자리잡은 센트OS 스트림은 더이상 RHEL의 복제품이 아니다. 센트OS 스트림이라는 베타 테스트 후 성능과 안정정을 보완하고 기능을 더해서 RHEL이 된다. 센트OS와 RHEL은 더 이상 같은 OS가 아니고, 호환성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지금까지 센트OS 이용자들은 RHEL과 똑 같은 운영체제를 비용 없이 사용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제 센트OS 스트림을 사용하게 되면 RHEL의 베타버전을 사용하는 셈이 됐다.
레드햇의 정책변경, 오픈소스 정신 논란
그러나 레드햇이 센트OS를 없앤다고 해서 세상에서 RHEL 복제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리눅스는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센트OS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RHEL 복제품을 만들 수 있다. 실제로 록키리눅스, 알마리눅스 등 새로운 RHEL 복제품이 등장했다.
그러자 레드햇은 지난 해 RHEL의 바이너리를 레드햇 구독 고객에게만 공개하고, 센트OS 스트림을 RHEL 소스코드를 배포하는 유일한 저장소로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센트OS 스트림을 RHEL의 업스트림으로 바꾼 이후에도 이전처럼 센트OS의 깃 저장소에 RHEL 소스코드를 공유해왔는데 이를 중단한 것이다.
결국 RHEL을 제대로 쓰려면 비용을 지불하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는 오픈소스 업계에서 논란이 됐다. 록키리눅스나 알마리눅스와 같은 RHEL 복제품들이 RHEL 소스코드를 가져가기 좀 귀찮아진다. 록키리눅스 측은 당시 공식 블로그에서 “(레드햇의 결정이) 오픈 소스의 정신과 목적을 위반한다고 믿는다”면서 “아무도 GPL(오픈소스 라이선스 일종) 소프트웨어의 재배포를 막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마이크 맥그래스 레드햇 핵심 플랫폼 엔지니어링 부사장은 블로그에서 “RHEL에 들어가는 시간, 노력, 자원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싶지 않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RHEL을 재포장하려는 사람이 우리의 결정을 비판한다”면서 “RHEL 코드에 대한 이러한 요구는 정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픈 소스의 가치를 믿고 오랜 시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력하는 열정적인 기여자들에게 금전적인 지불을 해야 한다”면서 “개인이 생산한 코드를 단순히 재포장하고 부가가치 없이 있는 그대로 재판매하면 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지속 생산이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RHEL 재포장에서 가치를 찾지 못하며 재포장하는 이들을 위해 일을 더 쉽게 만들 의무가 없다”고 일갈했다.
레드햇에 기회? 경쟁사에 기회?
센트OS 7에 대한 지원이 종료되면서 기존 이용자들은 이제 대안으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우선 레드햇의 의도대로 RHEL로 옮기는 것이 가장 편할 수 있다. RHEL과 센트OS는 100% 호환되기 때문에 간단하게 마이그레이션이 가능하다. 레드햇은 이를 위한 ‘Convert2RHEL’라는 마이그레이션 도구도 제공한다.
다만 RHEL은 유료 서브스크립션을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들어간다. 이에 대해 레드햇 측은 유료 RHEL이 무료 센트OS보다 저렴하다고 주장했다.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직접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RHEL의 전문 지원을 받는 것보다 비싸다는 설명이다.
반면 경쟁사들은 센트OS 7 이용자들이 레드햇에 실망하고 자신에게 넘어오길 기대한다. 예를 들어 수세는 최근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RHEL) 호환 제품 ‘센트OS7용 수세 리버티 리눅스 라이트(SUSE Liberty Linux Lite for CentOS7)’을 선보였다. 센트OS 시스템에 대한 업데이트와 보안 패치를 제공하는 전용 제품이다. 이는 마이그레이션 없이 기존 센트OS 시스템에 대한 업데이트와 보안 패치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수세는 이어 오라클, CIQ(록키리눅스) 등과 함께 오픈ELA라는 협회를 구성했다. 오픈ELA는 RHEL과 호환되는 기업용 리눅스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